너와 나, 우리는 이별을 한 적이 없어
애초부터 우린 사랑을 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왜, 이별한 것 처럼 아플까
왜 이별한 것처럼 그리울까
기억 나? 우리가 처음 서로 알게 된게 벌써 작년 5월이야
네가 내 옆 의자에 앉은 날
처음으로 동갑 친구를 알게 되서 무척 기뻤고 우린 참 급격히도 친해졌어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말도 많이 하게 됐고 자주 붙어 있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아닌 오해를 샀어 너네 둘이 사귀는거 아니냐며.
너는 그저 장난으로 치부하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않았고
나는 손사래를 치며 강한 부정을 했어, 그게 시작이었어
내 마음은 그렇게 아주 조금씩,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너를 향했어
어쩌다 정신 차려보면 내 눈은 너를 보고 있었고 너만 보면 웃음이 났어
처음엔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아주 조그마한 마음이었어
지나가면서 내 머리를 콩- 아프지않게 때리는 네 장난을 받아주며 맞받아치는게 즐거웠고
내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네 말투, 목소리가 좋았어 너와 단 둘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게 됐을 땐 점점 내 모습이 너에게 어떻게 보일까 예뻐 보일까?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 하며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특별한 날이 아니면 관리도 하지않던 내가
너 하나 때문에 나 스스로를 가꾸기 시작했고 누가 누구랑 친하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엔
관심도 두지않던 내가 처음으로 너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질투했어
네가 다른 사람을 나로 착각해서 내 이름을 불렀을땐 그정도로 습관이 됐나 싶어 정말 기뻤고
그렇게 내 마음 속은 어느새 빈 곳 하나 없이 너로 가득 채워졌어
하지만 그런 너의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나에게만 국한된 특별함인냥 착각하기 시작한 순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독이 되어 나 자신을 갉아먹기 시작했어
네가 나에게 한 모든 말과 행동은 너 자신에게 있어서는 단지 친구를 향한 호의였겠지
집에 데려다주고 같이 드라이브를 하고 때로는 우리집에 들어오기도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말야
사실 이해되지 않았어 내가 너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을 때,
되돌아오던 너의 거절의 말은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했어, 하고 싶지않아
우리가 그동안 만든 추억들은 다 무엇이었을까, 추억이긴 할까. 나만 추억이라고 생각한거 아닐까
그 모든 행동들이 의미 없는 것들이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너는 네 주변 모든 사람에게 나처럼 다 똑같이 하고 있는 거겠지?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우리는 바로 다음날부터 얼굴을 볼 수 밖에 없었어
너는 정말 아무렇지않았고 나는 애써 아무렇지않은척을 했어
너를 잊어보고자 소개팅을 했고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오래가지못했어
일부러 너의 귀에 들어가게 하고자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렸지만 너는 단 한번도
내 남자친구에 대한 것도 너에게 한 그 고백에 대해서도, 전혀 물어보지 않았어 지금까지도
나 혼자 그 일을 잊었다는듯 덮어둠으로써 우린 다시 예전의 친구로, 작년으로 돌아갔어
왜 그랬냐고, 꼭 그래야만 했냐고 묻지않을게
나는 너에게 뭐야? 어떤 사람이고 어떤 존재였니?
너는 나에게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소중하고. 가슴 아프고
잊을 수 없는 사람일텐데 너는 나를 먼 훗날에도 기억 할까?
적어도, 네 기억에 남는 사람이고 싶어
사랑을 받은 적도, 사랑을 한 적도 없는 우리지만
네가 내가 있던 곳을 떠나서 매일 볼 수 없게 됐을 때 나는 하루종일 우울하고
네 생각에 빠져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 너로 꽉 채워진 곳이었는데
한 순간에 구멍이 뚫려버린듯 네 흔적도 찾을 수가 없게 되니까 너무 슬펐어
마치 이별 한 것 처럼.
사랑을 한 적도, 이별을 한 적도 없는데 말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