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시작은 남들과 다르지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됐을지도 모른다.
순수하지 못한 곳에서 만나 그 누구보다 순수한 대화
했기에 운명이라 느꼈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랑에 많은 상처를 받아 조심스러운 너를 보며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가만히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나에게 다가오는 너를 보며 행복했다.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너에게 알게모르게 상처를 줬고 너는 아파했다.
아파하는 너를 보며 나 역시 울어버렸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던 어느 날.
너가 나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들킨
그 시점이었다. 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것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그 또한 거짓말이겠지.
이전의 나였다면 너에 대한 마음이 식어버렸겠지.
하지만 불행히도 나의 마음은 그러지 못하였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너의 말을 듣는 그 순간
나의 상처보다는 불안했을, 어찌할바 모르는 너의
마음이 더 걱정되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너를
믿게 되었다. 사랑이었다.
그러나 너는 아니었다. 너의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에 대한 사랑을 거두었다.
너가 날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치 않는다.
너와 같은 사람의 마음을 책에서 읽었다.
그저 상처가 많아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내가 떠나
가는게 두려워서,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끝내
는 것이란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에 너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 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정말 괜찮았다. 그런 너의 모습이 이상하
게 밉지도, 싫지도 않았고 오히려 감싸주고 싶었다.
뭔가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묵묵히 옆에서 기다
리려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마음일뿐, 너는 두려움과 과거의 상
처에 나를 믿지 못하고 떠나가버렸다.
원망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너가 아직 사랑할 준비가 안되었을뿐이다.
그 타이밍에 우리가 만났을뿐이다.
너의 옆에서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너에게 그런 나의
존재가 상처라면 내가 할 수 있는건 말없이 떠나는것
뿐이겠지.
근데, 지금 내 마음의 답답함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큰 슬픔은 몰려오지않는다.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너가? 아니다.
이런 나를 못알아보고 떠나는 너의 손해라는 생각?
아니다.
아 알겠다. 그저 시기가 맞지 않았다는 아쉬움,
그리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
이 두가지가 나의 마음을 짓누른다.
오늘밤만 너를 맘껏 그리워하련다.
이제는 추억이 된, 지워야하는 사진을 다시 보련다.
너와 했던 감정이 풍부한 대화들을 되새겨보련다.
그렇게 너를 보내고 내일이 되면 나의 일상으로 돌아
가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너
에게 말하련다.
"오랜만이야.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구나.
이제 우리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