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저희도 명절 전날 아침 일찍
시댁 아버님의 집으로 가기 위해 전날 챙겨둔 가방 등등 짐을 챙기는데
신랑이 각자의 회사에서 설 선물로 받아온 선물들을 요리조리 보더니
제가 회사에서 받아온 것 중 하나 상황홍삼선물 셑트를 갖다 드리자함.
싫다. 그건 자기랑 내가 먹을거다. 아버님께는 가다가 다른 걸 사면 되지 않냐 해도
이거 갖고 가면 되지 뭘 돈을 쓰면 선물을 사냐 하는데....
보리차물 끓이는 주전자처럼 뚜껑이 들썩거렸으나 그래도 명절인데 가는 몇 시간
동안 차안에서 신랑과 어색함도 싫고 해서 상황홍삼셑트 갖고 감
그 외에 기름, 햄 셑트도 몇 개 더 있었는데 햄은 자기가 먹어야 하고
기름셑트는 싸 보여서??
다행히 생각보단 덜 막혀서 점심 전에 아버님의 사무실(자영업) 도착했는데
새시어머니가 집에 혼자 있으니 집으로 가라함.
사무실에서 집까지 자가로 5분도 안 걸림.
집 입구에 셀프세차장이 있었고 우리차가 너무 더러워서 들어가기 전에 세차나
하고 가자는 단순한 생각에 기다리게 되었는데
명절 밑이라 그런지 우리 앞에 4대가 대기 중이었음. 기다리고 세차하는 시간
15분에서 20분 정도....암만 더해봐야 30분도 채 안 걸렸지만 우리의 단순한 생각과는
달리 아버님은 우리에게 짜증을 내는 전화를 주셨음.
"니들 어디길래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안하고 세차 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 나중에 해도 되는 거지 엄마(새시어머니)한테 먼저 인사를 해야지
어쩌고 저쩌고~~~" 뚝 끊어 버림.
사실 새 시어머니 혼자 있다는 그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신랑이 내 맘을 짐작하고 아버지도 금방 오신다 하니 그 사이 시간 때울겸
세차를 하자고 한 거 같은 내 짐작의 생각임.
새시어머니가 우리가 왜 늦는지 궁금했다면 우리에게 전화해서 어디냐고
물어봐도 될텐데 아버지께 전화해서 우리 안온다고 ㅋ
항상 뭔 일이 있으면 새시어머니는 우리한테 바로 연락하는 일이 없음.
새시어머니 ->아버님 -> 신랑 -> 아버님 -> 새시어머니
우리는 다시 아버님한테 내용전달.... 이러한 반복에 서로 더 골 생김.
나? 첨부터 전화를 안 했을리 없고 남들처럼
넌 왜 연락도 안하니, 전화 좀 해라, 왜 전화를 안하니? 너 나 무시하냐?
어찌됐든 난 이제 내가 먼저 연락 안함.
암튼 신랑이 먼저 들어가면서 인사하니 "그래 어쩌고 저쩌고~~"
내가 뒤따라 들어가서 인사하니 신랑이 눈치 못 채게 내 인사 무시하고 아무대꾸 안함. ㅋ
제 인사 무시하는 그 타이밍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어머님 ㅋㅋㅋㅋㅋ
우리가 들고간 상황홍삼선물셑트는 아무말 없이 방에 갖다 놓는데
보통 뭐라도 들고 간 사람에게 빈말이라도 고맙다 등등의 짧은 인사라도 하지 않나..
그래도 홍삼이라고 맘에 들었는지 말도 없이 그냥 방으로 갖다 놓는거 보니 웃기기도 하고.
몇 년 전 친정에서 멸치와 김선물셑트+사과 한박스를 준 적이 있는데 뭔 멸치대가리를 갖고 왔냐고, 흔해빠진 사과는 집에도 있다고 니네나 갖다 먹어라 하면서 돌려준 적이 있었음.
동그랑땡 조금과 동태전만 신랑과 둘이서 후다닥 해 놓고 거실에 앉았는데
도련님은 쇼파에서 잠깐 잔다 하고,
아버님과 새시어머니는 안방문 꼭 닫고 나오지도 않음.
거실에 점심상 차려 놓고 아버님 나오시라 세 번을 불렀는데도 대답은 하시는데 늦게 나오심
평창올림픽 게임을 보고 있었다고.
상 치워 놓고 나니 두 분은 또 안방문 닫고 들어가 버림.
잘 지냈니 등등의 덕담 같은건 들어 본적도 없고, 이젠 바라지도 않지만
다른 집들도 명절에 아들, 며느리 왔는데 두 분은 안방 문 닫고 들어가 있으려나??
한시간 정도 거실에 멀뚱멀뚱 앉아 있다가 참다 못해 신랑에게 나가자고 함.
마침 영업하는 국수집이 있어 소주 한병 나눠 먹고
긴 한숨으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건넸지만 신랑은 자기 아버지가 안쓰럽기만 함.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예전에 아버지의 등이 한없이 넓어 보였는데
지금은 왜소해 보여서...(시아버지 며느리인 나보다 키 작으심)
6시쯤 들어와 저녁 먹는 자리에서 3년 전 어버이날 뵈었을 때 일을 말씀하심.
시아버지가 집 팔면 큰 아들 얼마, 작은 아들 얼마를 나눠주고 두분은 시골에서 지내신다 하시기에 집 팔아서 이리저리 나누면 푼 돈 되는데 우리들 나눠 줄 생각 마시고
신랑과 나 우린 결혼생활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당장 용돈도 잘 못드리는데
요즘은 주택연금으로 노후를 보내신다 하니 아버지도 주택연금으로 편히 사세요
라고 말함
그 말이 엄청 서운했다고 넌 며느리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하셔서 벙찜.
왜???? 그 말이 왜 서운하셨지?? 그것도 3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하시는 이유는??
그럼 그렇게 서운하셨다면 그 때 주신다고 말씀하셨던 돈 주셔서 저희 대출이라도
갚아 주시겠어요? 했더니 대답은 없고 신랑은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아버지가 당연히
서운할 수 있는데 왜 이해를 못하냐고 타박함.
술 먹은게 후회된 순간이었음. 술 먹고 더 말해봐야 내 술주정이 되니
난 그 순간 이해하는 척만 했는데. 다음날 멀쩡한 정신에서 생각해 봐도
난 이해를 못하겠음. 집 팔아서 주신다는거 주택연금으로 아버지가 쓰세요 라고
한게 왜 서운하시지??
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싸가지 없는 할 말 다하는 나쁜 며느리임.
왜냐면 신랑은 내 눈치를 보면서도 시아버지+새시어머니로 인해
속상하고 열 받는 일에 대해선 거의 한번도 전한 적도 중재도 한 적이 없음.
내가 성질나서 소리 지르며 싸워봤자 항상,
어른이니까, 어른인데 우리가 아랫 사람이잖아......
주변에선 신랑 아주 착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지만
착하기만 해. 아주 착하기만 하다고, 착하기만 하고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라고 언성이 올라감.
이번에도 아주 기분 더러운 명절 보내고 두 번째 시댁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고
나와서 차안에서 다시 한번 신랑에게 난 왜 서운한지 이해를 못하겠다 말했지만
똑같은 말 뿐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아버지가 서운한게 맞다 함.
더 말하면 또 싸울것이기에 입 다물고. 시어머니께 가서 물어봐야지 ㅋ
근데 어머니(신랑의 친엄마)도 왜 그게 서운할 소리냐고 내 대신 화를 내주셨음 ㅎㅎㅎ
며느리가 좋아한다고 조기두 엄청 많이 튀겨 주시고, 식혜 등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준비해 주셔서 어머니 저 오늘 완전 호강하는거 같아요 함.
명절에 어머님댁 방문은 처음임.
일년에 2박 3일로 3~4번 정도 방문하는데 어머님 집은 편하고 좋음
이번에 명절이 짧기도 해서 친정은 명절전 주말에 미리 다녀오고
어머님 생신도 있고 해서 두 군데의 시가를 가자고 제안은 내가 했음.
정말 내가 시아버지께 말한 주택연금 내용이 서운할 일인지 난 아직도 이해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신랑의 말만은 내가 속 터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