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걸치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써내려가
뭐 무슨 이야기 하고 싶은 거냐고 욕 댓글도 달릴 거 같고
어차피 곧 펑 해버릴꺼야 ㅋㅋ
가난과 부 사이에서
그래 제목은 거창한데 그냥 별 거 없어
누군가 쓴 가난하면 뚱뚱하고 애 많이 낳는단 글 보고
공감하며 쓰는 글이야
일반화의 오류라기 보단 그래 사실 대체적으로 맞는 말 같아
나 어릴적 참 가난했지
지독히 더러운 꼴 다 보고 지독히 노력해서 지금은 벗어났어
내 10대와 20대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넌 절벽 끝에 메달려 사는 애같았어"라고들 해
절박했어 가난을 벗어나는 건 둘째치고
일단 살고 싶었거든
1평 남짓한 판자로 지어진 방구석에 술취한 내 유일한 보호자 한 명 숨 끊어지면
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나..늘 걱정하며 두려워하며 무서워하며 아침을 맞았어
뭐 어쨌든 지금은
적당히 나쁘지 않은 머리와
죽기 직전 내몰린 쥐새끼가 그러듯 아등바등한 덕에
남들 보기에 아주 좋은 직장을 갖고 좋은 집과 아주 좋은 배우자와
남부러울 것 없이 자녀를 키우고 살아
일단 좋은 직업을 가지니 주변 사람들 수준이 달라져
주변 사람 수준이 달라지니 생활 환경 전반이 달라지고
여유가 생기니 세상 보는 시각도 달라지더라
이게 내 삶의 질을 바꿔
가난이 "나쁜" 환경을 100% 동반하진 않지만 "대부분"은
악순환으로 함께하는 건 사실이지
내 경우에는
수중에 돈이 없을 땐 아등바등하면서도 남들보다 고생하고 있단 보상심리에
쓸 데 없는 소비를 했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수시로 사기도 하고 - 뭐 작은 사치?
괜히 없어보이게 꾸미지 않으려 노력하고 ...
그런데 진짜 부와 명예가 재벌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생기니까
마음이 여유로워 지니까
쓸 데 없는 소비가 거의 없어졌어 - 뭔가 사질 않아도 마음이 허하질 않거든
한두푼보단 건강 챙기게 되니까
패스트푸드보다는 건강한, 유기농의, 신선한 뭐 그런 식재료 찾게 되고
굳이 화려하게(없어보이지 않게) 꾸미고 행동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무던하고 덤덤하게, 심플하게 되더라고
가난한 사람들 다 그런건 아니지만 특징 중 하나가 피해의식과 자격지심 - 맞아 그거
나 어릴 땐 "내가 가난하니까 이정도 배려는 받아야해" 가 솔직히 저변 의식에 깔려 있었어
그게 다른 친구들보다 선생님께 공짜 참고서를 받게 되는 일이든
같은 성적이라도 내가 장학금 우선순위가 되는 일이든 뭐든
배려 받는게 뭔가 조금은 당연해져 있었어 마음 속으로는..
"너는 부모님도 있고 좋은 집도 있으니 그정도 손해는 괜찮잖아?" 라며
주변을 깍아내리며 합리화하며 크게 돼- 별거 아닌 거에도 엄청 욕심부리고 말야..
삐뚤어졌던 거지..그래 인정해
근데 내가 좋은 직업 가지며 상위 1%부터 밑바닥 1%까지 만나볼 일이 생기는데
하위 50%이하로 갈 수록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내 어릴적 삐뚤어짐을 갖고 있더라
"가난이 권리"가 되는 피해의식과 자격지심말야
누가 쓴 댓글 중에 이런 말 있더라
"우리집은 외벌이 200에 애 셋이지만 행복하거든 흥칫뿡"
나 웃었어
응 행복해도 되지 행복이 별건가
애들도 행복한 부모라면 행복하겠지 "지금은"
직업상 만나본 어느 정신과 의사가 그러더라고
많은 사람을 상담하다보면
집안이 어려우면 소위 철이 빨리 든다고 하는데,
남들보다 어렵단걸 깨닫는 건 보통 10대 전후고
집안이 평탄하거나 여유로우면 그걸 깨닫는건 20대 중반 전후라고
그러니까 아직 애들은 모르겠지
크면서 깨닫겠지 좌절과 한계와 그게 유리천장이든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든 뭐든
물론 그마저도 최소한의 벗어나려는 노력 안해본 채 순응해 산다면
이것도 모르고 살겠지만
고인물에 적응하면 그 물이 썩은 물인지 모르는데
용이 되어 보면 그 웅덩이가 얼마나 구질구질했는지 깨닫게 되거든
여담인데
나 10대 때 알던 A언니가 시집을 갔는데
띠동갑 가까이 차이나는 택시운전사였지
그 언니 참 예쁘고 공부 잘해 미래가 촉망됐는데 집안이 가난했어
띠동갑 남자도 뭐......노모 한명에 딸린 동생 줄줄이, 모아놓은 돈 없고...
20대 초중반에 사랑에 올인해 덜컥 임신하고 결혼하더라
난 그때 더 어릴 때라 멋지다,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은 재벌은 아니더라도 지역 유지?쯤 되는 집안과 결혼한 그 언니 친구 B가
(물론 B언니도 대단한 사람이었음)
"저건 이기적인 거야. 곧 있으면 부모님들 한 군데씩 아플 나이고
애라도 태어나면 지옥일 거야. 본인 삶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 삶을 버린거야." 라고 하더라고
난 참 저런말 하는 B언니가 냉정하다 생각했는데
딱 그 말대로 흘러가더라
그런데 그래도 A언니는 행복하데
애들과 남편을 사랑한데
그런데 3자인 내가 보면 정말 안쓰럽지
애 둘은 티안내려고 애써서 고른 옷이지만 항상 돌려입는 저렴이 티 나는 옷에
집은 반지하 투룸에 시모에 애 둘에 남편에 개까지 키워
벽지는 낙서와 곰팡이로 항상 눅눅하고 더럽고
20년쯤 되보이는 연녹색/베이지 가구는 어딘가 한군데씩 부서져 스티커 범벅이고..
옷 서랍장은 거의 반쯤 내려앉은 플라스틱 서랍장에...
싱크대는 시트지가 벗겨지고 찐득한 떼가 껴 바퀴벌레 한마리쯤 지나가도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환경
그 언니 좋은 사람이었지만
점점 멀어지더라..
당연하다고 익숙해져있던 내 어릴적 같은 가난한 일상이
한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게되니
다르더라고..
언니 애들도 지금은 천진난만 행복해 보이는데
커 가면서도 그렇게 생각할까? 의문이 들더라...
그러던 중 그 언니가 하는 말 한마디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뎅~~~
"너는 돈있고 여유로우니까 이정도(우리 아이 쓰던 장난감, 육아용품, 만날 때마다 온갖 비용 등)
는 해줄 수 있잖아?"
이거 내가 가난했을 때 세상을 보던 딱 그 마인드더라 ㅎㅎㅎㅎㅎ
뭐 내가 아주 여유로워진 건 사실이니 해줄 수 있지만
그게 그 언니 권리는 아니잖아? 여튼 그러고 인연을 정리해가게 되더라..
어차피 생활이 달라지니 대화도 안통했고...일방적인 푸념을 받아주는 것도 한계라.
......뭐 난 지금은 벗어났다고 생각해 그 지독했던 가난에서
식당만 가도 경계어린 눈빛 받던 꾀죄죄한 꼬맹이에서
지금은 어딜가나 환영받고 고주망태의 폭언 없이
따뜻한 말이 오고가는 세상에서 사는 거
정말 꽤 괜찮아
기념일마다 호텔에서 좋은 식사를 하고
기분 내키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찾아 다니고
시간 없지만 짬내서 해마다 가고 싶은 곳 찍어 해외로 여행다니고
먹고 사는 이야기 말고 정치, 사회, 경제, 세계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집안일은 가사일하는 아주머니 써서 단 한번도 신경써본 적 없고
명품 "스타일" 옷을 사는 게 아니라 그냥 명품을 사면 되고
돈 걱정 없이 난 오로지 내 직업과 남편과 아이의 복지와 행복, 즐거움에만 신경쓰고...
뭐 이런 삶에도 가식이나 이면/양면성 단점 등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누가 인터넷에 어딘가의 명언이라며 그랬잖아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지만
자전거에 탄 채로 우는 것보단
벤츠에 앉아 우는게 편하다"라고..
두서 없는 거 나도 알고
술도 한 잔 걸친 김에 그냥 속에 있는 잡생각 토해보는 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너가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노력해봐 ..너 스스로 벗어나보려고 해봐
부자까진 아니어도 "여유로운 삶"이 어떤 건지 단 한번이라도 겪어봐
그럼 절대 두번 다시는 지금의 너로 돌아가기 싫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