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이야기는 배제하고 올려보라는 제안이 있어서, 이전 글은 삭제하고 재업해봅니다.
페미니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바로 메갈, 워마드일 것입니다. 이러한 커뮤니티로부터 사람들은 페미니즘의 분파를 가르고 있습니다. 현 주소에서 당신이 '어떠한' 페미니즘을 하고 있는지가 과연 중요할까요? 저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워마드나 메갈이 페미니즘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페미니즘을 욕되게 한다." 정말 그럴까요? 워마드나 메갈이 사라진다면 '페미니즘 = 건전한 것'이 되어 여성과 남성이 함께 페미니즘을 추구하고, 일베도 사라지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근절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워마드, 메갈 = 페미니즘'이라는 수식과도 같은 말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식이니까요. 워마드, 메갈이 사라진다면 그 다음으로는 그 자리에 여시, 쭉빵이 들어가게 되겠죠.
우리는 워마드나 메갈이 일궈낸 페미니즘의 입지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방식의 정도를 따지는 것 또한 무의미해요. 올바르게 나아간 페미니즘이 성행했다면, 왜 우리는 워마드나 메갈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전에는 페미니즘에 대해 그리 무지했었나요? "워마드, 메갈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준 것에 대해는 인정하지만, 이제는 사라져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세요?
좀 더 쉽게 말씀드릴게요.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에 저항하던 사람 중에는 글로써 저항한 '시인'도 계신 반면, 무력으로 저항한 '저항군' 또한 존재합니다. 모두가 일본에 저항하는데, 내가 '시로써' 저항한다고 해서, '무력으로 저항하는' 저항군들을 비난할 이유가 있나요? "일제강점기와 젠더권력을 비교하는 것은 너무 비약 아니야?"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일본은 한국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재력을 빼앗았으며, 인권을 빼앗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먼 과거부터, 남성들에게 헌신하였고, 남성들이 권력을 쥘 때 정계에 진출할 가능성도 턱없이 낮았으며, 한껏 후려쳐진 여권을 손에 쥔 채 살아왔습니다.
남성들이 그러한 젠더권력을 쥔 채 오래 지내왔기 때문에, 현재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잘못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지,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 저는 당신께 페미니즘을 추천하고 싶은 것입니다. "페미니즘? 그거 메갈이나 워마드 아니야?"라고 말하는 당신, 당신은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계신가요? 당신은 일제강점기, 무력으로 한국인을 제압하던 일본에 대해 무력으로 투항하던 그들을 "무력의 미러링은 무력^^"하며 조롱한 적이 있나요?
홍대 크로키 몰카 사건으로 인해 더욱더 많은 관심이 페미니즘과 워마드에 쏠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범죄의 미러링은 범죄일 뿐"이라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범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철저히 "방관"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대상의 범죄에 대해 "그러게 조심했었어야지", "남자는 동물이라 본능적으로 끌리니 옷을 제대로 입었어야지" "조신하게 다녔어야지" 등 2차가해를 가하며, 유출된 영상을 돌려 소비하면서도 "내가 찍은 게 아니니 범죄는 아니야"했던 남자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이중성을 보여주는 모습에 철저히 "비난"할 것입니다. 이 말이 결코, 남자대상의 성범죄는 신경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히 해두고 가겠습니다. 저는 다만, 이 사건을 통해 성범죄가 이만큼 강하게 처벌당할 수 있는 것이며, 이만큼 많은 "남"녀노소가 관심을 가지고 화내주는 범죄인지 처음 알게된 현실에 분노할 뿐입니다.
또한 이러한 젠더투쟁 속에서, 일부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하는 여성들을 향한 얼굴평가까지 놓지지 않고있습니다. "메퇘지"라는 말은 페미니즘을 하는 사람이 무조건 못생기고, 뚱뚱할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죠. 이 말이 얼마나 우스운 말인지는 당장 밖으로 나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평범한 외모의 여성"이 "훈훈하게 생긴 남성"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거나, 더 뛰어나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사실 페미니스트들의 외모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논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우스운 일입니다. 못생긴 여자가 차별대우에 대해 들고 일어나는 것은 시기, 질투일 뿐이며 예쁜 여자가 차별대우에 대해 들고 일어나는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할 그들의 사고방식이 저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페미니즘은 성평등주의이고, 그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면 해보시기 바랍니다. '너는 페미가 아니라 메갈이니, 동의 못 해!'하시는 당신에게 어떠한 페미니즘을 하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 세상 모든 남녀노소가 화장실 안에서 불안함에 떨든, 아니면 그 불안함을 척결하고자 모든 남녀노소가 젠더권력을 내려놓고 성범죄를 타결하든가 둘 중 하나의 사회가 도래하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열세인 여성이고, 당연하게도 제가 속한 집단이 당하는 범죄라면 응당 다른 집단 또한 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야만 그 불안감을 깨닫게 된 다른 집단이 우리를 향한 범죄를 멈춰줄거라 믿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러니 많은 여성, 남성들이 저와 함께, 각자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시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