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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나와 있으니 그만하자고..

결국 헤어졌다.
당신도 나도 건강도 별로고. 둘다 나이도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데, 미래도 불투명하고. 집안도 별로고. 한달쯤 같이 사는 동안 내 사는 게 영 꼴불견이었지. 맨날 트위터나 들여다보고. 게임이나 좋아하고. 하지만 그게 내 힘듬을 견뎌내는 방법이었다. 관심사도 크게 다르니 말도 잘 안통하고. 그래도 같이있는게 너무나 좋았기에 여기까지 왔다. 다가올 일요일이 2주년이었다. 서로 가족에게 소개도 시켰지만 구시대 마인드 가득한 내 가정환경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내가 그걸 조율할 깜냥도 되지 않는다고. 사람 쉽게 안변한다고.
자기도 너무 힘들지만 우리는 안 맞는다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마음을 접겠다고 한다. 참 냉정하게 잘라낼수 있구나 싶다. 그래도 당신 말이 옳음을 나도 안다. 당신도 나도 결시친 판을 너무 많이 봤다.
이렇게 될 일이었으면 초반에 안맞음을 깨달았을때 그만뒀어야 했을까.

나는 상실감에 일도 할 수가 없는데. 퇴근하자마자 옛날 함께 자주 갔던 동산 위 공원에 가서 같이 달 보고 소원빌던 구름다리 난간에 매달려 정말 미친듯이 울었다. 뛰어내리고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는 내가 무서웠다.
결별을 통보한 게 지난 토요일이었던 건 그나마 당신의 배려였겠지. 약으로 하루는 어떻게 버텼지만 도저히 견딜수 없어 늦은 퇴근을 하는 당신을 찾아갔다. 이미 들은 이야기를 조목조목 다시 들었다. 맞는 말이다. 불행한 일들이 뻔히 보이는데 감정만으로 뛰어들 수 없겠지. 무슨 말이든 말로는 경험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신이 다리를 다쳐 계단을 못다니게 된 게 1년이 넘었다. 젊은여자가 전철에서 엘리베이터 탄다고 꼬장부리는 노인네들 때문에 겁많은 당신 멘탈도 너덜너덜했겠지. 이제나마 차도가 보여서 다행이다. 조금만 조심하면 다 나아서 계단으로 다닐 수도 있겠지.

이제 마지막으로라도 당신네 집까지 업어 데려다주고 싶었다. 필요없다고 말하지 않아줘서 고맙다. 너무 자주 업어서 골반이 아팠던 날엔 계단 한 층에 한번씩 쉬어갈 때도 있었고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데려다 주고 돌아가는 길에 무조건 택시를 타야 했다. 그런데도 오늘은 쓸데없이 다리가 튼튼하게 느껴진다. 부쩍부쩍 계단을 오를 수 있는게 너무 슬퍼서 당신을 업은 채 한층 한층을 울면서 올라갔다.

그렇게... 마지막을 깔끔하게 끝내지 못해서, 찌질해서 미안하다. 당신도 이직하고 스트레스 가득하고 퇴근도 일찍 못하고 피곤했을텐데. 마지막에 한번만이라도 안아줘서 고맙다. 그래도.. 버려진 나는 냉정하게 끝맺음을 할 수 있는 당신이 부럽다.
당신이 힘들때 필요할 때 나는 다 팽개치고 당신과 함께했었다. 그런데도 나의 힘든 시기는 함께해주지 않는 당신이 야속하다. 삶은 어차피 힘든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도 원망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당신은 나를 묶어둘 수 있는 몇 안되는 끈이었다. 다시 우울증 약으로 연명해야 하는 삻은 싫다. 구차하다. 너무 힘들어서 잠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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