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포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너를 좋아함으로 인해 매일 독을 마시니까.
너의 성격이 너무 무서웠다. 자기학대식의 성격에다가 기본적으로 남탓할 줄 모르는 여린 사람인 너는 요즘 너무 위태로워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네가 자기 스스로를 상처입히고 있다고 했을때.
너의 주변에 진심으로 속편히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고 했을때.
그 모든 사실을 네가 아닌 다른사람으로 부터 알게 되었을때.
나는 굳이 그 모든 것을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네 입장에서 나는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너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너를 공격하는 것 들로부터 지켜주고 지지대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너는 좀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래, 그러니까. 적어도 남자를.
그래. 나는 남자가 아니지. 너도 아니고. 하지만 굳이 남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야.
나는 그냥 너를 좋아하고, 너는 너를 사랑하고 가치있게
여길 수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서 그 사람의 울타리 안에 숨어.
내 친구는 네가 나를 연애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단 한번도 그 관계를 원한 적이 없다.
친구조차 최대한 욕심을 내서 얻고싶은 자리니까.
너는 공인이 되고싶다고 했지. 나는 그런 너를 응원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진심을 드러낼 수 없었다.
공인이 된 네 과거에 흠이 되고싶지 않아서.
여태껏 무뎌지도록 상처받으며 열심히 살아온 네 인생에 흠을 내고 싶지 않았다.
술을 마시던 중에 내 친구는 나를 보며 울었다.
너무 슬프대. 내가 너무 개같대.
글쎄, 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어떤 순간에도 너의 사랑을 받는 나를 상상한 적이 없다. 슬픈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상상조차 어렵다는 것이었다.
네가 좋다던 노래를 들으며 운 적은 많다. 나는 네가 사랑하는 그 노래를 수백번 반복해 듣겠지만
그 어떤 가사 한 구절도 너로 하여금 나를 떠올리도록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멍하니 흥얼거리던 가사가
지독하게도 너를 닮아서 그렇게 또 울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것뿐이야. 그냥 그렇다고.
그 어떤 말을 해도 결국은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말이 되어버리니까.
나는 그냥 빨리 너를 포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정말로 죽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