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는 동생 얘기임.
동생의 신변보호를 위해 쪼금 각색하겠음.
악플은 미래가 없음으로 음슴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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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처음 봤을 때부터 독특한 아이였음.
모 스터디 동아리에서 첨 봤는데 이 아이가 동아리 가입한 날
사실 우리 워크샵(이랴고 쓰고 놀러가기) 가는 날이었음.
오후 출발인데 그래도 신입 이니까 오늘 우리 가는데 올래?라고 솔직히 예의상 물어봤음.
이미 기존멤버들 친목이 장난 아닌 상태였고(일주일에 6일 만남)
얘는 이 모임에서 아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당연히 다음에 친해진 후에 가요 할 줄 알았음. 보통 다들 그러고.
근데 이 아이는 배낭메고 왔음.
모두 놀랐음.
그 아이가 가입했다는 것 자체도 다들 잘 모를 그렇게 빠른 시간이었음.
운영진인 나로서는 괜찮을까 걱정했음.
전혀 검증 안된 아이이기도 하고 인원수 많아서 살뜰히 챙겨줄 수도 없는데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여행에 껴들지 못해 상처받지 않을까 싶어서.
근데 애가 가만보니 천연임.
은따가 불가능한 타입의 천연.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 해맑게 어울림.
오늘 가입해서 오늘 여행가니까 신기하고 좋아염~ 그러면서.
척척 말도 잘걸고 일도 빼지 않고 하려고 하고 성격 대박 좋은 아이였음.
성격 좀 까탈스러운 멤버가 나 너 불편해-눈치를 줘도 그걸 읽지를 못함.
일부러 저러나 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그런 아이였음.
결국 눈치 주던 사람이 포기하고 같이 놀게 되는, 신기한 매지컬 파워를 가진 애였음.
이런 류의 에피소드가 개 많음.
눈치가 없고 말도 많은 아이라 실언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애가 매우 착하고 명랑하고 순수함.
애가 워낙 붙임성이 좋고 윗사람에게 깎듯해서
처음에 쟤 좀 이상해~ 하던 사람들도 결국 다 기본적으로 걔를 좋게 봄.
그렇게 약 십년이 흐르고...(각색있음 ㅋ)
그 아이가 느닷없이 남자를 데려오고 결혼했음.
헌데, 놀랍게도 어쩜 그렇게 자기랑 비슷한 남자를 잡았는지.
남자는 눈치가 일반 평범한 남자 수준이긴 했지만
말이 장난 아니게 많다는게 똑같았음.
머리 속으로 생각을 담아두지 못하는 커플이라고 혀를 내둘렀음.
어쨌든 착한 아이들이고 서로 사랑하니 보기는 좋았음.
그리고 그 아이는 통 연락이 잘 안됐음.
결혼하고 직장 옮기고 어쩌고 하느라고. 그리고 임신도 했고.
그러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났음.
여기서부터 본론임.
배가 이만큼 불러 나와 결혼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는데 얼굴이 환함.
시댁에서도 자기가 너무너무 사랑받고 있다고 함
우리는 축하해주었음.
특히 시어머니가 자기를 너무 좋아한다고 하며 행복해 함.
우리는 다행이네 했음.
애가 워낙 착하기도 하고 명랑하니 어른들이 좋아할 수 있겠다 싶었음.
그런데 갑자기 반전의 말이.
요새 어머님이 좀 변하신것 같다 그러는 거임.
뭐가? 물었더니
어쩐지 자꾸 전화를 짧게 끊으시려고 하는거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임.
한 3초 정적.
그리고 우리는 다 빵터졌음.
위에도 썼지만 이 아이는 말이 많음.
솔직히 한 반나절 같이 있으면 멀미가 날 정도.
그 남편도 말이 많아서 둘이서 잘 맞는다 싶었는데 그 시모는 아니었나 봄.
그 아이는 도대체 왜 언니들이 웃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리둥절.
우리가 하도 눈치없다고 놀려서 얘는 자기가 느낀게 맞는지 궁금해서 상담차 물었던거임
그래서 내가 물음.
시댁은 자주 가냐고.
그랬더니 요새는 너 몸 무거우니까 오지 말라고 하신다고 함.
우린 모두 또 빵 터졌음.
그 위험하다는 임신 초에 직장다니는 며느리를
부지런히 부른 시댁에서 이제 안정기인데 오지 말라고? 하면서.
어머니가 너랑 얘기하다 지치셨나보다 그랬음.
아, 평소에 우리는 얘를 이 말 많은 것 하면서 놀리곤 해서
이 아이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앎.
그런데 이 아이가 부정함
아니라고, 어머니가 자기랑 얘기하는거 좋아해서
맨날 아침저녁으로 전화했었다고. (헉...)
그런데 언젠가부터 좀 변하신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자기 오해겠지요? 하면서.
어떻게 변하셨냐 물었더니,
예를 들면,
어머니, 그래서요 제가요 병원에 갔었는데 초음파를 봤거든요.
응, 잘 있으니 됐다. 그래그래, 우리 며느리 사랑한다~ 하고 길게 말한다는거임.
그래서 우리는 또 빵터지면서 진짜 끊고 싶어하시는거 맞는데? 그랬음.
그랬더니 이 아이가 반박 함.
아니에요, 어머니가 저 사랑한다고 하신단 말이에요. 전화 할때마다요!
그래, 사랑은 하겠지... 사랑 안한다는게 아니라 그냥 좀 지치셨을거야
그러고 우리는 또 모두 웃었음. 아놔 이 해맑음이여..
그 눈치를 우리는 설명해줄 수 없었음. 솔직히 웃겨서.
우리의 반응에 이 아이 혼자 혼란에 빠져서 아닌데, 아닌데 하다가 갑자기
시댁에 가면 음식은 어머니가 다 해주시고,
설거지 같은 것도 남편이 나서서 다 한다고
그걸 봐도 어머니가 자기를 엄청 좋아하시고 사랑하신다고 말을 덧붙임.
그래서 내가 넌 뭐하냐고 물었음
주로 시아버지 말상대 해드리고 수다 떤다고.
시부님도 자기를 너무 예뻐해주신다고 함.
알고보니 남편이 시부 닮아 말이 많았던 거임.......
우리가 보기에는
그 시모님이 아들만 둘이라서 딸에대한 로망이 있는 타입의 평범한 시어머니같았음
그래서 딸같은 며느리를 매우매우매우 기대하셨던 것 같음.
자주 만나고 아침저녁으로 통화하고 같이 이곳저곳 다니고
그런 옛 어머니가 기대하는 살가운 며느리상이 있었던 것 같음.
결혼 초반에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그런 각이었음.
헌데 들어 온 며느리는 한술 더 뜨는 며느리라
어머니가 지쳐서 ㅈㅈ치신 것 같다고 추리함.
부엌에 안 들이시는 것도 이 아이의 수다에 지쳐서 그런 것이라고 우리는 믿음.
하지만 이건 단언할 수 있음,
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좋아하고 잘 해주고 싶어하시는 마음은 진심일거라는 것.
이 아이가 맘 씀씀이가 예쁘고 그 시모님이 얘한테 평소에 보내고 해주는 것을 보면
그건 확실해 보임.
하지만 동시에 전화나 만남은 줄이고 싶어하는 마음도 우린 알 수 있었음.
(우, 우리도 가끔... 네가.. 힘 들때가 있.... 거든..ㅠㅠ)
얘랑은 우리가 워낙 오래된 사이고 친하니까
야, 나도 말 좀하자 이것아! 입만 동동 뜰 기지배 하고 던짐.
그런 말 들어도 얘는 헤헤 웃으며 제가 또 그랬나요? 그러고 넘김 ㅋ
하지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그러기 쉽지 않은데다가
이 아이는 매 순간 울 어머님이 날 너무나 사랑하셔!!! 그런 감격의 레이저를 초롱초롱 쏘는데
차마 그렇게 면박주는 말은 못하셨을거임.
평범하고 고집은 있지만 자식 우선하는 시골 어머님 타입이시라.
말 많은 남편과 아들에게 지친 어머님이 며느리에게 출구를 찾았건만
엄청난 수다쟁이에 천연인 며느리가 들어왔다는 것이 허허허허...
어머님의 일생... 화잇팅.. ㅠㅜ
여튼 아기도 건강하고 예쁜 아이가 태어났고 현재 둘째 임신 중.
이 아이랑 연락하다가 애기 태어나고 어머니랑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요새는 전화보다 주로 톡을 하신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아기 보여드리고 싶어 자기가 영통을 걸긴 하는데
어쩐지 어머니는 동영상을 더 선호하신 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전히 사랑한다 인사는 꼭 해주신다고 함. 톡으로 ㅋㅋㅋ
얼마전에 막 걸음마 시작한 아기와 함께 만났는데
얘가 업그레이드 됐음. 애기를 상대로 끊임없이 말을 함.
그래서 방문한 우리는 점점 말을 잃었음.
아기에게 말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며 원래 말 많던 애가 말이 더 많아진거임...ㅠㅠ
우리에게 계속 말을 하거나 아니면 아기에게 계속 말을 하는데
단 30초의 텀도 없는, 아기를 상대로는 더욱 하이톤의 그 목소리....
한 네시간 만났는데 함께 만난 친구랑 나는 완전히 지쳐서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귓가에 그 아이의 목소리가 계속 쟁쟁 울리는 경험을 똑같이 함....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무지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그 시모님은 이제 손주도 엄청 말이 많은 손주를 보게 되었구나..
아아, 어머님의 삶이여...
하고 잠시 애도했음.
어쩌면 심각해졌을 수도 있는 고부 간의 갈등을 이 아이의 천연성과 수다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퇴치해버린게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끝을 맺지...
대한민국 며느리님들 홧팅!!!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