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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소개팅

ㅂㅂ |2018.05.27 12:59
조회 2,878 |추천 15
5주년을 일주일 남겨놓고 차였다. 다른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걸 알아서 붙잡지 않있다. 넌 내가 모를 줄 알았겠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페이스북에 그 여자 이름을 검색하는 걸 보고 네가 그 여자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걸 알았다.

너희 회사에 새로 들어왔다던 한살 연상의 여자. 네 취향은 절대 아니라고 했던 그 여자. 얼마전에 남친이랑 헤어졌다고 했던 그 여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할 때, 점심시간에, 퇴근해서, 잠자기 전에. 너의 하루가 그 여자로 시작해서 그 여자로 끝나는 걸 알았다. 지금의 내가 네 이름을 검색하듯이. 내가 널 생각하는 것처럼 넌 그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보내줬다. 껍데기랑 연애해봐야 비참하니까. 아무리 널 사랑한다해도 난 그정도 자존감은 있으니까. 다른 이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아진 거라서. 날 사랑하지 않는 너에게는 어떤 사과나 약속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제 공식적으로 솔로가 됐으니까 넌 그 여자에게 다가가겠지. 언젠가 네 프사나 페북에 그 여자랑 관련된 사진이 올라오지 않을까 항상 마음 졸였다. 이 짓거리가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알면서 너를 들여다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붙잡지 않았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네가 다른 여자랑 있는 모습을 견디기가, 내가 혼자서는 그걸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너에 대한 사랑과 증오, 애증만이 가득했고 어떻게든 너보다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헤어진지 두 달째. 건너건너 소개팅을 받았다. 얼굴도, 직업도, 집안도 그럭저럭 괜찮은 남자.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자연스런 만남이 아닌, 억지로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으로 사랑을 덮어보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깨달았다. 이별을 잊으려고 억지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상처에 스테이플러를 찍는 것같은 짓이었다는 걸. 상처가 자연히 아물게 놔뒀어야했는데, 그걸 억지로 다물어 보겠다고 스테이플러를 찍어버린 것이다.

상처는 전혀 아물지 않았고 썩어서 곪아버렸다. 이전까진 그래도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난 너없이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만나고나서야 무슨 짓을 해도 널 잊을 수 없다는 걸, 내가 널 잊을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오직 시간만이 답이라는 걸.

난 이제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못잔다. 소개받은 사람에게 애프터가 들어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추천수15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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