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디자인회사(5인 미만) 근무중이었던 5년차 여성입니다.
첫 면접부터 사장님 욕을 하는 면접담당자(본부장, 팀장)를 보며 역시 이 회사도 녹록치 않겠다 싶었는데, 끝을 보니 역시나네요.
결론적으로 근속 1년되기 15일 전에 잘렸습니다. 퇴직금을 못받은거죠.
다니면서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입사 4개월 째 1차 해고 통보, (다른 직원 4명은 다 그만 두었고 저와 부하직원만 다시 붙잡길래 더 다녔습니다. 현재의 저처럼 1년되기 며칠 전에 잘린 팀장님도 계셨구요. 사장님이 퇴직금 주기 싫어서 상습적으로 자르는 걸로 판단되는 근거입니다.)
그 이후 사장님으로부터 퇴근시간 이후 밤늦은 카톡과 전화 지시, 20분 조기출근 강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수시로 퇴사 종용, “야, 너, ..”의 반말 및 폭언(너가 다른데 가면 뽑아줄 것 같냐, 나니까 너희 데리고 있는거다, 너네 일 똑바로 못하냐...), "회사에 일이 없으니 영업 해와라" 눈치 주는 등..
정말 다니는 내내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이악물고 버텼습니다.
사장님이 영업을 못해와 회사에 일이 하도 없어서 없는일 만들어 하느라 야근도 했습니다.
이런 숨막히는 근무 환경속에서 조금이라도 큰 소리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저는 업무도 깔끔하게 처리하려고 더 노력했구요.
그러다 1년되기 15일 전, 저와 제 부하직원이 2차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장에게 불려가서 회사가 어려워 사업을 정리할거고, 지금 하는 업무가 없으니 그냥 오늘 정리하라는 얘기를 듣고 **별 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못한 후,
사장실에서 나와서 ‘해고는 해고를 원하는 날짜로부터 30일 이전에 통보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30일치의 통상임금(해고예고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한다’는 법령이 있음을 확인하고,
저는 퇴직금도 못받는 상황이니 ‘해고예고수당’을 받아야겠다고 이야기했고,
“내가 힘들어서 주고싶지만 언제 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본인도 미안한 부분이 있으니 (본인은 퇴직금 발생 직전인 줄 몰랐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는데..믿을 수가 있어야죠) 60일 안에 처리해주겠다.”는 식의 답만 듣고서
뭔가 탐탁치 않아 작성하고 나가라고 나눠준 **사직서에 ‘경영악화로 인한 해고’라고 작성하고 나왔습니다.
사장님이 끝까지 이렇게까지 해야겠냐며 눈시울을 붉히며, 본인은 가슴이 아파 **해고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게 조금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인정이 많고 따뜻한 분은 아니셨는데.. 왜..?
사장님께서 차라리 평소에 내가 인맥이 넓고, 주변에 돈 되는 일을 다 가져올 수 있다는 둥 허풍떨지 않았다면...
본인의 사업능력 부족과 재정악화를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퇴사준비할 시간을 주며 사직을 권고했다면,
근로자로서 업무가 없고 수익이 없으니 사장님에게 부담되지 말고 당연히 나와야지..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안녕을 빌어줬을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는 통상 있을 수 있는 망한 회사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괘씸한 포인트가 한 두가지가
아니더군요.
1. 해고 며칠 전, 신규 채용될 영업직원 명함 제작 :
저를 통하지 않고 제 부하직원에게 직접 지시했더라구요..
저는 몰랐거든요 사람을 뽑는지. 근로감독관께서도
이 점은 미심쩍게 보았습니다. 사업을 정리한다는
사람이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정식
절차를 밝아 입사시킨 건 아닌 듯 해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 해고통지서 교부 요청 거부 :
해고 통보는 무조건
서면으로 받아야합니다. 구두 해고 통보는 인정되지
않는다네요. 달라고 했더니 어디다 쓸거냐며, 본인은 안 써줄거라고 하더라구요.ㅋ
3. 고용보험 상실사유(퇴사사유) 허위 신고 :
저희를 ‘근로자 귀책사유로 인한 징계해고 또는
권고사직’으로 신고했더군요. 본인은 실수라고 하는데,
말은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죠...
이것 때문에 해고예고수당은 커녕 실업급여도
못받을 뻔?
4. 사업 계속 유지 :
작업 중이던 프로젝트 마무리를 위해 팀장님 한 분만 남겨두고 자른 상황이었는데 팀장님도 얼마 안 가 정리될 것 처럼 말씀하셨지만 계속 근무중이십니다. 그냥 자르고 싶은 사람만 댕강 잘려나간 거 겠죠.
위 사건들을 곱씹다가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노동청에 ‘해고예고수당 진정’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즉석에서 접수관님의 통화를 통해 사장님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급해 줄 의향이 있다더라고 전달받았습니다.
접수관님도 저의 입사, 퇴사 날짜 보시더니 퇴직금 주기 싫어 고의로 그런 거 아니냐며 괘씸하다고 혀를 내두르시더군요..
며칠 후 근로감독관께서 조율을 위해 출석일을 잡아 출석해서 조서꾸미고,
감독관께서 회사 재무재표와 빚 등을 보아하니 돈 나올 구석이 없겠다고 사장님 사정을 동정하고,
만일 저희가 형사, 민사처벌을 원해서 검찰로 넘겨도 이런사안은 결국 무죄로 결과가 나오니 포기하는 쪽으로 유도하셨고,
조서꾸미고(조서에 형사,민사처벌 의사 여부에 저는 아무 대답하지않았는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임의로 작성하셨던데, 이건 뭘까요..? 그 자리에서 집어내지 못한 게 내내 찝찝한 부분이네요..)
사장님과 대면해서 내가 지금도 사정이 힘들다, 차 몇대씩 있던거 다 팔았고 개인 빚이 몇 억이다, 내가 그렇게 나쁜사장이었냐... 슬픈이야기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이 사건엔 아무 혐의가 없어 사건 종결되었다고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사장님은 나가달라 권고했고, 근로자는 나갔으니 권고사직인거고, 그래서 저희는 해고예고수당을 법적으로는 받을 근거가 없는거랍니다.
그럼 이 나라에 ‘해고’는 존재하는걸까요..?
저의 경우와 같이 불합리한 갑질이 근절되길 바라며 위에 본문 중 제가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 포인트들을 **별표 표시하고 해고예고수당 받는 법을 정리 해놓았습니다.
<5인 미만 사업주에게 해고예고수당 받는 법>
1. 30일 안쪽으로 그만 나오라는 얘기를 듣는다.
2. 녹음기를 켠다.
3. ‘지금 해고하시는 거냐, 나는 더 다니고 싶다’고 어필한다.
4. 사직서는 절대 작성, 제출하지 않는다. (해고라고 써도 안된답니다)
5. 해고당한 다음날에도 뻔뻔하게 출근 한다. 내쫓겨도 출근은 한다.
6. 모든 근거 취합(녹음본은 녹취록으로)해서 노동청에 ‘해고예고수당 진정’ 넣는다.
5인 이상 사업장이었으면 ‘부당해고 구제’ 등으로 조금 더지렁이가 꿈틀할 수 있었을텐데, 이런식으로 맥없이 끝나버려 속상합니다.
노동법, 근로기준법 등 최소한의 근로자 권리를 보호해주는 기준마저도 ‘5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에만 한정’하기 때문에 편법으로 요리조리 피해 갑질하며 폭리를 취하는 사업주들이 만연하다고 들어는 왔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정말 근로 의욕이 뚝뚝 떨어지네요.
청년 실업 문제의 화살을 쉬운 일자리만 찾는 청년들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이익, 복지는 커녕 정말 필요한 권리마저도 보장 안되는 사각지대를 돌보아야하지 않을까요?
저는 소기업 근로자가 부당한 대우에 소리낼 '자격'을 갖기 위해 도대체 무슨 액션을 더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