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겠다
추위가 한창이던 어느 겨울 날
넌 좋아하는 강사가 야외 강연을 한다고 해서
내가 일하는 시간에 혼자 보러갔지
그날은 무척이나 춥고 흐린날씨에 바닷가 바로 근처라
미친듯이 바람도 불었다
다행히도 강연장소가 내가 일하던 곳에서 15분 정도 거리였고
내 일을 마무리 짓고
추위에 떨며 강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너를 생각하며
미친듯이 뛰었다
너한테 달려갈수록 너와 나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네가 날 밀어내듯 더 세차고 시린 맞바람이 불었고
나는 추운것도 잊고 널 향해 달렸다
강연장에 도착했을때 수백명의 인파속에서
오롯이 앉아 머리를 쓸어올리는 너를 단3초만에 발견했고
등뒤로 돌아가 뒤에서 너를 끌어안았다
강연시작부터 끝까지 너는 네가 좋아하는 강사를 향해
앞을 보고 있었고 나는 너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조금이나마 네가 덜 맞았으면 해서
꼭 끌어안고 있었지만 너는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넌 몰랐다
네가 앉아 있던 낮은 벽에 간신히 튀어나온 돌에
발가락만 겨우 걸쳐서 올라가 매달려있었다는 걸
너를 추위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네 등을 가려주기 위해서는
그 조그마한 둔턱에 내 온몸을 맡겨야만 했다
그때 넌 그랬지 심장이 왜 그렇게 뛰느냐고
하지만 넌 몰랐다 내 심장이 뛰는것보다
내 몸이 더 많이 떨고 있단 사실을
너 대신 막아서던 바람에 나는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널 지켜내기 위해 둔턱 위에서 다리를 떨어야했다
그러다 너무 힘겨워 잠시 내려가면 그대로 네 등이 바람에 노출이 되었다
나는 그 자그만 둔턱에 다시 올라가야했다 널 지키기 위해
너무 춥고 힘겨울땐 잠시 네 등에 기대 눈을 꼭 감았다
그렇게 두시간정도의 강연이 끝나고 널 집으로 보냈다
내 사랑 그 자체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오랜시간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답을 찾았다
너에게 주었던 모든 사랑은
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더라
'그 추웠던 그날' 이라고
일을 마치고 쉬고 싶어도 떨고 있을 너에게 달려갔던 것도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너의 손짓하나로 널 한순간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도
그 조그만 둔턱위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막아내며 매달려있던 것도
지독히도 너만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해도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건
너를 위한 내 희생이 당연한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헤어졌고 시간이 흘렀다
너는 여전히 마지막 순간에 내 거짓말로 인해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나를 너의 세상밖으로 밀어내고 너의 삶을 살며 나를 잊어간다
하지만 너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다른곳에 있다는걸 넌 알지못한다
너와 내가 헤어진건
손을 맞잡고 함께 걸었던것이 아니라
너는 앞만보고 걸었고 나는 너의 매순간 너의 등뒤를 지켰기때문이다
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바라보며 걸었다
나는 그런 너의 등을 지키고 너를 지켜보며 너를 앞으로 밀어주었다
그 모든 것을 네가 알던 알지 못하던 그 가치가 너에게 어떤것이던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 너를 향해 나를 던졌다
함께 하는 동안 내가 너에게 했던 모든 말과 모든 행동 뒤에는
'그 추웠던 그날' 처럼 네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네가 기억하는 나에 대한 모든것들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그 뒤에는 내가 있었다 내 마음이 있었다
너에게 알려주었던 노래들도
왜 그런 곡들을 네게 소개했는지 너는 알지 못한다
내가 너에게 보였던 그 눈빛속에도
너에게 하지 못할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
너에게 주었던 자그만 선물들과 편지의 말 한마디조차도
단 한가지도 못다할 이야기가 없는 선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그 날의 너는 나에게 와달라는 말을 한적이 없다
내 의지로 널 위해서라며 나를 던졌고
너는 원한적도 바란적도 없다는걸
네가 몰랐다고 해서 널 원망할 자격이 없다는걸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는
너는 나에 대해 생각보다 너무 몰랐고
나는 너에 대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알았기 때문이었다
너에게 있어 내 사랑은 눈에 보이는 사랑이었겠지만
나에게 있어 내 사랑은 눈에 보이는 사랑보다 보이지 않는 더 큰 사랑이 있었다
그게 우리의 만남이었고 그게 우리의 이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