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엄마와 연을 끊는 게 답일까요

우울 |2018.07.13 12:48
조회 42,400 |추천 115
* 예전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다시 올립니다. 20대 중후반 남자입니다. 무난하고 겉으로 보기에 화목한 집안인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유독 사이가 안 좋았어요. 특히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이 기폭제가 되어 반년째 엄마랑 말을 안 하고 있는데요. 다음 달에 독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 조언을 구하고자 여기에 글을 올립니다. 올해 초에 제가 원하던 곳에 입사를 했어요. 한 달 동안 연수를 받고 집에 와서, 짐을 풀면서 가족들이랑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엄마가 제 말을 전혀 안 듣고 자기 할 말만 하시길래 왜 그렇게 아는 체를 하시냐 말했더니 기분이 나빴는지 갑자기 개새x 씨x새x 욕을 퍼부으면서 집에서 꺼지라고 하시더라구요. 내가 뭘 위해서 달려왔을까, 순간 맥이 탁 풀렸어요. 그때부터 엄마하고 말을 안 하게 됐어요. 단지 그 단편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라, 돌아보면 이십 몇년 동안 저를 너무 막대했어요.. 틈만 나면 소리지르고 욕하고 안 받아주면 자살하겠다고 하고. 제가 애기 때부터 저 앉혀놓고 아빠와 아빠 식구에 관한 모든 불평불만을 저한테 쏟으면서 머릿속의 이상적인 가정상을 파괴시켰어요. 또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저를 북돋아주기는커녕 질책으로 일관하면서 저를 위축시키고 자존감 낮추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본인 인생에서 힘든 부분이 항상 저보다 우선해서, 제 상처는 쉽게 묵살당했어요. 저도 성격이 사회성도 부족하고 사람들하고 원활한 소통에 애를 먹는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부정적인 말과 태도로저를 도배해서 그런 것 같은 피해의식이 너무 커요. 회사 다니면서 사회생활 안에서 저의 모남과 꼬임이 엄마로부터 유래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밝고 활발한 동기들을 보면서 제가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있다고도 생각했구요. 사춘기도 아닌데, 이렇게밖에 생각 못하는 저 스스로도 너무 괴롭습니다.. 얼마 전에 술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길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를 지나는데 가는 길 내내 펑펑 울었어요. 몇 년 전 수시를 치고 합격을 확신하며 나오는 저를 엄마가 처음으로 세상 행복한 미소로 바라봤거든요. 충분히 저에게 애정 표현을 하고 저를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인데 제가 당신 웃게 해드리려고 전교 1등도 하고 대기업도 들어가고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왜 제가 뭘 하면 단 한 번도 "수고했다"는 말을 안 해줬는지. 왜 제가 집에 들어갈 때 단 한 번도 "고생했다"는 말을 안 해줬는지. 왜 저한테 단 한 번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이란 그 쉬운 말을 안 해줬는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살면서 남들은 다 느끼는 모성을 못 느끼면서 살아왔는지 원통하더라구요. 저를 사랑하는 것 같기는 해요. 지금 말을 안 하는 상황이지만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저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맨날 밥 해주고,저한테 필요해 보이는 옷이나 약, 물건 같은 거 있으면 사다주고.
그런데 얼마 전에 <안녕하세요>에서 이영자 씨가 울면서 왜 그런 말을 했잖아요. 부모는 무조건 자식한테 사랑한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모른다고요. 그 말이 자식에게 뿌리가 돼서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고. 그런데 저한테는 그 뿌리가 없어요. 특히나 엄마를 마음 속에서 삭제하기로 다짐한 올해 초 이후로 마음의 구멍은 더 커졌어요. 그래서 이제는 엄마에 대한 감정이 애증인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건지도 헷갈려요. 다음 달이면 독립을 합니다. 평생 엄마를 안 보고 살면 나중에 후회하긴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를 보는 게 제게는 고통이고 고문이에요. 너무 괴롭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115
반대수4
베플ㅇㅇ|2018.07.15 14:23
애정결핍이네요 부모한테 사랑 못받은 자식은 부모안보고 사는게 답이예요.. 사랑 못받은게 명백한 사실인데 계속 그사람을 보게되면 본인은 한없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회성도 부족한 사람이 되겠죠 사랑 듬뿍받고 자란 사람이 자신감도 넘치고 성격이 유하듯이요.. 얼른 엄마한테서 발빼고 본인이라도 본인을 사랑하는 연습을하세요 독립하게 되어도 가능한 마주하지 마시구요 자식으로 하여금 그런마음을 품게 한것은 죄예요 양껏 잘해주지는 못해도 부모가 항상 자길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만 해줬어도 자식은 그걸 밑거름으로 살아갈텐데..
베플ㅇㅇ|2018.07.15 16:05
저도 부모님이 그러셔서 번호바꾸고 집 비었을때 이삿짐센터 불러서 짐 다빼고 독립했습니다. 더이상 같이 살다가는 정말 자살할것같더라구요.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을 완전히 관전모드로 보고있고 폭언을 폭력을 당해도 그냥 멍하고 그래서 이렇게 살다가는 진짜 내가 나도모르는게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요. 그냥 도망갔어요. 네달정도 진짜 친한 친구 두세명에게만 사정 얘기하고 일도 안하고 혼자 여행도 가고 집에 가만히 있기만 하고 제 정신상태를 돌보는 데에만 집중했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먹기만 하는데 일주일만에 살이 5키로가 빠지고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고요하게 있는게 너무 좋았어요. 지금은 다시 제가 좋아하는 일 (그전에는 부모님이 원하는 일을 했어요) 시작해서 인정받으면서 잘 지냅니다. 이제 한달에 한번씩 본가에서 일박 하는걸로 약속해서 (연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더라구요. 서로 생각하는 최소한의 횟수를 한달에 한번으로 정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은 가지만, 아빠 일 특성상 엄마가 집에 혼자 계실때가 많아요. 그래서 엄마 신경쓰여서 두 번 갈때도 있는데 어쨌든 갈 때마다 또 씁쓸하고 스트레스받고 그래요. 지금 이 기간이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면 후회될 기간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일단 제 인생은 제 것이니까 제 정서적인 부분은 제가 돌봐야 할 테니까, 제 마음의 평화부터 찾기로 했어요. 그동안 제 인생 없이, 돌아가시면 후회할까봐 다 맞춰드리며 살았거든요. 우울님도 본인 정신건강 본인이 잘 챙기셔서 다시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좀 이기적으로 사셔도 돼요. 배려터지게 사셔서 그런거예요... 아 이러면 너무 이기적인거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어도 전혀 이기적인게 아닐걸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아요 우리. 나 아니면 나 챙길 사람 없습니다...
베플ㅋㅋ|2018.07.15 21:43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고민 생각하고 있는 분들 많네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