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인 친구 이야기.
그친구는 집이 많이 가난했다.
그런데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았다.
노래를 좋아했고, 책을 좋아했고, 짤짤이같은 코묻은 돈내기에도 항상 끼었고
축구를 썩 잘하진 않았지만
겁도없이 공에 머리갖다대는걸 잘해서 반대표로 축구멤버에도 뽑히고 그랬던 친구.
겉은 옷도 꾀죄죄하고 피부도 좀 까만편, 왜소함.
솔직히 그때 우리 부모님은 그애랑 어울리지 말라고
다른친구네 집에 학부모 모임할때 날 데리고 가서 다른친구와 베프가 되게 만들고 그랬다.
그 친구랑은 초등학교 3학년때 같은반 이었고 (이때까지는 국민학교였음)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반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때는 초등학교였음)
그때 우리 초등학교 6학년의 분위기는
중학교가 아무리 추첨이더라도 (뺑뺑이) 중학교 진도 따라가려면 영어 수학을 미리 해야한다는
그런분위기였는데.
학교교과 과목에는 영어수학이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지방도시에서 나름 잘사는 축에 들어가는 부모밑에서
영어수학을 선행학습하였는데
어느날 그친구가 와서 나보고 "어 영어공부하네? 나도 영어좀 할줄아는데!" 라고 했다.
나는 별 생각없이 그친구와 대화하게 되었는데
한가지 기억하는 바로, 영어를 무조건 일단 읽었다. 그친구는
영어를 어디서 공급받나 했더니 자기 형이 듣는 팝송 NOW 라는 테이프가 있는데
거기에 적힌 영어가사를 노래들으면서 계속 읽는거였다.
나는 영어를 글자로 외우고. 단어로 발음기호로 외우고 있었는데
그친구는 그냥 듣고 영어글자 보면서 읽고있었다.
내가 영어사전을 보여주며 이건 이렇게 읽는거야 라고 막 설명했더니
정말, 한번에 알아듣고
"아~ 그래서 이단어를 이렇게 읽었구나" 라고 혼자 중얼거리는걸 보고
그때 처음 이친구가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학교성적은 별로 좋지않았다. 늘 공부하는 모습은 보기힘들었고
소위 학교에서 쌈좀 한다는 친구들과 우루루 같이 놀고다니고
맨날 짤짤이판을 기웃거리고 그랬다.
나도 그친구의 권유로 같이 몇번 놀기도 놀았는데 방과후에는 항상 나는 학원가야해서
그렇게 많이 친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중학교 진학 얼마앞둔 어느날
나는 평소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요즘말로 은따 를 당하게 된다
정말 별거아닌 이유였다.
우리아빠가 차를 샀는데 그때 소나타를 산걸 내가 소나타 골드라고 말했던게
은따? 의 이유가 되었다. 거짓말쟁이라고
같이 학원갈때도 나를 빼고 자기들끼리 먼저가고 점심시간에 밥먹을때도 날 빼놓고 먹고...
나는 자존심이 상해 엄마에게 학원을 그만두고 중학교 진학하면 중학교 근처 학원다니겠다고
말하고 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가 다 없어져버렸다.
시간이 약간 흘러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등교길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친구가 집도 비슷하고 한데 아침에 만나서 같이 학교가자고 제안하였다
당시 중학교에 가려면 걸어서 15분거리였고 가는길에 오락실이 2군데가 있었는데
그중 아침일찍 문여는 한군데 오락실에서 보통 우리동네 애들이 모여서 갔었다
근데 나를 은따시키던 그 친구들도 그 오락실에 있어서
나는 거기를 항상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 나도 오락좋아했는데... )
하지만 입학 1주일도 되지않아 나는 그 친구랑 같이 등교를 하며
그 오락실에 가게 되었고
나를 은따시켰던 친구들이 그친구에게
나랑 어울리지말라고 왜 학교 같이가냐고 말하는걸 듣게 되었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나랑 같이 다녔고
그렇게 그친구와 나는 베프가 되었다.
그 친구는 중학교 1학년 입학하자마자
학원다니는 친구들, 선행학습했던 애들 다 제치고 반에서 중간고사1등을 하였다
그친구는 키가 작은편이라 맨 앞줄 앉았는데, 교과서와 선생님 필기만 해도
거기서 문제 다 나오니까 너무 쉽다고 말하곤 했다.
어느날, 그 친구가 공부와 담을 쌓게 된 계기가 생기게 되었는데...
(사실이게 결정적인 계기는 아니었단걸 최근에 알게됨)
기말고사 기간에 음악선생님이 시험예상문제 프린트물 같은걸 나눠줬고
다수의 문제가 거기 예상문제 대로 기말고사에 문제가 출제되었다.
그 예상문제 대로라면 4번이 정답이고 대부분 4번으로 정답을 맞혔는데
그친구는 교무실까지 가서 3번이 정답이라고 우기는 사건이 생겼다
나와 그친구는 반이 달라서 하교길에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시험예상문제지에는 한 마디안에 4분음표옆에 점이 찍혀있었는데
실제시험문제지에는 그 마디안에 점없는 그냥 4분음표 였다는 거였다.
그러면 빈칸에 들어갈 음표는 이것인데
예상문제지대로 4번이 정답이 되어버리면 악보안? 마디안?에 들어갈 박자수가 초과한다
뭐 그런말이었다. (기억이 약간 가물가물하다)
이 문제로 그친구는 담임한테도 얘기했는데 담임이 그냥 한문제 틀린걸로 해라.
인쇄가 흐릿하게 된거다
라고하며 오히려 음악선생님 편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친구는 또 반에서 1등을 하게된다. 이번엔 전교석차도 6등으로 소폭 상승하게되었고
우리엄마한테 얘기했더니
너무 좋아하며 나랑 계속 친하게 지내게 집에 자주 데리고 오라고 그랬다.
그 친구랑 우리집에서 그당시 486컴퓨터로 영걸전, 스코치 등의 게임을 하고 놀았고
공부하라는 엄마의 바람과 달리 내방에서 만화책을 보며 지내곤 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무렵
그친구는 "난 이제 공부안할래" 하더니 담배피고 노는 친구들 무리와 어울리게 되고
중3까지 그렇게 올라가
중3때는 같은반이 되게 되었다.
그당시 우리는 연합고사를 보았는데 연합고사 를 봐서 인문계로 진학을 할 인문계반,
실업계로 갈 실업계반 이렇게 나뉘어져 있었고,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라서 상위 몇% 안에 들어야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수있는
뭐 그런 진학고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여전히 노는애들과 어울리고 그랬고
나는 엄마의 촌지로 인해 선생님의 특별사랑을 받는 학생이었다.
우리엄마가 얘기를 해서인지 선생님도 나와 그친구가 친하다는걸 알았지만
그 친구는 탱가탱가 놀아도 인문계 갈 성적이 나왔고
나는 멍청해서인지 공부하는 척만 해서인지
좀 간당간당한 점수가 나왔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해 실업계지원자가 많아서 인지 인문계 미달이 나왔고
나는 엄마의 바람대로 인문계에 진학하게 된다.
그친구와 나는 같은학교에 진학이 되길 원했지만
추첨결과 서로 떨어지게 되었고
간간히 연락만 하고 동네에서 가끔 보면서
점점 멀어졌다.
세월이 흘러 난 현재 36살이고,
나름 안정적인 중견기업에 셀러리맨으로 회사를 다니고있는데
저번 명절때 그 친구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엄청 잘나가는 의류생산공장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그것도 저멀리 외국에서.
한국에서는 소위 말하는 3억원대의 고급승용차를 몰고다니고
결혼도 잘했고, 애기도 있다고 안부를 건너건너 전해들었다.
그리고 얼마전,
SNS를 안하는 그친구 성격때문에 연락닿는데 힘이 들었지만 어떻게 연락이 닿게되어
만나서 지나온 이야기들을 듣는데...
지난시간동안 내가 그 친구를 괜히 똑똑하다고 느꼈던게 아니었구나를
새삼 다시 깨달았다.
할머니와 아버지 밑에서 큰 그 친구는 가난한 집안사정에다가
중학교때 가정폭력이 심했고,
심지어 성적1등하고 와도 칭찬한번 못듣고 전교1등이 아니란 이유로 두들겨맞았고
우리엄마 아빠가 또 자기를 싫어할까봐 말을 못했는데
그때 사춘기도 겹치고 그래서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 할머니가 쓰러지셔서 요양원 생활을 하게되었고
택시기사이자, 노름꾼이었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크게당해 병원에 입원하게되자
피자배달로 연명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후엔 밤업소 웨이터생활을 전전하다 군대에 가게되었고
군대 제대하고 다시 밤업소 웨이터 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고 했다.
그 돈으로 중국에 건너갔고
그 돈으로 사업을 일으켜 한국 유수의 의류업체에 납품하는 회사로 키웠다고 한다.
말은 간단한데...
언어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으며, 옷일은 어디서 배웠으며,
참....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여러가지 많은 자극을 받았다.
걔 부모가 아무것도 해준게 없지만
똑똑한 머리하나 물려줬고, 그 머리를 건전하게 잘굴리니
어떻게든 남들과는 다르게 사는구나 싶었다...
지금 나는 회사생활하면서
내밑에 부산대나온 신입사원도 있고한데,
나의 목표나 내 밑에 부하직원의 목표는...
그냥 취직하자 였던거 같다.
그리고 회사생활하면서도 맨날 팀장한테 혼나고 그럴때면
마치고 입사 동기와 친한 후임과 술이나 마시면서 팀장욕하고
그냥저냥 부속품처럼 일하면서 사는데...
한번도 이 회사를 위해서, 혹은 능동적으로 뭔가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었던거 같다. 왜냐하면 안될거니까.
그냥 이렇게 살면되지. 돈도 그럭저럭 잘 모이고 뭐 생활수준이 낮지않으니까.
그런데....
마음속에는 왠지 허무감이 든다.
나는 정말로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나... 정말로 노력이란걸 한적이 있었나싶은...
취업준비 당시에도 힘들었고, 외로웠고, 나는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자리에서 뒤돌아 보니
아니었던거 같다...
혹은....
성적만 좋은거랑, 그친구의 내가 느꼈던 똑똑함의 차이일까
싶기도 하고...
요 며칠 그냥 그렇다...
내 가까이에 성공한 케이스를 직접 보게 되고,
그 친구의 과거를 떠올려보니
똑똑한 머리와,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 그리고 실행한 후 버텨내는 끈기.
이걸 갖고 있는 사람이 당연히 돈 버는게 맞는거 같다고 인정되기는 한다.
결국.
난 노력하는 척만 했던거였다...
아직 늦지않았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도 할겸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