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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날 괴롭히던 애를 만났어 (+추가)

ㅇㅇ |2018.07.19 17:28
조회 60,334 |추천 138

혹시 방탈이라면 죄송합니다ㅜㅜ
여기가 보는 분들도 많아 보여서 이곳에 올려요.
편하게 풀어쓰고 싶어서... 반말로 쓸게요.
글이 많이 길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단 나는 재수생이고 현재 수능 준비중이야
그리고 남는 시간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

나는 중학교 때 학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어...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는 애라는 말을 늘 들었어
(자랑이 아니라 배경 설명을 위해서 하는 거)

3년동안 전교 등수 1~3등 안에 늘 이름 올렸고
나 가르치는 쌤들 아니더라도 이름은 다 아셨어
전교생 1200여명, 한 학년이 최소 400명 초반이었기 때문에
등수 높은 애들은 그만큼 주변에서도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이었음
게다가 초등학교가 중학교 근처에 다 모여 있어서
애들끼리도 서로 얼굴을 모를 수가 없어
그러니까 나만 그런게 아니고 그런 애들이 몇 있는거야

그런 환경에서 중학교 입학 전부터 싸가지 없다고 소문이 났어
얼마전에 초중학교 동창인 소꿉친구가 술 마시면서 그러더라고
애들이 나랑 어울리지 말라고 했대 싸가지 없다고
그래서 걔는 쓰니 그런 애 아니라고 했다더라
(물론 걔랑은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어)

내가 애들한테 까칠하게 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누구나 기분 나쁠 때가 있고 친구랑 싸울 수도 있는거니까
근데 맹세코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나쁜 짓은 안 했고
내가 잘났다고 누군가를 까내리거나 무시한 적도 없었어
원래 친구 잘 안 사귀는 성격이라 몇 명만 꾸준히 만났고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도서실 가서 책읽고 숙제하고
학원 다녀오면 하루 끝. 나쁜짓 할 틈도 없었어
시험 점수나 답 물어보면 대답을 잘 안 하긴 했어
공부 잘한다면서 너도 틀렸냐 그런 소리 들을까봐 신경도 쓰였고
원래 시험 끝나기 전까진 안 맞춰 봐 도중에 멘탈 무너질까봐
근데 그거 말고는 빌려달라는 거 다 빌려주고 부탁도 다 들어줬어
착한아이 컴플렉스 같은 게 있었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애들이 날 보고 숙덕거리더라
굳이 이름 말 안 해도 알잖아 나보고 하는 소리인거
복도 사물함에 교과서 꺼내러 가기도 싫었어
등 뒤에 서서 손가락질하고 쟤가 걔냐고 그랬거든
학교에서 집에 가기도 싫었어
가는 길에 갑자기 남자애들이 나를 둘러싸고 서서
쟤 얼굴 좀 보라고 막 웃었어 못생겼다고
꾹 참고 고개 숙이고 있으면 그제서야 틈을 조금 만들어줘
그럼 나는 그 사이로 지나갔지
예쁜 얼굴 아니라는 거 알지만 그런 대접 받을 이유도 없는데...
걔네는 A와 B라는 남자애 두 명이 주축이 돼서 어울리는 무리였어
딱 노는 애들? 그런 애들이었어 질나쁜 건 아니고 적당히 노는 거
다같이 축구하고 밥먹고 놀러다니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발표시키면 웃긴 이야기도 하고
어느 학교에나 있을법한 남자애들

중학교 1학년 때는 반장이 됐는데 할 수 있는게 없었어
체육대회 같은 것도 제대로 참여 못 했고
말해봤자 들어주는 애들도 없었고
네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냐고 비꼬고
귀찮은 일은 내가 다 맡았어 반장이니까 그거라도 했지

동아리 선배들도 대놓고 구박했어
똑같은 양, 똑같은 방식으로 글을 써서 가면
나한테는 왜 이렇게 적게 썼냐고 화내더라고
하루는 너무 화가 나서 보란듯이 4배로 써 갔어
그랬더니 대드냐고 미쳤냐고 그러더라
그거 말고도 많았지

점심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냥 안 먹었고
스트레스 때문에 턱 관절이 비뚤어져서 치료받고
원인불명의 두통 때문에 별별 검사도 다 받았어
차라리 때리거나 그랬으면 신고라도 할 텐데
너무 교묘히 괴롭혀서 그러지도 못 했어
참다참다 선생님한테 말하니까 자기가 타이르겠다고 하더라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랬어
물론 바뀐 건 없었지

다행히 몇몇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이겨냈고
그 중 한명과 같이 기숙사 고등학교에 가서 잘 지냈어
수능을 못 쳐서 합격한 대학은 입학 포기하고 재수중이야

내가 사람 대하는 걸 어려워하는 건 맞아
친해지면 끝없이 퍼주는데 그 전까지는 낯도 가리고 그래
그래서 그냥 내 성격 탓이려니 했어
어릴 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잊으려고 했고
그 때 내가 조금 예민했었다고 생각했어
그냥 중2병 같은 거라고...
정말 힘든 애들도 많은데 나는 별 거 아니었다고
돈 뜯기고 맞는 애들도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잖아
괴롭혔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일인데다가
그 때는 다들 철이 없었고 그래서 그런 거라고
다 잊어버린 줄 알았지

근데 오늘 독서실에 갔는데 A가 있는거야
사실 제일 못되게 군 건 B였는데 B옆에 늘 A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걔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봤어
아직 그 무리 이름도 얼굴도 다 기억해
특히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애들이 제일 직접적으로 괴롭혔는데
A와 B가 그 때 같은 반이었거든
무섭더라고 진짜 숨이 턱턱 막혔어

독서실은 우리 부모님 지인 분이 운영하시는 곳이야
그래서 감사하게도 할인 혜택도 받았고 잘 챙겨 주셔
그런데 그 지인분이 A랑 같이 계시더라고
얘 너랑 같은 학교 나왔는데 아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대충 대답하고 내 자리로 도망쳤어

조금 진정하고 나서 따로 여쭤봤지 A가 여기서 공부하냐고
걔도 재수하는데 여기서 하기로 했대
심지어 걔가 나 알고 있는데 공부 잘했던 거 기억한다고
나랑 이야기 나눠 보고 싶다고 했다는거야
인사치레일지도 모르지만 그걸 듣는 나는 소름이 돋더라
오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괴로워 했던 건 걔한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나만 그렇게 3년동안 숨어다녔구나 생각하니까
울고싶더라 정말로... 그 때 기억이 다 살아났어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나는 A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독서실을 옮기기도 곤란하더라고
이미 내 밑으로 어머니가 돈을 많이 쓰셨는데
다른 독서실로 옮기면 당연히 지금보다 돈이 더 들겠지
걔도 손님인데 내쫓아 달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직 부모님께도 말씀 못 드렸어
부모님은 돈이랑 상관 없이 네가 원하면 옮겨준다 하시겠지만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걔한테 만나는 일 없으면 좋겠다고 해야 할까
참고 지내다가 A가 말을 걸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자꾸 A 생각이 나서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익명으로 여기 털어놓고 나니까 조금 나은 것 같아
좋은 생각 있으면 댓글 좀 부탁할게. 고마워.




(+++ 추가글

갑자기 댓글이 많이 달려서 놀랐네요...
조언과 응원 모두 감사히 받겠습니다.
최고의 복수는 보란듯이 성공하는 거겠죠?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해서 꼭 목표한 대학 가겠습니다.
글은 지우지 않고 힘들 때 와서 응원해주신 댓글들 보고 갈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친구 이야기는 조금 더 고민해보고 어머니께 말씀드리거나...
결론을 꼭 내릴게요.

주작이라 하는 분도 계시던데요.
성적표가 집에 있어서 성적표 받은 날 찍었던 사진 올려드릴게요.
인터넷 뒤져보시고 똑같은 사진 못 찾으신다면
제가 찍은 사진이 맞겠죠.
생년은 일부러 안 가렸습니다. 재수생인 거 확인하시라고요.
무엇보다 저는 정말 고민돼서 올린 건데 주작이라고 하시니
굳이 포스트잇 써 가며 인증이에요~ 하고 올려드릴 생각도 없어요
적었다시피 재수생인데 주작글에 시간 쏟을 여유도 없고요.

익명의 공간인데도 이렇게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분들께
한 분 한 분 감사하다는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추가글로나마 감사 인사 전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힘내서 열심히 할게요.
무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추천수138
반대수6
베플행인|2018.07.21 15:37
다 쓸데 없고 부질 없음. 마음을 다잡고 하던 공부 그대로 해서 원하는 대학 합격하면 그것으로 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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