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았다
네가 모진 말을 뱉어낼 때에 나는 그것이 당연히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나를 외면하고 지나쳐버릴때도 그랬고
나의 단점을 하나하나 짚어가던 네 앞에서도 그랬고
잘 이해되지 않는 너의 분노 앞에서도
너에게 다가가려 할때마다 밀쳐내는 손짓에도
가끔은 아니 생각보다 자주 이별을 말하는 네 앞에서도 나는 괜찮았다
자존심이 깍여나가거나 내 욕심을 하나씩 포기하면서도
그럼에도 나는 네 앞에서 언제나 웃어보이려 했다
네가 보지 않는 곳에서 너를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을
네가 눈치채지 못하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네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들을 감당했어야 함에도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내가 감당해야하느냐고 단한번도 불평을 늘어놓아본적이 없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기에 당연히 내가 견뎌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너와의 연애는 짧고도 길었으며
가슴아프고 참 많은것을 견뎌내야 하며 또 모른척해야했던 안타까운 연애였다
오늘 내 친구를 만났다 내 친구의 여자친구와 함께
참 알콩달콩하고 애틋한 평범하고 단순하지만 예쁜 연애를 하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며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런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었는데 왜 나는 실패했을까
사실 오랜시간 고민해왔다 너를 만나고 있는 동안에도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게 물어봐도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뿐이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었다고 그게 이유라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도 사랑만으로 안되는것도 있는걸까
많은 노력을 했고 더이상 할 노력이 없어질때쯤
한계를 깨닫게 된적이 있다
글쎄 내 노력의 방법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그 방법들이 나에겐 최선이었기에 그저 열심히 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너에게 나는 없어도 괜찮겠다 라고
갑자기 이 만남이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너에게 나라는 존재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내가 너에게 주는 사랑이 내게는 전부였어도
너에게는 그저 주머니 속에서 문득 발견한 500원짜리와 같게 느껴지는듯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500원짜리면 열심히 노력하면 천원쯤은 되어볼테니까
하지만 나에게 천원이 되어볼 기회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실이 툭 끊어지듯 너는 그렇게 나를 떠났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지금 웃어지지 않는다
네가 떠날때 나에게 괜찮아질거라고 말했지만
아직도 나는 괜찮다는 말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지금의 나에게 괜찮다 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열심히 내가 해야할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지만
그게 행복을 위해서는 아닌것 같다
그저 나라는 존재를 나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은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행복이라는 말의 의미도 잘 모르겠다
지금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제 더이상 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나와 함께일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나라는 사람은 너에게 불필요하고 불편한 사람일테니까
나는 처음부터 너에게 없는 사람인것이 더 나았다
그러니 이제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는 무엇에 고마워해야하는지 모른다
내가 너에게 했던 모든 행동 모든 말들이
너에게는 순간의 고마움으로 비쳤을지언정
내가 돌아섰을때의 표정은 넌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 뒤에 무엇이 숨어있었는지 너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만약 단 한번이라도 내 모습을 네가 보는 일이 있었더라면
너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보다는 미안하다는 말을 했을거였다
그러니 고맙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고마운 일이라고 하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슬픈기억으로만 남았다
나에게 잘지내라는 말도 괜찮을거라는 말도 행복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와 나에게 그런 말들은 의미를 잃은지 오래 되었다
기왕이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주면 좋을것같다
이제 서로 보지 말자라던지 뭐 그런 뻔한 말 같은거
널 원망하진 않는다 결국 내가 선택한 사람이었으니 그 결과도 내가 감당해 나갈 문제다
그러니 너는 나처럼 삶에서 소중한 말들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길 바란다
괜찮아지고 잘지내고 아프지 마라 그리고 너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그리고 혹여나 내가 너에게 준 따뜻함이 너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의 나처럼 그 마음 잃어버리지 말고 끝까지 소중하게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나에게는 더이상 남은 따뜻함은 없으니까 그게 너에게 준 마지막 촛불이니까
언젠가 그 따뜻함을 누군가에게 또다시 전달하고 불씨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리고 언제나 노을이 질때 가장 예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