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우선은 여기다 글을 처음 써봐 ㅎㅎ. 어렸을 때 부터 한번도 잘 살아본 적이 없어서 무시 안당하려고 뭐든 열심히 닥치는대로 헤쳐나가면서 살아온거 같은데 갑자기 왜 이렇게 공허한지 모르겠다. 그냥..답답한 마음에 같은 또래 친구들하고 얘기나 하고 싶어서 찾아오게 됐어.
난 어렸을때 시골에 살았어. 아버지는 일을 안하셨고 어머니가 가계를 책임지셨지. 밤마다 두분이 싸우는 소리에 너무 무서워서 막내는 울고있고 나는 항상 동생 데리고 방으로 얼른 들어가서 우는 동생 달래주고 그러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채 잠에서 깨는 날이 많았어.그래도 나는 씩씩했고 경로당 같은데 가서 춤도추고 노래도 부르고 그러면서 마을 어르신들 이쁨은 독차지 했었다ㅎㅎ. 어머니 표정이 항상 좋지 않아서 어머니 앞에서도 자주 재롱 부렸었는데 울면서 웃으시는 그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아마 평생을 함께 할것 같아.
초등학교때. 집안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더라. 아버지는 주변에 빚을 끌어모아 장사한답시고 한번 나가면 몇일을 들어오질 않았고 그 빚은 전부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하셔서 버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갚아나가셨어. 우리집이 진짜 못사는구나 라고 어린나이에 느낄수 있었던게 뭐였냐면 아침에 학교를 가려고 하는데 입을 옷이 없더라. 전부 김치국물 같은거 뭍어있고 어머니도 퇴근하고 오시면 일이 고되셨는지 바로 주무셨으니까 빨래도 몇날몇일 안되있었지. (우리집에 세탁기 없었고 어머니가 일 하시는 식당에 우리옷 가져가서 세탁해오셨어). 같은옷을 몇날 몇일 몇주를 입고 다니니 당연히 냄새도 나고 자연스럽게 내 학창시절은 거의 왕따로 지냈던것 같아. 그래도 힘들어하는 어머니 때문에 나는 힘들수가 없었어. 먹고싶은것도 많고 하고싶은것도 많았는데 내가 떼 쓰면 어머니가 무너지실까봐 이때부터 현재에 만족하는 방법을 조금씩 연습했던것 같아.
중학교때.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셨어. 빚 4천만원을 남겨놓은채 말이야.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셨고 아버지가 사라진 날로부터 정확히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사채업자들을 비롯한 빚쟁이들이 집에 와서 행패를 부렸어.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내 눈앞에서 어머니를 때리는데 진짜 돌아버리겠더라. 그 아저씨들을 상대하기엔 내가 너무 작고 힘이 없었어. 울면서 아저씨들한테 잘못을 한건 아빤데 왜 엄마한테 이러냐면서 대들다가 나도 한대 맞았다. 근데 하나도 안아팠어. 마침 외삼촌이 오셔서 상황정리를 해주셨고 이모들 도움으로 다시 제정신 추스리기 까지 오랜시간이 걸렸어. 어린 나이에 자존심은 있었는지 내 가정상황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싶더라. 그래서 학교에선 공부도 열심히 했고 반장도 몇번 했었어. 중학교는 교복이 있으니까 옷걱정은 안해도 되서 좋았었어. 새 교복은 입어본적이 없고 졸업생들이 물려주고 가는 거 있잖아. 그거 학교창고에 엄청 쌓여있더라. 자존심이고 뭐고 그런거 있어본적도 없어서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최대한 입을 수 있을만한것들 잔뜩 가지고 집에 오는데 그날 처럼 행복했던 날이 또 있나 싶다~.
고등학교때. 3년 내내 반장했었다ㅎㅎ. 아마 친구들을 잘 챙겨주고 성격이 모난데 없어서 애들이 많이 도와줬던거 같아.학교 안에서도 나름 유명했었지. 담임선생님이 교무실 가면 다른반 선생님들이 우리반 반장 너무 잘뽑았다고 부럽다고 얘기를 엄청 들으셨데.ㅎㅎ 공부까지 잘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ㅠㅠ학원 같은걸 다녀본 적이 없어서;;그러진 못했어ㅎㅎ 중학교때 까진 열심히하면 어느정도는 따라갈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는 진짜진짜 어렵더라.?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집안사정 얘기하구 저녁에 야자를 빼서 알바를 했는데 그때 한달 알바비로 집안 빚도 조금씩 갚으면서 내 힘으로 문제집도 사고 인강 들으려고 pmp도 사고 너무너무 뿌듯했어. 밤에 공부하는데 이해가 안가서 울면서 공부했다. 그러면서 오기로, 독기로 계속봤어. 결과적으로 나는 지방에 있는 대학이지만 나름 괜찮은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내인생이 어떻게 될지 막연한 기대속에 두근두근 거렸는데 현실은 진짜..어휴..ㅎㅎ
20살 초반.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더이상 일을 못하게 되셨어.학교 1년 다니구 나한테 공부는 사치라고 생각되더라.학교 마치구 술자리 하러 가는 동기들, 어린나이에 부모 잘만나서 차끌고 다니고 명품쇼핑하는 친구들, 걱정없이 공부만 할 수 있는 친구들. 진짜 몸서리치게 부러웠어. 기숙사에서 매일매일을 울었어. 나도 공부하고 싶고 여행도 다니고 싶은데 왜 나는 그러질 못하는지 너무 자괴감이 들더라. 그래도 슬퍼할 겨를도 없었지..돈 벌어야 하니까..어머니한테 군대 핑계대고 휴학계 내고 공사판이란 공사판은 다 다녔었다. 급한대로 어머니 병원비, 수술비 마련하고 동생 급식비 교복값, 그때 살고 있는 집 월세를 마련하고 나니까 진짜 군대영장 나오더라ㅋㅋ. 그렇게 군대에 가게됐고 휴가마다 어머니한텐 인사만 드리구 매일매일 공사판 갔어. 현장소장님이 날 이쁘게 봐주셨는지 일감있고 일당 좋은 자리마다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했었다. 열심히 살면 언젠간 우리집에도 행복이 찾아오겠지. 내가 조금 힘들면 금방 찾아오겠지. 꿈을 꾸면서 몸은 힘들지만 참 즐거웠었다.
20대 중반. 전역을 했어. 그치만 학교로 돌아갈 수가 없겠더라. 군대를 다녀온 2년 사이에 어떻게 집이 더 어려워졌냐...ㅋㅋ신기할 정도로 말이야...ㅋㅋ.. 빚은 늘어서 5천만원에 육박해있고 어머니는 망가진 몸 이끌고 무리하면서 일을 계속 다니고 계셨어. 전역한 날. 어머니한테 처음으로 응석부렸어. 우리 엄마 미역국을 진짜 잘끓여. 미역국이랑 계란말이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야.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꼭 엄마 반찬을 먹고 싶었어. 어머니도 평생을 투정안하던 애가 밥 차려달라고 하니 늦은 시간이었지만 차려주셨어. 밥을 먹는데. 짜더라. 미역국도 짜고 계란말이도 짜고. 뭐지? 했는데 어머니가 나랑 같이 먹으면서도 짠걸 못느끼시는거 같은거야. 그래서 냉장고에서 다른 반찬들도 꺼내봤는데 하나같이 짜고 맵고 너무달고. 그랬어. 온몸에 감각이 둔해지셨데. 역시 우리 엄마 솜씨는 알아줘야 한다면서 이날 아무렇지도 않은척 밥 먹고나서 방으로 들어가 누웠는데 내가 무너질거 같더라. 학교는 때려칠 각오를 했었고 할줄 아는게 몸으로 돈 버는 일이니 바로 또 공사판으로 갔다. 내 목표는 오직 하나. 일단 집안의 빚을 모두 갚아 어머니를 쉬게 해드리자. 이거였어. 공사판에서 일해본 친구들은 알거야. 나 한달에 35-40공수는 우습게 찍었어. 하루도 안쉬었고, 물량팀에 소속되서 전국을 다니면서 일만했어 무조건 연장있으면 했었고 어머니한텐 내가 생활비 줄테니까 일 하지 말라고 반협박 해서 쉬게 해드렸어.
이렇게 미친듯이 일만하니까 집에 있던 빚도 다 갚게 됐고 빚을 다 갚은 날 평생을 쏟을 눈물을 다 흘린것 같아.하나님 감사합니다.어머니도 건강을 되찾으셨는데 이젠 나만보면 우신다. 전화해도 목소리가 떨리시고...ㅎㅎ우리아들 볼 면목이 없다면서 어미가 되서 고생만 시킨다고 그러시는데 나는 정말 우리엄마 아들로 태어난걸로도 너무 고마운데 나이가 드셨는지 요즘 부쩍 약한소리 하시는게 늘었어.나중에 손주보시고 좋은데서 맛있는거 많이 드시려면 오래오래 사셔야 하는데 말이야.
집안을 안정시키고 나니까 이제 나도 내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고 싶더라.근데,대학교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되버렸고(돌아갈 마음도 사실은 없어..ㅎㅎ)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27살이 되있었어. 너무 무서웠어.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것 없이 돈만 벌어서 그런지 막연하게 무서웠어. 죽을 때 까지 공사판에서 일하기는 싫었고 말이야. (현장직 분들을 무시하는건 절대 아니야!) 지금은 4년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서..랄까;;?ㅎㅎ 살면서 처음으로 쉬고있는데 쉬고있는 지금도 불안하다. 할 줄 아는건 뭐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거 이거 하난데. 이것만 가지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불안하다. 나도 어디가서 힘들다고 얘기하고 싶고 기대고 싶고 그런데 그런걸 해보질 않아서 그런지 너무 어색하고 민망하고 그래. 이럴때는 아버지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다... 글 더 쓰면 나도 약한소리만 계속 할거같네.ㅠㅠ
나보다 더 힘든 친구들 많을텐데 너무 얘기가 길었지? 읽어줘서 고맙다. 다음번에 글을 쓸 땐 온전히 내 자랑만 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나 지금 다리를 조금 다쳐서 일을 못하는데 다리 얼른 나으면 이젠 공사판 말고 다른 일을 하고싶어. 여자친구도 사겨보고싶고 결혼도 하고싶고 남들처럼 와이셔츠입고 회사에 출근도 해보고싶고. 그래.할수있을까? 할수 있겠지?! 여기라도 글을 쓰면서 확 쏟아버리고 나니까 그래도 속은 조금 후련하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그냥....진짜로 열심히 했어.. ㅎㅎ
나 다음번엔 자랑만 하러 올께 그때까지 너희도 아프지 말고있어.ㅎㅎ다음에 또 보자. 다시한번.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