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sns에 올라오는 글만 보다가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회원가입을 하고 글을 써.
아무도 나인 줄 모르는 곳, 네가 보지 않는 곳을 찾다가 이 곳을 와버렸네.
너에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이곳에 써. 아마 넌 절대 모르겠지.
2년 전, 겨울.
널 처음 본 그 날은 나에게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날이었어.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고생하던 시기였는데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던 너의 모습은 찬바람이 가득했던 내 안에 봄바람을 불어넣었어.
너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고 내가 본거라곤 너의 옆모습 뿐인데 뭐가 그리 좋았을까?
한창 유행타던 동그란 안녕, 편하게 입은 옷, 웃는건지 살짝씩 올라가는 입술, 낮지만 개성있던 목소리.
넌 몰랐을 너의 처음은 날 수줍게 했어. 생전 수줍음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내게.
그 해 봄, 너를 다시 만났어.
넌 나와 같은 조직에서 생활하게 됐고 우리의 접점이 꽤 많아 난 너에게 다가갔지.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어. 그냥 '그때 본 그 사람. 반갑네' 이 정도였어. 그 반가움이 조금 컸지.
이상하게 너랑 있으면 즐거웠어. 계속계속 웃음이 나고 말이 쉬지않고 나왔어. 어느 날 '왜 이 사람이랑 있으면 즐겁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너와 있으면 내가 내 감정에 솔직해졌어. 다른 사람에겐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까지 너에게는 다 털어놓게 됐고 참던 눈물도 네 앞에선 쏟아낼 수 있었어.
그렇게 난 너에게 점점 의지하게 됐고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어.
그 감정을 부정했어.
너랑 나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결국엔 인정하게 되더라.
내 감정을 너도 눈치챈건지 넌 날 피하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난 속앓이를 조금 했지.
내가 속앓이 하면서 너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던 중
너는 참 나쁘게도 나에게 여지를 줬어.
아주 예전에 했던 내기 때문에, 하필이면 내가 이겨버리는 바람에 너와 데이트를 하게 됐고 그 내기 내용대로 넌 그날 하루 내 남자친구가 되어줬지.
너와 손을 잡았고, 팔짱을 꼈고, 같이 영화를 봤고.
그 날 완전히 마음 접으려 했어. 고백조차 안하고 접으려 했지. 어차피 넌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근데 넌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어. 이제껏 좋아한 내 마음이 불쌍해서 너에게 그냥 고백아닌 고백을 해버렸지. 이제 정리할거라는 말과 함께. 근데 넌, 계속 좋아해달랬지. 이 잔인한 사람아
나중에 들어보니까 넌 이미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더라.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우린 비밀리에 사귀게 됐고
여느 커플처럼 풋풋하고 예쁘게 만났어.
마음 편히 못만나서 아쉬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예뻤기에 난 행복했어.
날 웃게 해줘서, 행복하게 해줘서
내가 내 모습 그대로일 수 있게 해줘서 너에게 너무너무 고마워.
어느덧 600일, 700일, 800일을 향해 가고 있어.
너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2년 째네.
우리 둘 다 목숨만큼 중요한 시험이 남아있기에
예전처럼 못만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너에게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미치도록 보고싶은 너에게
별 얘기없는 편지를 보내.
내용이래봐야 우리가 만난 시간들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느꼈던 내 감정들이 너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어.
표현이 서투르고 과격하고 덩치도 있는 나지만
내 모습 그대로, 나라는 존재를 사랑해줘서
나에게 사랑 받는 느낌을 가르쳐줘서 너에게 저 별만큼 감사해
너를 만나면서 난 정말 많이 성장했고
나에 대해 알게 됐고
너와 같은 꿈을 갖게 되었어.
나에게 관심 보이는 남자는 하룻강아지로 보여서 걱정 안한다는 너의 그 자신감이 좋아서
이렇게 말해놓곤 숨어서 질투하는 너의 그 귀여움이 좋아서
항상 뭐만하면 네 잘못인데도 나보고 혼날래?하는 너의 그 장난끼가 좋아서
기억력은 똥이지만 내 일이라면 다 기억하는 너의 그 능력이 좋아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웃음을 짓는 너를,
습관처럼 너와 결혼하는 상상을 할 정도로
네가 하루라도 어디 가면 미칠거같을 정도로
그 정도로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변하지 말자 우리
계절이 지나가는 것처럼
구름이 흘러가는 것처럼
태양이 뜨고 지는 것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것처럼
서로에게 일렁이는 봄바람이 되자
네가 나에게 주었던 그 따뜻함 그대로
오래도록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