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이별에 대하여
있잖아
|2018.08.05 02:20
조회 5,753 |추천 29
환승이별에 대해 언젠가는 꼭 글을 써 보고 싶었어요.
저는 환승이별을 당하고 한참 힘들 때
판에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었어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저는 많이 위로 받았고 그 글들이 제가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쓰는 이 글도 누군가가 읽게 되겠죠? 한 명이라도 위로받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글을 써 내려 가 봅니다.
저는 1년 정도 만난 사람과 5개월 전에 헤어졌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예쁜 추억이 많았기에 헤어지고 나서도
제 첫 연애상대가 그 사람이었다는 것에 감사했고 그 사람을 만난 것에 대한 후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헤어지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헤어지고 일주일 쯤 지나고부터 둘은 계속 만났더군요.
그 때의 기분은 정말 형용할 수 없었어요.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뒤섞인 감정에
버리지 못한 사진들과 편지들을 울면서 찢어버리고
혼자 울면서 정말 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아요.
환승이별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
헤어짐을 통보받았을 때 보다 훨씬 아팠어요.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상대가
너무 원망스럽고 미웠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되고 친구들에게 매일 전화로 그 사람 욕을 하고 밤엔 혼자 울면서 궁상맞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되게 미련스러운 성격이라 맺고 끊는 것을 잘 못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그렇게 힘들어한 것은 그 사실을 알고도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상대가 환승이별을 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정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또 저를 힘들게 한 것은 그 사람은 지금 그 여자와 행복할텐데 나만 이렇게 혼자 아파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눈물이 나도 억지로 참았어요. 그리고 그냥 나는 괜찮다고 억지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사람 때문에 우는 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도 참고 괜찮은 척하면서 지냈어요.
그래서 괜찮아졌을까요? 아니요.
누군가와 이별하면 그 사람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울만큼 울고 그리워도 해보고 충분히 아파야 그 사람을 떠나 보내고 또 다음에 올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상대가 환승이별을 했다는 이유로 그런 시간을 겪고 싶지 않아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생각날 때마다 제 자신을 탓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미련할까. 왜 그런 사람을 아직 잊지 못하고 생각하는걸까.
그런데 깨닫게 됐어요. 그냥 내가 아직 안 괜찮구나. 더 아파해야 극복할 수 있는 일이구나. 그 사람의 행복은 이제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니까 답이 보였어요. 그 때부터 저는 제 마음을 많이 살피고 보듬어주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냥 생각이 나면 나는대로 두고 울고 싶을 땐 울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그 때부터 제가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요.
연애를 할 때는 상대가 제 전부였고, 나보다 상대를 더 사랑하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으로 나의 마음에 귀 기울여보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나에게 집중하니까 그 사람에 대한 애정.분노.미움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환승이별. 진짜 개같죠.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런 생각도 했는데요. 그냥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괜찮아진 이제는
그냥 쓰레기 하나 잘 걸렀고,
헤어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저는 첫 이별을 하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래서 정말 언젠가 다가올 또 다른 사랑이 기다려지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지만요.
내 자신을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내가 되어야해요.
그럼 어떤 일이 닥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요.
충분히 아파하되, 아파한 후에는 훌훌 털고
꼭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