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여기서 희망고문 당하면서도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내가 힘들었던 것처럼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글 남깁니다.
그 사람이랑 헤어진지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어가는 것 같다.제법 오래 사귀었어.서로가 서른 가까이 살아오면서 가장 오래 만난 상대였으니까.
어느 정도 연애기간이 길어지니까 헤어진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어.서로에 대한 익숙함에 소홀해졌을 때,가끔 다투는 날이 있으면 헤어질까 하는 생각도 스치긴 했지만그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기에 더 잘해줘야겠다며 노력하려 애썼어.
하지만 상대는 권태기를 이기고 싶지 않았나봐.아주 단호하게 뒤돌아 섰어.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 나는 멘붕이었고 며칠 동안 연락하며 매달렸지.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하고 냉정했어.오래 전부터 마음 정리해왔다는 그 사람에게 내게도 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어.
다시는 연애하고 싶지 않대.사랑하고 싶지 않아졌대.마음이 식었대.감정이 없대.만사 귀찮대.
내가 노력한다해도 어찌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알겠다며 놓아줬어.그리고 한 두 달 동안은 그동안 부족했던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반성하면서,다음에 만날 상대에게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먹기까지천천히 그 사람을 놓으려고 애썼어.
사랑했으니 되었다고, 내가 몰랐던 많은 감정을알려줘서 고마운 상대였으니, 마지막은 비록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받았지만사랑했던 그 순간들만큼은 아름답게 추억하고 싶었어.
바삐 살다보니 아픈 마음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남은 미련과 후회를 떨쳐내지 못했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고, 잘 지내고 있는지 연락해보고 싶었어.헤어진지 두달 쯤 되었을 때, 토요일 낮에 연락해봤어.
하지만 전화는 걸린지 1초만에 끊어버렸고, 카톡을 남기자돌아오는 말은 "연락하지마" 라는 싸늘한 한 마디.
그리고 차단까지 당했지 뭐야.왠지 연락하지 말라는 그 말투가 내 착각일지 모르겠지만마치 다른 사람이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는 쎄한 기분이 들었어.주말이 지나자 차단은 풀었더라.왠지 여자와 같이 있나보다 싶었어.
상대가 전에 내 타블렛에 페이스북 로그인해둔게 있어서가끔 그걸 몰래 들어가서 눈팅을 했어.
눈팅용 SNS라서 친구요청도 받지 않던 애가작년 9월에 친구요청을 넣었던 회사 여자를 한 명 받아준 기록이 있고,매일같이 좋아요 눌렀던 걸 보게 됐어.
그 여자의 SNS를 들어가봤지.같은 날 아이폰X로 핸드폰을 바꿨더라.
전남친이 핸드폰 바꾼건 페이스북 로그인기록에 뜨는 기기명이 바뀐거랑그 사람이 자주 쓰는 쇼핑몰에 로그인해서 알게 되었어.매일같이 아이폰X 케이스를 검색하더라고.
그리고 그 사람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던 날,외박한 날이면 그 다음 날 아침에 머리 만지기가 귀찮아 모자를 쓰는 사람인데모자를 쓰고 찍은 셀카.여자의 SNS에는 비슷한 배경과 조명 밑에서 찍은 셀카가 올라왔어.
쇼핑몰에서 누군가에게 선물할 빨간색, 분홍색 물건들을 구입하고 난 뒤면그 여자의 SNS에는 그 물건 사진이 올라오고는 했어.
뒤늦게 환승이별인 걸 알게 되었어.바람은 아니지만... 그냥 당해본 사람들은 아는 그 배신감 있잖아.그 배신감이 물 밀듯 밀려오더라.
사랑했던 그 순간들만큼은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었던 내 노력은천천히 배신감에 사로잡혀 아득하게 멀어지더라.
긴 시간동안 집착과 소유욕이 심했던 그 사람을 만나면서얘랑 헤어지면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이별통보받은 날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어찌나 초라하던지.
하지만 바삐 살면서 연락처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고, 만나자고 대쉬하는 사람도 많았어.그래도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아서 누군가를 대체품처럼 만나고 싶지 않았고,내가 감당해야하는 이별의 시간이 내게는 큰 경험으로 남을 거라 생각해서 거절하고는 했어.
근데 환승이별이라니.지독한 배신감에 이별후유증이 한 번 더 폭풍처럼 밀려오더라.몇 날 며칠동안 입맛을 잃었고, 밥도 먹을 수 없었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
연락해서 따지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지.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구질구질해보일 뿐이라는 생각만 들었어.
정말 열받는 건.매일같이 그 사람이 내 SNS를 들락날락 거린다는 거였어.스토리 방문자가 계속 남더라고.
한 밤 10시 반에서 12시 사이 평일.주말에는 그 여자랑 함께인 건지, 일요일 밤이나 되어야 찍히더라.온갖 상상이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혔어.
장거리연애였기에 나를 만나고자 샀다던 차에 그 여자를 태우고데이트를 하다가 데려다주고 헤어지기 전에는 그 안에서 입을 맞출 거고,분위기가 무르 익으면 차 안에서 어떤 것들을 할지.
나를 괴롭히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내게 남은 미련과 밀려오는 배신감 속에서 만들어지는 상상들이었어.
나는 그 사람과 만났던 순간을 떨쳐내고 싶었어.수없이 고민했지.
하지만 그냥 남기기로 했어.그때의 그 사람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맞아.하지만 지금의 저 사람은 그냥 상종하고 싶지 않은 강아지.
이렇게 한 상대를 가지고 둘로 보게 되더라.그러자 차츰 마음을 비어낼 수 있었어.
사실 지금 아예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야.그 사람이 내 SNS에 들락거리는 게 신경쓰여서 차단했더니계정을 바꿔서 새로 만들었더라고.그리고 또 다시 들락거려.
대체 현여친한테 미안하지도 않은 걸까.왜 들락거리는 것일까.뭐 궁금해서 그러는 거겠지.
그러다 갑자기 화가 났어.이게 날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하는구나, 싶더라고.그 여자랑 회사 일 끝나고 데이트하다 데려다주고,집에 와서 잠들기 전, 심심하니까 와보는 거구나 하고.
그냥 헤어지고 나서 '나쁜놈' 정도로 원망했었는데지금은 그냥 쌍욕이 나올 정도로 짜증이 나는 상대가 되었어.끝까지 매너가 없구나 싶어서.
그 여자가 좋아서, 내게 권태감을 느꼈을 때눈에 들어온 그 여자에게 이끌려서 갔으면차라리 그 여자에게 충실하든가.
내가 SNS하라고 할 때는 하지 않던 인간이새로 만든 SNS계정은 비공개계정으로 돌리고 게시물을 참 많이도 올리더라.
뭐 아무튼 나도....최근에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그럼에도 여전히 난 그 사람이 내 SNS에 들락거리는게 짜증나서 신경쓰이는 정도야.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고, 이제는 마음이 아프지도 않아. 많이 무뎌졌어.
나는 그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현재 연인이 좋아.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완벽하게 무심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나, 잘못하고 있는 걸까?상대가 환승했다고,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상대를 만난 거 말야.현재 연인은 그 사람에 대한 미련때문에 잊어보려고 만난 상대가 아냐.지난 연애와 달리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진심을 전하며 깊어지고 싶은 상대야.
그럼에도 혼자 자격지심처럼 마음에 걸리는 건 그거지.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을 만났다.
3개월 반? 정도만이니까.
하지만 내가 이 매너 없는 전남친 때문에다가오는 새로운 인연을 밀어내기만 하고,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싫었어.
그 사람이 헤어진 이후에도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게 참을 수가 없더라.불쾌하고 기분이 나빠.
환승이별만 아니었어도 이런 불쾌함은 없었을 텐데.
처음 겪은 환승이별은 최악이었어.아무튼 난 이별후유증이 아주 가신 건 아니지만 많이 나아졌어.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한다는 말은 맞아.하지만 각자의 시간 속에서 느끼는 그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불안하고 초조할 거야.
마음이 많이 아파도 그 아픔에 잠기지 마.우울해도 되지만 무기력하게 있지 마.일어나서 뭔가를 해.
일어나서 운동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여행을 가든.네 삶 속에 그 사람이 다녀간 자리가 크다 할지라도결국에는 다녀가는 사람일 뿐이야.
난 긴 연애 기간동안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했다는 걸 헤어진 뒤에야 깨달았어.
나를 가꾸는 시간보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고내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 사람 사진을 찍는 순간이 많았어.
헤어진 후, 셀카 찍기 좋아하던 내 갤러리에 다시금 차곡차곡 내 사진이 쌓여가고 있어.잠시 방치했던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 만나는 사람은그런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야.
그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 거울을 보면내 스스로 아름답다고,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아마 전남친을 만났을 때도.사랑이 막 싹트던 그 때도.지금처럼 막 사랑에 빠져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내가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이 있었겠지.
이번 연애에서는 좀 더 이런 나를 아껴주려고 해.언젠가 시간이 흘러 또 다시 편안함에 속게 되었을 때.
사랑에 빠지던 나를 기억하고자 노력하려고.또 다시 이별에 데이게 된다 할지라도, 두렵지 않아졌어.
전남친이 못된 이별방법으로 내게 가르쳐준 건 용기인 것 같아.헤어짐을 받아들일 용기.구질구질해보일지라도 연락해볼 용기.내 마음을 마주할 용기.나를 사랑할 용기.다시 사랑할 용기.
뭐, 그건 고맙네.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서 앞뒤 정리를 잘 못해서 미안해.아무튼 이별에 데인 너희들 모두 힘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