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후, 학교 축제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그때 생각이 계속 나는거야. 한번 더 보고싶은데 연락처는 있으니 연락은 할 수 있지만 만날 수 있는 구실은 없고.. 고민하다가 전화를 했고, 전에 축제때 그린 그림으로 미대 입시에 관심이 생겨서 미술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어디 학원에 다니냐고 물어봤어. 걔가 기뻐하면서 자기 학원을 소개시켜 주더라. 그리고 그 날 걔랑 만나서 걔가 다니는 미술 학원에 견학해서 그림 그리는 것도 보고 학원비가 얼마인지, 뭐 미대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하는건지에 대한 상담을 받고 헤어졌어.
그리고 또 다시 그날. 부모님께 미대 입시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뜬금없이 무슨소리냐며 완광하게 반대 하셨어. 여태 미술이랑 관련있는 일을 미술부 빼고는 1도 안해놓고서 그러니까 부모님도 당황하셨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울고불고 땡깡을 부려서(=_=...) 세개 다니던 학원 중 주말에 다니던 하나를 관두고 성적 내려가면 당장 그만둔다는 조건하에 그 여자얘가 다니는 미대입시 전문학원에 토요일 일요일 다니게 됬지.
주말에 학원에 나가면 기왕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고 부모님 어렵게 설득한거니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명암같은거 공부할때는 깜지될때까지 열심히 했었어. 거의 12시에 나가서 적어도 8시까지. 걔는 주말이라 그런지 학원에 늦게 온적이 많았는데 적어도 그 여자얘 올때까지 그리고 걔 연습끝날때 같이 끝냈어. 선생님도 내가 열정이 대단하다면서 칭찬을 했고.. 그치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그때의 나는 그 여자얘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 나 같은 경우 할 줄 아는 건 부모님이 하라는대로, 학원에서 시키는대로 공부하는 것 뿐.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성적 낮게 나와서 혼날까봐 덜덜 떨며 안되는 머리로 발광해서 좋은 성적표 가져다 주는 것 밖에 할 줄 아는게 없었어. 하고 싶은 일도 사실 없었고 의지도 없는 일상 속에서 일탈같지도 않은 일탈을 한게 친구도와준답시고 가입한 미술부였고.. 거기서 만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 여자얘가 축제 때 해준 얘기들은 너무나 눈부셔 보였던 것 같아. 이건 아마 동경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해. 좀 더 만나고 싶고.. 얘기도 더 하고싶은 뭐 그런것들. 그 친구가 하는 행동은 내가 꿈꿔왔던 행동이였으니 어떻게 하면 그 친구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것.
전 글에서도 언급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내성적이라 미술학원에 들어가서도 다른 친구들과는 빨리 친해지지못했어. 이 여자얘가 같이 다니는 그룹에 끼는데도 시간이 조금 걸렸지. 낄껴라고, 괜히 껴서 폐 치는건 아닌가, 싫어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춤했지만 의외로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 여자얘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나를 도와줬어.
그리고 얼마 안가서.. 처음으로 행복하게 다녔던 학원이였는데 성적 떨어진걸로 부모님이 노발대발하시며 니 길은 다른 길이라고 더이상 못다니게 됬어(-_-...).
어쨌던 그 일을 계기로 더욱 친해져서 쉬는날에는 만나 같이 데이트도 하게 됬어. 영화 보고, 떡볶이도 사먹고, 오락실에 가서 캔디뽑기도 하고.. 그 오락실 안에 있는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고.. 서로 더 잘 알게됬지. 나는 뭐 한심하게도.. 금방 축제때 말걸어준것 가지고 관심이 생겨서는 더 좋아하게 됬고.. 친구보다 더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까지 하게 됬어.
미술 학원도 못다니게 되서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너무 보고싶은거야. 그래서 고백을 결심했어. 뭐라고 하면 좋을지 그때 참 고민을 많이 했던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닭살이 돋지만 그때는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 어떻게 하면 받아들여줄지보다 내 마음을 알아줄지가 관건이였기에 최대한 솔직하게 말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어렵더라..
사실 너 보려고 학원도 다녔어. 이건 너무 스토커 같고. 널 좋아해 이런 말은 도저히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고. 말로 못하겠으니 편지로 쓸까 하다가 남자가 편지로 고백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고. 하여튼간 고민하다가, 한번 학원 끝나고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말했어.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다시한번 되뇌이고. 어떻게 말하면 좀 더 멋있어 보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지.어떻게 하면 내 진심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어떻게 표현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요동치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걔가 오는거야. 먼저 자연스럽게 인사했지.
내가 앞으로 하려는 말에 대해서 나 스스로가 더 긴장해서 자연스럽게 인사하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살짝 떨리더라. 그리고 그네타고 무슨 얘기라도 꺼내야지 하다가 오늘 잘지냈어? 하고 말문을 열었어. 그냥 요약하면 평상시랑 같았다는 말이 돌아왔어. 학원에서 그림그렸고 a(미술학원)가 너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봤다느니..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할 수 밖에 없었어. 무슨 죄를 지은것 마냥 그 얘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더라고. 계속 땅보면서 하는 얘기 듣다가 뭐하고 지내냐고 물을 때 고개 끄덕끄덕 하다가는 대답을 안하니까 걔가 무슨 일 있었냐고 나한테 물어보는거야. 정말로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그러니까 뜸을 들이다가 무슨 일 있는게 아니고 사실 고백할게 있다고 말 문을 열었어. 사실 너 좋아한다고. 이 말 하면서 찐특으로 목소리가 떨려서 울음이 터질 것 같았어. 그래서 더 말을 빨리 한 것 같아. 로멘틱하지도 않고 만화같은 연출도없이 그냥 하고싶은 말만 쏟아냈어.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요즘 행복했던 이유와 미술학원에 다녔던 이유에 네가 포함된다는 얘기를 이러쿵 저러쿵 늘어놨어. 다 쏟아내고 나니 걔가 받아들여줄지 말지보다 뭔가 말을 한마디 해줬으면 했는데.. 걔가 멍하니 날 쳐다보다가 말 끝나니까 약간 당황한듯 내 시선을 피하더라고.그리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어. 그런 말 해줘서 정말 고맙고 감동 받았다고. 그런데 미안하다고.남자 친구 있다고.세상에 그래도 친해질 만큼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남자 친구 있다는 걸 몰랐다니 어안이 벙벙하더라고. 걔가 남자친구 얘기는 내 앞에서 한번도 한 적이 없었거든. 나는 그렇구나.. 미안해하고 어색하게 침묵할 수 밖에 없었어. 곧 헤어졌고, 그렇게 그날 밤에 헤어지고 나서 집에가서 고백하던 때 제 풀에 울음날 것 같았던걸 참았던 감정이 폭발해서 청승맞게 처울다가 잠들었어(ㅋ).
다음날 걔가 카톡으로 잘 들어갔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고 너도 잘 들어갔냐고 물어봤어. 걔도 그렇다고 그러다라고. 뭔가 엄청나게 어색해 져버려서 어떻게 해야할까.. 하다가 어제 내가 너무 나 하싶은말만 해서 미안하다고 추가로 답장을 보냈어. 그래도 너 좋아하니까 같이 친한 친구로 남자고.왜냐하면 그때 나는 걔가 나랑 데이트도 했었고 남자친구 있는걸 전혀 말 안했었으니 날 거절하려고 없는 남자친구 만들어서 핑계를 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걔가 한 2교시 끝날때까지 답장 안하다가 고맙다는 말을 장문으로 보내오더라고. 대충 나를 알게되서 다행이라느니 그런 내용이였던것 같아.
그렇게 내 고등학교때 연애감정에 시달려서 웃고 울던때가 끝나고 무난하게 2학년 올라가서 모의고사 준비도 하고 정신없이 보내는데 진짜 난데없이 그 여자얘를 우리학교 앞에서 마주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