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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꿀꿀이 바구미 번외 (03)

마쉬맬로우 |2004.02.03 14:49
조회 368 |추천 0



번외-3


다음 컷은 이랬다.


수암이 양념 닭날개를 들고 활짝 웃어 보인다.



‘그 정도 쯤이야 무리도 아니지.’



“이거 머리에 써.”



완기씨가 건네준 것 빨가디 빨간 고무장갑이었다.



“이걸 어떻게 머리에 쓴답니까? 이게 모자요? 이건 장갑아니요? 더군다나 여인네들만 쓴다는 고무장갑인 것 같소만.”



자신의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은 참을 수 없어 하는 수암에게는 정말 황당한 노릇이었다.



“이렇게 쓰면 되는 거야.”



완기씨가 몸소 시범을 보인 이유로 수암도 더는 거절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였다.



“요즘은 코믹한 게 먹힌다구. 그래야 사람들 이목을 받지.”



실은 닭모양 인형머리를 구할 수 없는 형편이라 생각해낸 궁여지책이었다.



‘참으로 곤란하군. 어찌 이런 망신스러운 일이 있나?’



수암이 고민하는 사이에 완기씨는 얼른 조명을 컸다.


투덜대다가도 조명만 커지면 프로가 되는 수암의 습성을 이미 간파한 것이다.



두 번째 촬영이 시작되었다.


손에 찐득찐득한 느낌이 좋지 않았고, 고무장갑이 계속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수암의 눈꼬리도 점점 위로 치솟고 있었다.


웃고 싶었지만 살이 당기는 느낌이 들어 활짝 웃는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좀 더 활짝 웃으라고.”



그것을 잘 아는 완기씨는 더더욱 활짝 웃는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에잇! 못할 노릇이야.’



수암이 고무장갑을 확 버려 던지려 할 때였다.



“잠시만요. 잠깐만 쉬었다 해요.”



현주가 갑자기 카메라를 힘없이 내려놓았다.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혀 있는 것이 어디가 아픈 모양이었다.



“왜? 한참 좋은데.”



완기는 수암을 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허리가 너무 아파요. 조금만 쉬었다 해요.”



완기는 현주가 앉은 곳에 가까이 자리를 잡고 앉아 매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짝사랑하는 게로군.’



고무장갑에 삐진 수암은 저만치 멀리 자리를 잡았다.


그 순간에도 여지껏 무너진 이미지를 만회해 보겠다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포즈를 취했다.


무표정하게 대상없는 먼 곳을 응시하는 멍한 눈빛.



‘사람들이 봐주어야 할 터인데.’



당시 수암은 사춘기 소년이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고개를 돌려 주어야겠지.’



아주 천천히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은한 눈빛을 유지하면서. 근데 저건, 저건 뭐지?’



“엄마야!”



수암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사진작가에게 붙은 귀신이 보였던 것이다.


그것도 허리가 동강난.


허리가 아프다던 현주의 주변에 하반신과 상반신이 따로 떨어져서는 둥실 둥실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찌 귀신이 붙어 온 것일까?’



귀신은 수암을 보고 살짝 웃더니 하반신은 거기에 둔 채 상반신만 수암에게로 가까이 오기 시작했다.



“으아악!”



귀신은 많이 봤지만 비위는 약했기에 속이 좋지 않아졌다.



“왜 그래?”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욱.”



먹은 것도 없어서 나올 것도 없었다.



‘이런 오늘은 계속 낭패군. 꽤나 어여쁜 귀신이긴 하였는데.’



뒤돌아 나가려는데 아까 그 귀신 소녀가 바로 뒤에 서있었다.


그것도 생긋 웃으면서.



[얼짱...]


[그렇소. 나 얼짱이요. 저리 비키시오.]



‘잘 생긴 건 알아가지고. 참, 나. 그나저나 저 귀신 여자애 얼마 전 죽었다는 옆 학교 얼짱이었던 여자아이인 모양인데. 아까도 버스안에서 여자애들이 말했던 것 같은데. 이름이 나리였던가?’



화장실에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조카는 허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민국이 왔는데. 시작할까?”



빨리 끝내고 현주를 쉬게 만들게 싶은 완기가 서둘렀다.



“아니. 잠깐만 더 쉬자. 아직도 많이 아파.”


“귀신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리가 아픈 것 같습니다.”



완기는 깜짝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웃었다.



“와하하하.”


“얼굴에 안 어울리게 썰렁한 농담을 하는구나.”


“믿기 싫으시면 마십시요.”



하지만 현주 얼굴엔 겁먹은 기색이 역력하다.



“어떤 귀신?”


“얼마 전 사고를 당해 죽은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더 봐야 할 것이지만. 뭔가 무거운 물체가 여학생을 덮쳐 허리가 잘렸군요.”


“허리가 잘려? 두동강 났단 말이야?”


“네.”



와당탕. 현주는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애들 농담이야. 신경 쓰지마. 너 왜 아픈 사람에게 장난을 쳐?”



완기는 현주를 일으키고는 수암에게 화가나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이모한테 얘 점보는 도사라는 얘기 들었단 말이야. 맞지?”


“네. 맞습니다.”


“그 귀신 때문에 내 허리가 아픈 거야?”


“네.”


“무서워.”



현주의 얼굴은 이미 사람 얼굴이 아니었다.



“그런 거 다 미신이야. 신경 쓰지 말고 일하자. 마음이 약한 사람한테 귀신이 붙는 다잖아. 마음을 강하게 먹어.”


“왜 하필 나한테 붙은 거래? 나 나쁜 일도 안하고 살았는데.”



현주는 진짜 무서웠는지 울기 직전이었다.



“보니까 별 원한은 없는 귀신같더군요. 아마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본인도 놀라서 자신이 죽은 자리를 배회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거길 지나던 현주양을 따라온 듯 싶습니다.”


“일단 빨리 찍고 여기를 나가자. 그게 좋겠어. 민국아! 여기 앉아.”



완기씨는 조명을 다시 켰다.


현주를 배려하면서도 일을 끝내려는 책임감이 현주의 눈에도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완기는 곧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명은 깜박거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공포스러워진 것이다.



“조명이 왜 그래?”



잔뜩 겁을 먹은 현주가 말했다.



“글쎄 말이야. 전구가 다됐나?”


“조명 세 개가 일시에 전구가 나간단 말이야? 정말 귀신이 있나봐. 난 몰라.”



현주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자기를 믿어주지 않으니 더욱 화가 난 모양입니다.”



수암의 눈에는 심술맞은 표정으로 조명을 흔들어대는 나리가 보였다.



“너 입 안 다물래?”


“나가자.”



현주는 일어나는가 싶더니 비틀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허리가 또 아파. 움직일 수가 없어.”



이젠 완기도 수암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는지 얼굴에 겁을 표정이 드러났다.



“붉은 싸인 펜 있습니까?”


“싸인 펜?”


“부적을 써 드리지요. 재료가 없으니. 일단 빨간 싸인펜과 종이를 준비해 주십시오. 완전히 쫓을 수는 없겠지만 잠시 떼어 놓을 수는 있을 겁니다.”



수암이 써준 부적을 품안에 넣은 현주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신기해. 허리가 아프지 않네.”



부적을 조명에도 붙인 후 나머지 촬영이 시작되었다.


자신이 붙어온 사람 곁에 갈 수 없는 나리는 수암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서글픈 모양이었다.


그리고 분한 듯, 하지만 장난스럽게 수암을 향해 눈을 살짝 흘겼다. 수암은 그런 예쁜 눈빛은 태어나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런 게 귀신에 홀린다는 건가? 아름답군.’



나리는 사방에 붙어 있는 부적들이 거추장스러웠는지 슬픈 표정으로 수암을 바라보더니 곧 사라졌다.



[얼짱, 만세...]



“여기 쳐다봐야지.  어딜 보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왜 또 귀신이라도 봤어?”


“갔어요. 이제. 그런데 참 이쁘네요.”



그로부터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온 수암은 기분 좋게 콧노래를 하며 샤워를 하는 중이었다. 오늘 사온 CDP를 샤워 후에 들을 생각을 하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울을 보니 잘생긴 자신의 외모에 더욱 즐거웠다.


수건을 집으려 뒤로 도는 순간이었다.



“엄마야!”



그 곳에 나리가 서있었다.



[얼 짱...]



놀라기도 했지만 나리를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갈.. 곳이 없어... 여기서 ... 살고 싶어...]



그렇게 수암은 신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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