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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썰 풀고 간다

ㅇㅇ |2018.09.12 21:38
조회 1,447 |추천 5
안녕 아까 첫사랑썰 풀면 볼 사람 하고 글 올렸었는데 다행히도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풀려고 왔어
나도 사람이다 보니까 걔랑 만든 자잘한 추억들이 잊혀질까봐 여기다가 남기면 두고두고 볼 수 있을테니까 글로 남기려 해
그냥 현타 와서 공부 의욕 없는 고딩이 조잘조잘 떠드는구나 이러고 이쁘게 봐줬으면 좋겠당


지금은 여고지만 나 중학교는 공학 나왔어 성격은 그냥 어찌보면 재밌고 사교성 좋은? 남녀 가리지 않고 반 애들이랑은 두루두루 친한 것 같아

중3 올라와서 애들이랑 슬슬 친해질 4월쯤에 우리가 자리를 바꿨어. 2주마다 한번씩 자리를 뽑기로 바꾸는 시스템이었는데 걔랑 짝이 됐었당ㅋㅋㅋㅋㅋ
첫인상은 좀 무뚝뚝해보였어. 딱히 내가 첫눈에 반한것도 아니고 딱 봤을때 잘생겼다, 이러고 감탄할 외모는 아니거든. 걔가 눈이 좀 찢어졌어 남자애들 사이에선 인싸인데 여자애들이랑 말도 안하는 성격이고 그래서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걔가 먼저 지우개 좀 빌려줘. 이러고 말 걸었었어ㅋㅋㅋ지금 생각해보니까 귀엽네

지우개 빌린 이후로 나한테 말도 막 걸고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됐어. 근데 우리가 수행평가로 조별로 영상을 제작해야되는게 있었는데 그때 처음 연락하고 그 이후로 계속 서로 연락 이어갔던 것 같아

그렇게 2주도 지나고 자리를 바꾸고 우린 서로 다른데로 가게 됐어. 근데 이상하게 계속 신경쓰이고 보게 되고 그러더라. 서로의 연락도 익숙해져갔고 매일 밤 자기전에 하는 전화는 항상 재밌고 설렜어. 연락을 하는데 전화는 되게 색다르더라고. 새벽 특유의 분위기도 설렜고 차분한 목소리, 나랑 늦게까지 전화하느라 다음날 학교에서 졸려하는 것 마저 너무 귀엽더라.

되게 공개적인 행동에서 설렜던건, 걔가 전날 밤에 게임을 하다가 늦게 자서 너무 졸렸나봐 근데 나한테 오더니 내 가디건을 빌려가서 그걸 걸치고 잤거든. 근데 그걸 일어나서도 입고 있었는데 남자애들이 명찰에 내 이름 적혀있는걸 보고 엄청 엮었었어ㅋㅋㅋㅋㅋㅋ

5월 말에 우리는 수학여행을 갔어. 버스 자리를 정하는데 내가 걔보다 먼저 나랑 내 친구 이름을 나란히 적었더니 걔가 내 바로 뒷자리에 자기 이름을 적더라고ㅋㅋㅋㅋㅋ귀엽지
수학여행 내내 이동할 때 뒷자리에서 계속 장난치다가 내가 삐지면 손에 과자 쥐어주고 페북 프사 바꿨을 때 걔가 일빠로 좋아요 눌러주고 데이터 무제한인데 나한테만 핫스팟 켜주고 이런 사소한 꽁냥거림?이 너무 좋더라

수학여행 때 젤 기억에 남는건 다같이 강당에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연락으로 먹을거 사왔다고 하니까 걔가 갑자기 성큼성큼 나한테 오더니 내꺼 뺏어먹고 간거? 그때는 싫은척 했는데 그런 것 마저 좋았어ㅋㅋㅋㅋㅋ

그렇게 계속 연락을 이어가다가 길고 긴 썸을 끝내고 새벽 전화로 걔가 사귀자고 했고, 우린 사귀게 됐어. 반 애들은 우리가 짝이었을 때부터 항상 둘을 엮었고 썸타는 것도 어느정도 아는 사실이어서 그닥 많이 놀라진 않았던 것 같아.

처음 걔가 나 집에 데려다 줄때가 기억에 남네. 우리 집이 생각보다 엄해서 내가 연애하는거 들키면 좀 큰일이거든.. 그래서 내가 걔한테 동생이 방과후 갈 시간인데 걔가 우리 둘 보면 어떡하지? 이랬더니 걔가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그럼 동생 보게 이러고 가야지 이러는거야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처음 손잡았고 난 그날 잠 못잤다

내가 다한증인데 우리가 여름에 사겼잖아. 진짜 헬이었어.. 심지어 나 손잡는거 짱좋아하는데.. 내가 맨날 손 잡다가 중간에 뺐거든 너 내 팔이라도 잡을래..? 이러면서ㅋㅋㅋㅋ 그럴때마다 걔가 너 손에 땀나면 내가 닦으면 되지 이러면서 계속 잡고 갔어ㅠ

걔가 아무리 여사친이 없다고 해도 전여친은 꽤 있었어.( 물론 오래간건 나밖에 없지만ㅎㅎ) 걔가 처음에 공개연애하는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애들 있는 앞에서 티내는걸 무척 싫어했어. 나는 처음 제대로 사겨보는거라 너무 좋고 애들 앞에서 남들 하는거 다 하고 싶은데 얘는 싫어하니까 나 혼자 너무 속상해서 초반에는 그걸로 엄청 싸웠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걘 내 미래를 위해서 그랬던 것 같더라. 실제로 공개연애 하고 나서 젤 욕먹는건 여자고, 남들 입에 오르는 것도 여자더라. 아마 나 걱정해서 그랬던 것 같아서 이젠 별로 속상하진 않아.

여름방학도 가고 100일 정도 지나니까 서로가 더 좋아지고 이제 학교에서도 많이는 아니지만 티를 좀 내는 단계에 접어들었어. 언제는 영어쌤이 이태원에 맛있는 햄버거 집이 있는데 나중에 같이 가고 싶은 사람 생기면 꼭 데리고 가라고 그러시는거야. 근데 그때 남친이 저 앞에서 뒤돌아보더니 씨익 웃는거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너무 설렜어 그때 나만 특별한 사람 된것 같고

내가 앞에서 말했듯이 난 남자애들이랑 다 친했고 걘 여사친 만드는 성격도 아니라서 걔는 내가 남자애들이랑 친한 것 때문에 되게 서운해했어. 여기서 포인트는 삐졌는데도 끝까지 이유를 안알려준다? 그 당시에는 왜 화났는데 말을 안해주지? 이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질투한거 끝까지 티내기 싫어서 그런 것 같네ㅋㅋㅋㅋㅋㅋ

내가 성격이 의외로 감성적이고 우울할 땐 진짜 최고 우울하거든. 어느 날은 엄마랑 싸우고 너무 빡쳐서 그냥 집 나와서 길 한복판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었어. 남친이 그거 듣고 어디냐고 막 보냈는데 난 그때 비가 진짜 엄청 와서 폰 볼 상황이 안돼서 답장을 못하는 상황이었어. 한 3시간 정도 방황하다가 다시 집 들어가려는데 집 앞에서 남친을 만난거야. 난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걔가 거기 있길래 너무 당황하기도 했고.. 근데 서로 말로 애정표현 못하는 성격이거든 내가 비도 오는데 왜 왔어? 이러니까 걔가 여친이 가출했다는데 안 나올 남친이 어딨냐? 이러고.. 사랑한다고 다정하게 표현은 안하지만 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날 좋아한다고 표현해주는 것 같았어

음 학교에서 젤 기억에 남는건 가을 즈음 쉬는시간에 걔가 내 손 잡고 둘이서 그냥 가만히 얘기하고 있는데 옆에서 햇살이 딱 들어오고 바람도 불고 되게 낭만적인 상황이었어. 근데 걔가 갑자기 내 손에 뭘 쓰는거야. 난 그 전날 하필 내 친구남친이 내 친구 손에 사랑해를 써놓은걸 페북에 올린걸 봐서 되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걔가 븅신. 이거 하나 써놓은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뭔 성격인지 알겠지 걔나 나나 똑같아 그래서 내가 막 아 이 감성파괴자야ㅋㅋㅋㅋ이러면서 막 때리고

학기 말에 우리가 이제 중3이고 기말도 다 끝났으니까 쌤들도 막 영화 보여주고 학교에 왜 가는지 모를 때가 젤 재밌었다. 그때 짝을 바꿨는데 내 친구가 내 남친이랑 짝이 된거야. 근데 내 친구들은 남친을 무서워했거든ㅋㅋㅋㅋ 좀 인상이 쎄보여서ㅋㅋ 내 친구가 나한테 자리좀 바꿔달라고 해서 우리 둘이 짝하게 됐었다 히히 걔가 나한테 “너가 내 옆으로 오겠다 한거지?” 이래서 내가 “왜 다시 갈까?” 이랬더니 걔가 “아니 잘했다고” 막 이렇게 틱틱대고ㅋㅋㅋㅌㅋㅋ 내가 원래 공부 열심히하는 이미지로 쌤들한테 보이고 걔도 그걸 알아서 쌤들 앞에서는 원래 사귀는거 티 잘 안내려고 노력했거든? 근데 그땐 영화 틀어주고 불 다끄니까 깜깜하기도 하고 심지어 둘이 맨 구석 자리였거든.. 둘이 몰래 손잡고 있고 내가 걔한테 기대서 자고 걔가 내 머리 만져주고.. 애들이 진짜 아 너네 뭐하냐ㅡㅡ 이러는데 난 그저 좋더라 진짜 학교갈 맛 났어ㅠㅠ

그리고 하나 더 감동인건 내가 오케스트라였어서 졸업식날 연주에 내가 참여하게 됐는데 그때 평소보다 30분 일찍 학교를 가야하는 상황이었어. 그걸 남친한테 말하니까 걔가 그러면 내가 더 일찍 일어나서 너네 집 앞으로 갈테니까 같이 일찍 등교하자고, 그러는거야.. 진짜 너무 감동 받았고 실제로 한 일주일정도 그렇게 등교했어 난 연습가고 걘 나 가는거 보고 교실에서 자고. 이렇게 날 위한다는게 너무 좋았어

첫눈을 우리가 학교에서 같이 보긴 했는데 제대로 보진 못했거든 그래서 난 되게 아쉬워했어. 근데 그 다음날 내가 또 엄마랑 싸워서 밤 11시에 그냥 집 밖에 있는데 걔랑 또 같이 손잡고 있었거든 근데 그때 진짜 추웠는데 갑자기 눈이 펑펑 오는거야 엄청 많이 길거리에 아무도 없고 우리밖에 없는데 너무 조용하고 눈은 많이 오고 진짜 낭만적이었어. 걔한테 폭 안겨서 있는데 걔가 갑자기 “우리 둘이 본 첫눈이니까 이게 진짜 첫눈이야” 이렇게 말해주는거야.... 걔가 한 말 중에서 제일 로맨틱한 말이었어

믿기진 않겠지만 저 첫눈 일이 있고나서 걔랑 나는 160일이 넘는 길다면 긴 연애를 마쳤어. 중학교를 졸업했고 나는 여고, 걔는 남고로 갔어. 물론 같은 동네 사니까 가끔씩 길가다가 마주치기도 해. 공부 안하던 애가 고등학교 가서 갑자기 정신차려서 전교 몇등한다는 소리 들으면 내가 예전에 넌 머리가 좋은데 노력만 좀 하면 진짜 잘할거 같다고 잔소리 하던게 생각나서 웃기더라.
내가 좋은 추억만 써서 왜 갑자기 헤어진건가 싶을 수도 있지만 우리 둘다 서로 힘들었었고 중간에 서로 서운한 일들도 많았어. 나한테 걔는 처음으로 손을 잡아보고 안아본 상대이며, 처음으로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애야. 어떻게 보면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네. 흔한 전여친 전남친 처럼 아직도 풀리지 않은 오해가 있으며 아직도 마주치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내 학창시절을 아름답게 꾸며준 애가 쟤라고 생각해.
그냥 갑자기 걔 생각이 나서 써본 글이야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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