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아~ 전화 왔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는데?”
“여보세요?”
“어...나야 민서! 잘 지냈어? 너한테 연락하려고 해도 전화번호 입력된 핸드폰을 나올 때 없애버려서 연락을 못했다. 예전에 컴퓨터에 저장해둔 너희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서 이렇게 전화한거야.”
“너...너 어떻게 된거야? 너 정말 민서 맞아? 한국에 돌아온거야?”
“아니...여기 영국이야. 여기 이렇게 혼자 지내다 보니까 힘이 들 때마다 니 생각이 젤 먼저 나더라. 그래서 전화한거야.”
“우리 그렇게 연락 안하고 나서...정말 나 너 잊고 지냈어. 왜 가기 전에 연락 안했니?”
“넌? 넌 왜 안 한거야?”
“난...네가 연락 안하길래...”
“밥은 잘먹고 있니?”
“아니...여기선 거의 라면으로 때워. 첨에 무척 좋았는데...나 자꾸 향수병 생긴다. 돌아가고 싶어.”
“어쩌려구. 그래도 거기까지 갔는데...공부는 다 마쳐야지.”
“그래야 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안되겠다 내가 다음에 다시 전화할게.”
“어...어 그래.”
“초등학교 동창 누구야?”
“엄만...잘 몰라 있어 친했던 친구.”
현정과 민서 그들이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시절 그저 그렇게 옆 반에 있는 같은 학교의 아이쯤으로 생각했었으니까.
현정과 민서가 졸업 후 성인이 된 후에 알게 된 건 한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에서였다. 같은 학교라는 걸 알게 되고...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고, 수 없이 많은 전화통화를 통해 약간의 감정 아닌 감정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처음 얼굴을 본 건 동창회를 하기 일주일 전이다.
서로의 변한모습에 못 알아 볼까봐 노심초사하며 그들은 대전역 광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현정은 서울에 살았고, 민서는 대전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현정은 민서에 대한 배려로 자신이 대전에 가기로 했던 것이다.
대전 역에 도착한 현정은 어린시절 민서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그를 찾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멀찌감치 회색빛 남방에 새하얀 바지를 입은 키가 큰 아이가 현정에게 다가오는게 보였다.
현정은 그 아이의 모습에 넋을 잃었고...민서가 이렇게 키도 크고 멋진 아이였던가?
하는 생각을 순간했었다.
그 후 현정은 한번더 민서를 찾아가 만났고, 영화 한편을 보고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한 현정과 민서는 서로의 몸을 탐닉했고, 아침이 되었을 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둘은 헤어졌었다.
“훗.”
현정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벌써 4년이나 된 일인데 아직도 그 때 너무나도 멋있던 민서의 모습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나도 여자랍니다.
핸드폰 벨소리가 신나게 울려댄다.
“어? 모르는 번혼데? 누구지?”
“여보세요?”
“현정아...나야 민서. 잘 지냈지?”
“어? 너 한국이야? 핸드폰 번호....”
“그래 나 귀국했어. 여기 너희 집 근처야. 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니?”
“어...그래 지금 어딘데? 어...어...그래 거기 알아...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현정은 오랜만에 만나는 민서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화장도 곱게 하고 젤 좋아보이는 옷을 챙겨 입고 거울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래! 이만하면 되겠지?’
민서를 만나기로한 장소를 향하면서 현정은 민서가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현정아!”
“민서야!”
아무렇게 자른 듯 자유로워 보이는 머리에 예전보다 더 멋있고 세련된 모습의 민서였다. 현정이 상상했던 것보다 민서는 더 좋아 보였다.
현정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민서의 눈을 바라봤다.
민서는 현정을 아주 많이 그리웠다는 듯한 따뜻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보고 싶었다.”
“나두 너 많이 보고 싶었어.”
“나 그렇게 너하고 헤어지고 얼마나 많이 후회했는지 몰라. 너에게 나를 기다려 달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가버린걸 얼마나 후회했는데...”
“우리 새롭게 시작하면 안되겠니? 나 너한테 이말 하려고 제일 먼저 너한테 온거야.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사랑한다.”
뜻밖의 고백에 현정은 황홀감과 당혹감 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4년만에 해후한 민서가 이렇게 갑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너 갑자기 한국에 왜 돌아온거야?”
“나...영국에서 운이 좋았어. 그곳에서 일을 했는데, 내가 한 일이 정말 잘 된거야. 내가 한 일들이 인정을 받아서 고속으로 승진도 하게 됐구. 한국으로 발령 났어. 공부하러 간 건데 정말 운이 좋았지.”
민서는 현정에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순간 현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현정은 믿기 어렵다는 듯 민서가 내민 명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모 그룹 실장 강 민서
‘이렇게 더 멋진 모습이 되어 돌아온 민서가 그렇게 잘나가는 모 그룹의 실장 이라고?’
현정은 그런 민서의 모습에 그리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민서의 말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이게 꿈은 아닐까 라고 현정은 머릿속을 무수히 헤집어 봤고, 결과는 꿈은 아니라는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