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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꼭 환자를 사랑해야 하나요?

똥치우는년 |2018.09.28 09:50
조회 260,959 |추천 2,244
먼저 방탈 죄송합니다..
너무 답답한데 딱히 즐겨하는 커뮤니티도 없고...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서 조언과 위로를 듣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ㅠㅠ

저는 간호사 입니다
인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해서 한 국립대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대 병원이다 보니 사립대 병원에서 꺼리거나 돈이 없는 환자들이 유난히 많이 내원하곤 합니다
에이즈나 결핵과 같은 전염병, 보호자가 없거나 지불 능력이 안되는 사람,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 정신과 질병이 동반된 환자, 노숙자, 자살자, 범죄자...
참 많은 케이스들을 봐 왔네요. 
그리고 제가 일하는 부서는 이런 사람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서 중 한 곳, 응급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많다보니 알아야 할 것도 많아서 2년차 때까지는 매일 매일 논문과 전공책을 끼고 살았고...
6년차인 지금도 석사 과정중으로,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모두 그렇듯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힘든 것은 공부가 아닌, 사람과의 관계 입니다.
간호사들끼리의 태움이야 다들 사회생활이 힘드니까, 라고 하면서 넘길 수 있지만
환자와의 갈등은 언제나 저를 너무 괴롭게 합니다
 많은 환자 또는 보호자들이 의사는 존중해도, 간호사는 아랫것으로 하대하는 경우가 많고말도 안되는 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제 담당환자가 심폐소생술 중인데, 제가 담당하던 다른 환자는 목이 마른데 제가 부르면 재깍재깍 오지 않았다며 저에게 들고 있던 물병을 던진적도 있었고
면회제안으로 화가 난 환자가 다른 보호자들과 환자들, 의료진들이 보는 가운데 저에게 무릎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 적도 있었고
이미 퇴원한 환자의 보호자가 병원으로 전화를 해 "퇴원한 환자가 다른 병원에 다시 입원을 했는데 어떤 어떤 검사를 하라고 병원측에 코멘트를 할것"을 강요 한 것을 제가 거절하자 병원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린 일도 있었고
저를 보며 마스터베이션을 했던 환자도 있었고...
스스로 약을먹고 스스로 119에 신고해 실려온 환자를 살려놓았더니 왜 살려놨냐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하고
환자의 풀스윙으로 휘두르는 주먹에 맞은 적도 있었고, 난동부리는 환자를 제압하다가 주먹에 맞고 발에 차이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고요....
성휘롱과 폭설은 이제 그냥 또 저러는구나 싶은 정도의 일이며 반말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워낙 정신과(정동장애 등)문제를 가진 환자가 많으니 항상 환자의 기분은 맞추되 나의 기분은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그렇게 하는 사람들 중 돈이 없어 병원의 지원을 받거나 미수금을 걸고 퇴원하는 사람들도 상당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는 돈때문에 예민하니 모든 화풀이를 환자를 살려놓은 병원에게 돌립니다.
병원은 환자를 살리는 곳인데요. 
본인이 선택해서 온 병원인데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말합니다.
너는 간호사 아니냐고. 봉사심으로 일해야 하는 직업 아니냐고...
맞는 말입니다만, 봉사심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몰라주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순간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를때가 너무나 많은데
저는 간호사라는 이유로 환자를 사랑해야 하고, 불쌍히 여겨야 하고,
환자는 아픈 사람이라는 이유로 모든 짜증과 모든 몰상식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용납됩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직업을 하고 있는 것은 의료진을 믿고 따라와주며 차도를 보여주는 환자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분들의 고마웠다, 수고했다 이 한마디....
보호자들이 손 꼭 잡아주시며 잘 부탁한다는 그 눈빛에 다시 힘을 내고
그 한마디로 마음을 녹이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몇일 전, 저는 한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혈변때문에 병원에 방문했던 그 환자분은 시종일관 저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저에게"야 나 똥쌌으니까 치우라고" "너 대학 어디 나왔냐?" "니가 뭔데 물을 먹지 마라고 하냐? 니가 의사냐?" "싸가지없다"등의 반말을하셨고
결국 병실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셨습니다.
거기에 화가 난 저는 반말을 하지 말 것과, 병실을 더럽게 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을 요구 했고
그 환자는 "내 침이 더럽냐"며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제가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저는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기에 사과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환자는 더더욱 소리를 높이다가 급기야 저때문에 병이 악화된 것 같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했습니다.
일이 커지길 바라지 않는 수간호사 선생님은 "그래도 아픈 사람인데, 예민하지 않느냐"라며 저에게 환자에게 사과를 할 것을 요구 하셨고
저는 결국 환자분께 사과를 했습니다.
여기까지 였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분은 혈변을 보는 분이기 때문에 환자분이 기저귀에 변을 보시면 제가 변의 양상과 색, 양 등을 보고 기록하고 필요하면 처치를 준비해야 합니다
마음이 상한 채로 그 환자분이 본 변을 보고 치우고 있는데
그 환자분이 웃으며 말씀하시더군요
"니가 그러니까 내 똥이나 치우지."
...순간 머릿속이 어지럽더군요.

그 환자분은 지금 퇴원하셨습니다.
동료간호사들은 그 사람은 NP(정신과)아니냐며, 그냥 잊으라고 위로하는데
저는 그 분이 퇴원하고 몇일이나 지난 지금도 그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6년동안 간호사를 하면서 환자를 사랑해야지 하고 무던히도 다짐했는데
그 말 한마디에 환자가 미워집니다
아픈 사람도 많이 예민하지만, 하루하루가 이머전씨인 이 곳에서 일하는 나도 많이 예민한데요.
아픈 사람을 불쌍히 여겨야 하지만, 그래도 간호사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직업인데요.
무엇보다 나랑 환자는 병원안에서 만난, 서로 존중해야 하는 입장이 아닌가요........
왜 나만 내 직업을 그만두어야 하나 싶은 고민을 해야 하는 건가요

모든 환자가 이상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협조적인 환자가 더 많겠죠. 이리 이상한 환자가 많은 것은 제가 일하는 부서가 긴급한 부서고, 다른 병원에서 꺼릴만큼
좋지 않은 케이스의 환자들이 많이 방문하기에 그런 것이겠죠.
친절한 의료진, 친절한 간호사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불친절한 간호사도 많은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불친절에 불친절로 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도
호의를 적의나 무시로 대응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바뀔 리도 없고
병원에서 환자보다 직원의 편을 들어줄 리도 없으나
그냥 제 속이나 한번 풀어보려고 재미없는 긴 글을 썼습니다
이렇게 터 놓고 나면 조금 후련해졌으면... 그만 생각이 났으면 좋겠네요
추천수2,244
반대수36
베플ㅠㅠ|2018.09.28 11:54
닉네임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제가 간호사가 아니라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저는 병원 갈 때마다 간호사선생님들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한명이에요.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베플|2018.09.28 11:50
저도 임상 7년차인데요. 그냥 기계죠뭐 해달라면 무표정으로 해주고. 어디가서 간호사라고 안합니다 노동자고 월급쟁이라고 해요. 물로 잘해주고 친절하게 해줄때도 많지만 노답인 사람들 많아요 특히 보호자들 환자 중환자실있을때는 한번도 안오다가 임종직전에와서 의료사고라고 소리지르죠... 그냥 기계처럼 다녀요..
베플ㅇㅇ|2018.09.28 14:01
글쓴님께 하나 조언드릴게요., 나이팅게일 정신?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일하면 절대로 오래 못버팁니다. 철저히 직업정신으로 일해야됩니다. 저는 지금 국립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중이구요. 정말 오만 꼴 다보고 일했고 신규때 진짜 3주 내내 퇴근하면서 운적도 있어요..내가 왜 간호사가 되었을까 하고요. 그냥, 그냥 의미부여 하지 마세요. 나는 나이팅게일이다 나는 숭고한 일을 하고있다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들 대단한 일 하는거 맞아요. 하지만 그런 관점으로 간호사 일 하기에는 한국사람들은 너무 의식이 덜 성장했고 글러 먹었어요. 간호사를 보호해줄 법적 체계도 너무 미약하구요. 그냥 한달에 한번 돈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일해야 해요. 주어진 것만 하고 더 하지 마세요. 회사라고 생각하세요. 주변 대학병원에서 오래 버티신 분 말씀 들어보면, 희생정신? 전혀 언급하지 않으십니다. 그냥 포장하는 말이죠ㅋㅋㅋ 대학원 가는 수단으로, 다른 좋은 직업으로 갈아타기 위한 발판으로, 혹은 타 직업보다 돈을 잘주니까...이게 십몇년 버티는 이유입니다. 나이팅게일 정신? 일 오래 못합니다. 나가떨어져요. 사랑과 봉사심으로 일하기에는 한국 사람들 너무 엉망이예요ㅋㅋ그냥 한달에 한번 돈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일하세요...저는 돈때문에 못그만두고 일합니다. 지금 남자마크 달고 있는 인간들 댓글한번 보세요ㅋㅋ 저런 사고를 하고있는 놈들이 태반입니다.
베플ㅇㅇ|2018.09.28 12:34
난 의사부터 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에 이르기까지 그냥 병원일하는 사람들이 다 안쓰러움. 내가 다니는 병원에 간호조무사가 환자안내 한다고 부르는데 노인네가 의사데려오라고 아픈사람 오라가라하지 말라고 소리지르면서 삿대질 하는데 조무사 가만히 듣고있다가 뒤에서 RN마크 단 간호사한테 안겨서 우는거 봤는데 내생각과 다르게 저 두 직업이 동료로서 그렇게 나쁘기만한 사이는 아니구나 싶었고 토닥여주는 간호사도 눈물찍는 조무사도 너무 안타까워 보였었음.
베플E|2018.09.28 13:28
글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글쓴님이 꼭 제 댓글을 정독해주셨음 합니다. 스물에 처음 사회에서 일한게 간호조무사 실습을 위해 수술실에서었는데요. 공단지역이라 응급실엔 항상 외국인노동자가 많았어요. 하루는 팔이 거의 절단된 상태로 응급실에서 응급처치하고 출혈을 막은채로 수술실로 옮겨진 외국인 환자가 있었어요. 수술실에 계셨던 나이많은 수간호사가 의사가 오기전에 먼저 상태를 확인하려고 지혈중인 부분의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는데 순간 피가 팍하고 얼굴에 튀었었어요. 그런데 그 간호사님은 얼굴표정하나 바뀌지않고 절단부분을 헤집는데 그저 경이로울뿐이었습니다. 의사가 오기전 온갖 일은 모두 간호사가 했고 마무리도 항상 간호사였어요. 저는 그때 생각했습니다. 의사랑 간호사는 다를바가 없다고. 의사만큼 정확하게 알고있어야 일의 시작과 마무리가 가능하다는걸요. 하지만 대다수의 상식없는 사람들이 그 타이틀의 차이를 굳이 벌려놓습니다. 그 수간호사님은 주부였는데 수술실에서의 카리스마를 빼면 본인 자식들 앞에선 천상 엄마였어요. 통화하는 목소리만 들어도 달라지고, 환자를 대할땐 늘 엄청난 사명감이 느껴졌죠. 저런게 사명감이구나.. 처음으로 간호사란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수술실뿐만 아니라 외래 병동 모든 간호사분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잘하고 계십니다. 계속해서 아픈 환자들을 많이 돌봐주세요.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그런 말을 뱉은 그분은 되려 안타깝게 생각하세요. 평생 그렇게 개념없이 사시다 갈 분입니다.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신경끄세요. 너무도 잘하고 계시니까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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