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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순간에도 사랑하고 있었다

ㅇㅇ |2018.10.02 00:58
조회 3,829 |추천 10
다른건 바라지도 않았다.
잠을 줄여달라든지 나보다 운동이 더 중요하냐든지 변했어 예전엔 보고싶어서 오분이라도 보러왔는데라든지 싸우고 우리집까지 찾아오던 넌데 이젠 싸우면 연락도 안하고 화나면 상처주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든지 내 친구들 만남에 고민없이 달려왔는데 올까말까 고민한다든지 충분히 볼 수있는 날에도 보지 않는다든지 평일에는 운동해야 한다고 그렇게 보고싶어해도 안된다던 너가 친구들은 평일에 만난다든지 집에서 전화도 하고 영상통화도 했는데 점점 그렇지 못해진다든지 하루이틀만 못봐도 힘들어 했는데 주말에 못보니 평일하루 보자하는 것도 못마땅해한다든지 카페에 앉아 서로만 바라보고 있던 시간에 이제 다른걸 한다든지 나랑 공유하던 일상을 친구들과 더 많이 공유한다든지 인스타 좋아요도 1등으로 눌러주던 너가 댓글도 안 달아준다든지 페이스북에 함께 가고 싶은곳 하고싶은건 나만 공유하고 있다든지 그래도 내가 먹고싶다면 성게비빔밥도 회덮밥도 먹어주던 너가 해산물이라면 고개를 젓는다든지.
너는 변해가고 있었는데 내가 너가 너무 좋아 눈이 멀어서 모르고 있었나봐. 조금 느려진 네 옆에서 너무 빠르게 달려서 내가 널 못 봤나봐. 헤어질때쯤 그랬지 삼백일때쯔음 권태기가 왔었다고. 전혀 몰랐어 나는 삼백일날 찍은 사진 아직도 지갑에 넣고 다니는데, 그때 크리스마스때 우리 샴페인이랑 치킨 피자사서 맛있게 먹었는데, 내 생에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는데 너는 권태기였나봐. 미안한게 많아. 내 감정에만 충실해서 너를 돌아보지 못한 것. 사실 모른척 하고 싶었을수도 있어 내 주위사람들은 말해줬는데, 우리 커리먹고 알망간 날 있잖아 그때가 언제지 그때쯤에 너의 표정에 진짜웃음이 없다고 했었어. 근데 난 이거든 저거든 그냥 너가 좋았어 우린 헤어지지않을거라는 확신에 사실 그런 시간들은 내게 위기가 되지 않았어. 차라리 그때 다시 한번 돌아볼껄. 나는 네가 결혼을 마흔에 하고싶다고해도 너랑 못헤어졌을 것 같아 그만큼 많이 사랑하니까 헤어지지 못하겠으니까. 내 결혼 적령기를 위해 나를 놔줄 수 있다는 말. 나를 위해서 라고 했지만 그건 날 위한게 아니었어 내가 얼만큼 사랑하는지 알면 그게 날 위한거였을까. 적령기, 현실적으로 중요하지 넌 항상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난 널 만나는 동안 현실에 살지 않았어 이상에 살았지. 그날 그 순간 모든게 현실이 되더라. 나랑 헤어질 수 있는 사람, 나랑 헤어져도 괜찮은 사람, 나랑은 다른 사람. 너에게 느낀 감정은 실망도 배신감도 아니었어 그냥 깊은 슬픔 내가 알던 너가 아니라는 깊은 슬픔 그거 하나였어. 그거 듣고 많이 방황했지 그로부터 한달하고 몇주쯤 후에 우린 헤어진거야. 하루도 못살 것 같았는데 우리 헤어지고 벌써 삼주하고도 하루가 지났어. 한달이 지나도 못 참겠으면 찾아가려했는데 나에게만 갑자기 온 이별이라는걸 왜 몰랐나몰라. 내가 가면 너는 지겨울거야 너말대로 우린 똑같이 헤어질거야 아니 애초에 다시 안만나줄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더 참으면 널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버텼는데 이젠 뭘로 버티나 몰라. 마지막 통화, 울고있는 내 목소리 뒤로 차갑게 끊을게 라고 말한 그 목소리로 버텨볼게. 이제 너 귀찮게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내가 잘못한건 더 많아 나도 많이 변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너만 원망할래 이러지 않으면 잊을 수 없을테니까.
지금 돌아보면 속상해도 바라는게 있어도 마냥 좋았던 것 같아. 누구를 그렇게 좋아해본적이 처음이라 저렇게 변해가는 동안에도 바라는건 없었어. 하나 내가 바라는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사는 것 너랑 헤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 그거 하나 였는데, 너는 언제 우리가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꿈에서 깨어나 시간이 돌아간다면 나에게도 모질게 준비할 시간을 줘 예쁜 꿈에서 깨는건 더 슬플테니까.
추천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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