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낼 수 없는 편지 - 보내고 싶은 편지>
누구야.. 우리가 만난지도 1200일이 지났다.
우리는 별로 싸울 것도 없었고, 서로를 잘 알기에 척하면 척이었고, 친구같은 편안함과 가만히 있어도 어디 있어도 행복했단 시간이었다.
네가 냉정하게 나에게 헤어지자고 한 날..
울지 않겠단 다짐과 함께 나갔던 그 날..
우리는 세상을 잃은 듯 서로 두 시간을 넘게 울며 이야기를 나눴지..
너는 나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눈물을 흘렸겠지..
나는 네가 계속 우는 모습이 안타깝고 미안하고 너의 마음을 이제 알았다는 것..
그리고 잘 해보고자 준비했던 여러 것들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에 결국 눈물이 터졌지..
우리가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끌어 안고 서로 눈물을 흘리고 헤어졌지만..
결국 너는 마음의 여유도 없고, 이것 저것 많이 바쁠 거라 내가 틈틈히 생각이나 날까 싶다.
나도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어.
내가 너에게 그랬잖아. 돌아올 사람은 돌아온다고.
아직도 막연히 너와 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봐.
"벤 - 열애중"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아직 그런 느낌인가 싶더라.
너와 헤어지기 전 날, 불안한 현실에 한 숨도 자지 못했고..
출근해서도 네 생각에 일이 되질 않았고, 네가 헤어짐을 고하고 너무 많이 울어 그 날
몸살이 나서 또 한 숨을 자지 못했어.
3일을 자지 않고도 사람은 쉽게 쓰러지진 않더라.
난 너와 다시 한 번 만날 거라고 했잖아.
그 기회를 잡으려면 내가 뭐든 노력해야겠더라고.
너무 지치고 힘들었는데, 헤어진 다음 날 나는 헬스장을 등록하러 가서 운동을 하고 왔어.
그 다음 날에는 마트에 가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한 야채와 계란, 우유 등을 사서 노력하고 있어.
내 동기부여가 너무나도 강력해서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적어도 너에게 바로 보여줄 수 있는 내 노력이니깐.
물론 너는 나에게 수 없이 말했다곤 하지만..
익숙함에 속아 너의 말들을 잔소리를 넘겨버렸던 내 자신이 원망 스럽기도 해.
한 번만 더 진지하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그랬니 싶었어.
그런데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보니 너는 그럴 수가 없었더라.
너의 시기가 네 인생에 많은 변화와 불안함을 가질 시기인데,
우리의 관계마저 불안하다면 너는 노력할 에너지가 없었을 거야.
누구야, 너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싶고 욕심이 많은 아이라 이것 저것 많이 하고 싶었을 거야.
나는 반대로 일, 취미생활, 연애 3가지로도 내 인생이 충족되었고,
특히 업무 스트레스로 의욕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야.
게다가 선척적으로 게으름을 타고 나서 어떤 사소한 것을 결정할 때조차 귀찮음이 있었어.
그런 내 옆에 있으면서 너는 이 귀찮음에 익숙해져 편해지는 네가 싫었을 것 같아.
그래서 그렇게 운동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공부도 하고, 시험 준비도 하고 너를 극한까지 몰아 붙였겠지.
내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는 오히려 그런 무리도 나로 인해 했을 지도 모르겠어.
그런 너의 마음을 몰라준 나도 참 미안해.
처음엔 단순히 우리가 권태기로 인한 이별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너에게 무엇이 부족했을 지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다이어트를 하러 간 헬스장을 기점으로
나는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조금만 부지런해지니 할 일이 워낙 많더라. 할 수 있는 것도 워낙 많더라.
귀찮아서 혼자 영화관조차 찾아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드디어 혼자 찾아가서 영화를 보게 됐어.
다이어트 식 준비를 하다 보니 매일 저녁을 치킨 같은 걸로 시켜 먹던 내가 저녁마다 고구마를 찌고, 계란을 삶고, 샐러드를 준비하기 시작했어.
취미생활 네가 많이 응원해줬잖아. 대회 나가서 상도 타왔잖아. 이제 시에서 주최하는 대회 대표로도 선발돼서 나가기로 했어. 일정을 맞추는 게 귀찮다는 생각이 들길래 헛웃음도 나고, 이것조차 귀찮아하나 싶어 무조건 나가기로 했어.
이런 모든 것들이 헤어지고 일주일도 안돼서 가능하더라.
조금만 부지런하면 되는 거였는데 뭐가 어려웠던 것인지..
너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편안한 안식처의 내가 아닌 같이 으쌰으쌰해서 서로의 시너지가 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던 거였어.
너무 늦게 알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닫게 되어서 정말 고맙고 미안해.
모르겠어. 네가 다시 돌아올 지 너를 만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도록 내가 변해볼게.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 너도 알겠지만, 나는 많은 성격적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왔어.
부지런함도 습관이고, 그 습관이 너에게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가서 너와 함께 하고 싶어.
내가 너를 잡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감정 때문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너를 놓치면 안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 거야.
너로 인해 나는 많이 변했고, 그것들이 나에겐 너무 만족스럽거든.
너의 마음의 여유를 내가 채워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우리가 제2의 연애를 하게 된다면, 네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나도 너에게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할게.
아프지 말고, 날이 쌀쌀한데 춥게 입고 다니지 말고, 준비 열심히 해서 시험도 잘 보고, 다시 볼 때는 웃으면서 보자.
그 때까지 안녕,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