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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백 호박이를 보고 생각난 고양이이야기

다시만나면... |2018.10.23 02:32
조회 270 |추천 8

범백걸린 고양이 호박이 이야기를 읽고 생각나

회원가입하고 글 작성해봅니다.

오래전 이야기를 떠올리다보면 글이 길어질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전쯤 아주 잠시 만났던 고양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과외 강사구요

그 날은 새로 맡게된 학생들의 첫 수업 날이었어요.

지하철역 내려서 버스를 한 번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얼만큼 걸리는지 확실치않아 늦고 싶지않은 마음에 택시를 잡으러 카센터 쪽으로 걸어갔어요.

택시를 잡으려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저를 자꾸 쳐다봐요

처음에는 내가 카센터 앞에 서있어서 차들이 못들어오나 그래서 쳐다보는건가 했어요

그런데 차들이 제 앞에서 서행하다가 다시 출발하고 그러더라구요.

바닥을 내려다보니 차도에서부터 정말정말 작은 새끼고양이가 제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들이 서행했던 거였어요




제가 확인했을 때는 고양이가 차도를 거의 다 건넜을 쯤이었고

왜 못봤지 싶을 정도로 바로 제 발 앞쪽으로 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몇 발자국 천천히 더 걷다가

인도 바로 앞 턱에서 갑자기 픽 쓰러지더라구요...

인도와 차도 사이 경계에는 턱이 있는 거 아실거에요.

그리고 그 경계에 간혹 물이 고여있기도 하구요

비가 온 다음날이라던가 등등

쓰러진곳이 하필 물이 고여있던 곳이라 그 아기고양이는 물에 젖게되었어요.


바로 고양이를 안아 올렸습니다.

저는 고양이가 어려서 천천히 걷는건줄 알았어요..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한거였나 봅니다.

호흡도 안좋고 다리도 아파보였고 몸을 떨고있더라구요..


물에젖은 고양이를 옷으로 감싸고 택시를 탔어요

학부모님께 바로 전화로 상황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택시 아저씨께 직진하다가 가장 먼저 보이는 동물병원으로 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제 무릎위에 누워서 가쁘게 숨쉬는 고양이한테

조금만 기다려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영업중인 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이렇게 길고양이를 데리고 오시는 분들이 제일 난감하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처치의 종류와 각각 비용에 대해서,

그리고 이게 지금 이 고양이에게 가망이 거의 없다는 것,

진료받다 사망할경우 처리(...)하기 곤란해지신다는 말씀까지

너무 타당하고 맞는 말씀이라는 거 저도 잘 알았지만

왠지모르게 엉엉 울고있던 제 눈물이 머쓱해졌습니다.

비용 상관없으니 뭐든 해달라고 말씀 드렸어요

“우선 나가서 이름과 전화번호부터 작성하시고 대기하시고..”

지금 나가서 바로 작성할테니 주사먼저 바로 놔달라고

저 도망 안간다구.



정신없이 설명을 들어서 정확히 무슨 처치를 하려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만 할수있는 것 중 가장 효과있는걸로 부탁드렸고 10초라도 빨리 해주시길 바랬어요

주사를 가지고오셔서 막 치료에 들어가려는데

고양이의 숨이 멎었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장례 절차 소개가 귀에 들어와야하는데

내 수업도 얼른 가야하는데

이성적인 판단이 안 서더라구요..


그래도 가야했고 수업하러 학생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해서 거짓말을 했어요.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분위기가 숙연해질 것 같아서,

웃으면서 잘 치료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수업했어요.

학생들도 토요일인데 동물병원이 문열어서 다행이라고, 그럼 이제 선생님이 데려가서 키우시는거냐고 묻더라구요.

그랬으면 좋겠네^^ 하고 수업을 마치고

꾹 참고 집에 돌아와

반려견을 안고 한 번

엄마한테 말하면서 또한번 엉엉 울었습니다



참 이게

슬프고 힘든경험을 주위에 털어놓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친구들도 마음 아파할 것 같고

막상 말도 안 떨어지고

그래서 묻어뒀던 이야기였는데

호박이 글을 읽고 생각나서 저도 익명의 힘을 빌어

이렇게 이야기 해봅니다.



이름없이 잠깐 내옆에 있다 간 고양아

많이 보고싶어했어

경황이없어 너의 성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해

떠올릴 수 있는 너의 모습은

내 무릎위에 웅크리고있던 손바닥만한 모양 뿐이지만

그래도 많이 보고싶었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땐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이름으로 널 불러줄게



호박이도

제가 만난 그 아기 고양이도

무지개다리 넘어있는 그 곳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밤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8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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