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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열한 남자친구였습니다

보고싶다 |2018.10.23 03:40
조회 741 |추천 0



처음 너를 만난 건 대학교에서였어 우린 같은 과였지

너는 정말 예뻤고 매력이 넘쳐서 과내에서 참 인기가 많았었지 너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내 동기들을 보면서 나도 너에게 작업을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예쁜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 내 겉모습때문에 너에게 말 한 마디조차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는 그런 초라한 사람이었지

너랑 처음 말을 해본 건 1학년 2학기가 절반쯤 지났을 때였을거야 강의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너였어

오빠 혼자 가세요? 저도 혼자 가는데 같이 가요

그땐 너무 당황했어 우린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우린 같은 조원이 된 적도 말 한 마디 해본 적 없는데
우린 집방향이 같았고 너는 내 옆 건물에 살고 있었지 그걸 계기로 우린 점점 친해졌어 우린 늘 같이 다녔고 강의 시간이 서로 다르면 내가 강의가 끝날 때까지 넌 기다렸고 나도 마찬가지였어 주말이 되면 같이 놀러갔고 주위에서 사귀냐고 놀려도 너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나를 보며 미소만 지었지 나는 점점 니가 나한테 마음이 있다고 확신했어 그치만 나는 혹시나 내가 맘에 안 든다고 거절할까봐 겁이나서 너에게 용기있게 고백조차 못했어
근데 넌 내 마음을 알아준건지뭔지 먼저 나한테 고백하더라 내가 좋다고 내가 좋아서 그날 같이 가자고 말을 걸어봤다고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 고작 나같은 놈이 천사같이 예쁜 너와 사귄다는 게 그저 꿈만 같았다
그리고 니가 내 여자친구가 되고나서도 나는 너무 꿈만 같고 이게 진짠가싶기도 했어
너는 마음씨도 예뻤고 마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처럼 늘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었지 낮은 내 자존감을 눈치채고 내 단점들을 장점으로 하나하나 바꾸어서 말해주었어 늘 나에게 잘생겼다고 말해주었고 내가 너무 잘생기고 잘나서 다른 여자가 채가면 어떡하냐고 걱정까지 했지 절대 그럴 일이 없는데도 말이야 너는 내가 싫다는 건 절대 하지 않았고 나한테 하나하나 맞춰주었어 세상에 이런 천사같은 여자가 존재할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너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난 점점 더 거만해졌어 니가 잘났다고 해주니 난 정말 잘난 줄 알았고 니가 잘생겼다고 해주니 난 정말 잘생긴 줄 알았어 내 단점들을 장점들로 바꿔말해주는 걸 들으며 그래 사람이 이만한 단점도 없으면 사람인가 싶었고 나에게 맞춰주는 널 보며 얼마나 못났으면 저렇게까지 맞춰주면서 날 만나나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너에 단점들만 부각되어 보였어

하얗고 뽀송하기만 했던 니 피부에 눈밑 가득한 주근깨가 보이고 살짝 통통해서 보기 좋았던 니 체형이 뚱뚱해보이기 시작했다
늘 나한테 맞춰주던 니가 항상 말 예쁘게 하던 니가 얼마나 못났으면 저럴까하고 없어보이기까지했다

나는 그렇게 2년을 만난 너를 차버렸다
너는 울고불고 매달리며 나 없인 안된다고 자기가 잘못한게 있으면 고치겠다고 대화하자고 했지만 나는 너한테 너 지금 이러는 거 정말 정 떨어져 라고 말해버렸다 그때 니 눈빛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너와 헤어지고 나는 다른 여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 어떤 여자도 내 성에 차지 않았고 너만한 여자는 없더라
그리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넌 정말로 날 사랑했었다는 걸 그리고 난 정말 비겁하고 비열한 놈이었음을...

그걸 헤어지고나서야 깨달아버렸다
아직까지도 나는 너를 잊지못해 매일 매일 니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난 너한테 연락할 가치조차 없는 놈이기에 그냥 이렇게 그리움에 사무쳐 글이라도 몇 글 자 적어본다 혹시나 니가 이 글을 볼까싶어서

난 정말 끝까지 비열하고 비겁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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