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교육에 집착한 엄마가 절 이렇게 만든것같아요

으휴 |2018.10.23 04:03
조회 2,302 |추천 9
안녕하세요
네이트판에 글을 쓰는 게 처음이라 혹시 잘못 한 거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고칠게요.

저는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고 제가 12살 때 아빠가 위장이혼 뒤 빚을 엄마에게 떠넘기고 도망가셨어요.
아빠가 밉다는 생각보다 더 이상 아빠 들어오는 거 무서워하며 잠들 일 없겠다는 것 때문에 행복했어요.
13살 초6 때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어요....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가 일하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돼요. 가게에 한 공간을 집으로 썼어요.
불행은 여기서 시작돼요. 엄마의 단골손님 중 한 분께 과외쌤을 소개받아요. 저는 하기싫다고 했는데 그 단골분이 제게 '네 엄마를 봐서 공부해야할 거 아니냐'며 꾸짖어서 하는 수 없이 영어과외를 하게 돼요. 일주일에 두 번. 8회 40 만원,,,
그 과외쌤을 영어쌤이라고 할게요
영어쌤은 37살에 아이를 엄청 싫어하는 여자였고 영어쌤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님이었죠.
저는 영어선생님의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어요. 공부를 그 때 처음 해봤거든요. 학교 끝나면 나가서 놀거나 게임하면서 놀았지 자립적으로 공부해본건 14살 때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제게 정해진 목표를 못 채우면 혼을 내거나 화를 냈어요 그리고 어쩔 때는 때렸죠.
아빠한테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은 영어쌤이었어요.
그런데 항상 혼내면서도 다 널 위해 하는 소리라고, 네가 못하지 않았으면 안 혼 냈을 거라고 하는데 이게 맞는 말인 것 같았어요.
너희집 형편에 40만원 짜리 과외가 타당한 거냐 엄마 등골빼먹는 거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갚아야한다 그런 얘기를 일주일에 두 번씩 항상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좀 이상해졌어요. 제 친구들이 형편없어 보이고 소위 노는 애들이 공부 안하는 게 짜증나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친한 친구를 사귀지 못 했어요. 그리고 갑자기 울거나 화를 내거나 애들 싸움에 끼어드는 둥 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노는 애들한테 알수없는 분노를 느끼게 돼요. 그땐 왜 그랬는지 몰랐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사춘기+ 자존감 하락+ 불안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거의 한달에 한 번 이상은 맞았고 영어쌤의 기분을 항상 살펴야했어요. 2주에 한 번정도 선생님이 화를 내지 않았고 그때만 마음이 놓였어요.
3학년이 되어서는 은따를 당했어요. 사실 저라도 그렇게 구는 아이라면 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가정불화가 있어도 학교에서 잘 생활했으니까 버틸 수 있었는데 중학생 때는 집도 학교도 불안하고 분노하는 공간이었죠.
저는 그때쯤 엄청난 불안에 몽중몽 악몽을 영어쌤이 오는 날마다 꾸는 일상을 살게 되었어요. 꿈내용은 대략 과제를 해도 끝이 없는데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화들짝 놀라서 깨는데 꿈이고 다시 과제를 하는데 영어쌤이 들어오고 화들짝 놀라서 깨고 다시 책상 위에 책이 펴져있고 ... 이것이 계속 반복되는 꿈이에요.
어떤 날은 맞다가 회초리가 부서진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영어쌤 나가고 저는 울고 있었는데 엄마가 영어쌤에게 한 말과 행동이 아직도 기억나요. '부족한 아이니 혼 낼 거 있으면 꼭 혼내세요.' 하며 구해온 회초리를 영어쌤한테 건냈어요. 저는 그냥 방 안에서 그 모습을 훔쳐보다가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어요.
그렇게 계속하다가 정말 더는 못 할 것 같아서 과제를 아예 안했다가 손바닥 120몇대를 두번에 나누어서 맞고 '너 이렇게 하면 기계고 가야한다. 그리고 공장가서 몸 망가질 때까지 일하다가 나중에 박스 주우면서 사는 거야. 너희집 얼마나 가난한지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니. 한심하다. 눈빛이 죽어있네. 너같은 애는 맞아야하고 그래서 맞은 거다. 나한테 배우려는 애들 널리고 널렸다. 나도 널 가르치고 싶진 않은데 네 엄마를 보면 네가 좀 잘했으면 싶다. 너는 불효자다.' 등 정말 이런 얘기를 과외 시간 90분 동안 계속하고 방을 나가서 엄마 일하고 계신 곳에서 저 못 가르치겠다고 하고 가버렸어요. 저는 좀 우울했고 제가 잘못한 것 같아 죄스러웠지만 영어쌤이 그만둬줘서 좀 좋았어요.
그런데 그 뒤로 엄마가 방에 들어오시더니 저보고 영어쌤한테 사과하고 과외 계속 받으라고 하는 거에요.
저는 엄마와 계속 얘기를 했지만 엄마는 끝에 제게 눈물을 보이셨고 결국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과외하기 싫어서 가출한 적도 있었어요. 말이 가출이지 추운 밖에서 10시까지 있는데 넘 무서웠어요.... 그날도 엄마는 과외를 계속해야한다고 하셨고 저는 결국 영어쌤께 엄청 혼나고 다시 하게 돼요...
그러나 얼마 못 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심하게 당하고 저는 결국 머리를 밀어버렸습니다. 영어쌤도 결국 저보고 혀를 차면서 과외 더는 못 하겠다고 하고 엄마도 더는 제게 아무런 얘기 안 하시더라고요. 그리곤 완전히 저를 무시하셨어요. 엄마가 미워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집에서 방문 잠그고 방안에서 울고 소리지르고 제 안의 알 수없는 불안과 싸우다가 18살에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져서 다시 그 영어쌤이 하는 학원에 가서 과외를 받아요. 4달쯤 되었을 때 그 쌤이 제게 그러더군요. '00이도 학교 그만두고 방안에서 나오지를 않는다는데 혹시 왜 그런 것 지 아니?' 00이는 제가 중학생 때 영어쌤이 항상 언급하던 아이였어요. 얼굴은 모르는데 쌤 과외학생들 중에 저와 00이는 제일 못 하는 학생이었고 저는 맨날 00이와 비교당하고 더 못한다는 이유로 혼나고 무시받았거든요.
근데 그 얘기를 듣고 저는 집에 돌아가면서 제가 이모양이 된 이유가 그 선생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내가 못나고 형편 없어서가 아니라 저 여자한테 과외를 받으며 돈을 주고 나를 죽이고 있었구나...
근데 뭐라고 하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과외일 수 채우고 그만뒀어요.
하지만 , 제 인생은 그 뒤로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환각,환청 그리고 화병이 줄어들기까지 몇 년이 걸렸어요. 머리를 미는 그때 그 순간 저는 제 모든 걸 내려놓았거든요. 주변의 시선이나 내가 지키고 싶었던 인간으로서의 품격 같은 거 말이에요.
지켜내고 싶었는데 힘들어서 버티고 버티다 죽지 않고서는 이 방법밖에 없구나 하고 그냥 내던져버렸어요.
사람들이 있건 없건 내가 보이는 대상이랑 얘기도 하고 화도 내고 누가 귀에 대고 영어선생님처럼 말하면 그 자리에서 소리지르고 엉엉울고....
그렇게 정신병으로 몇 년 넘게 보내다가 다시 행복해지고 싶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연히 잘 안되더라고요. 자존감이 부족한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 환청,환각, 분노 같은 것들과 계속 싸워야하고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거나 이상해보이지 않고 호구잡히지 않아야하니까.... 남들보다 더 어려운 인생같아서 화도 나고..

저는 현재 27살이에요.
정신병은 많이 나아졌는데 자꾸 과거의 제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14살... 15살... 16살... 17살... 그리고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내 삶...
저녁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는 아이들이 부럽고
카페에 가서 엄마와 웃으며 대화를 하는 아이들도 부럽고
방학에 물놀이를 다녀온 사촌이 부럽고 그래요...
그게 얼마나 큰 구멍인지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잃어버린 10대 20대의 삶이 얼마나 큰 것이었나 그 상실감에 자꾸 화가 나다가도
지금부터 무엇을 시작할 수 있을지 넘 막막하고 불안해요.
행복해지고 싶은데... 사실 많이 지쳤어요. 죽는 게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인것 같기도 해요.

제 인생 응원 한마디 해주시면 좋겠어요.
조언이나 정신과 잘하는 곳 소개도 좋아요.
죽을 수 있게 나쁜말해주셔도 좋아요.
사실 요새 제 나이가 감당이 안 돼서 많이 괴롭거든요.

마지막으로 교육에 집착해서 아이의 자존감을 죽이고 있는 부모님들이 계시면 이 글 읽고 그만하셨으면 좋겠어요.
추천수9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