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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고민 글 속의 의사 남자친구입니다.

|2018.11.26 16:03
조회 4,930 |추천 15


얼마전 얼마나 준비돼야 결혼할 수 있냐는 글 속의 의사 남자친구입니다. 저는 네이트판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아이디로 글을 씁니다.

먼저, 굳이 저의 직업까지 밝히며 글을 적는 이유는, 이 글은 제 여자친구의 고민글에 댓글 쓰셨던 분들에게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백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던 글이니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 글을 보지 못하셨던 분들은 이 글을 지나치셔도 됩니다.


제 여자친구의 글은 저도 봤습니다. 여자친구의 글을 요약하면,

(저희는 이십대 후반이고 여자친구는 약 천만원정도 대출이 있으며 남자친구인 저에게는 두배정도의 대출이 있다, 여자친구는 대기업이고 남자친구는 전문직이라 대출 상환은 금방 하는데, 저희가 20년도에 결혼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부모님의 도움은 최대한 안받고 싶다 보니 결혼할 때 빠듯할 것 같다, 저희처럼 빠듯한 상황에서 결혼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어떻게 하셨는지 등의 조언을 부탁드린다) 였습니다.


그런데 해당 글에 대한 댓글은 '마통'과 전문직이라는 단어를 통해 저의 직업을 추측하며, 그 남자는 너랑 결혼 안할거다, 들러붙지말고 놔줘라, 남자가 거절하고 있는거다 등등의 댓글이 주를 이루었고, 여자친구에게 영악하다거나 , 놓칠까봐 무섭냐는 등의 비난과 조롱도 꽤 많았습니다.
저와 저의 부모님까지 거론하시면서 그 남자의 생각은 이럴거고, 그 부모도 반대할거라는 확신에 한번 놀랐고, 질문의 요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악담에 가까운 비난을 하시는데서 다시 놀랐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등의 조언은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결혼하신 분들은 어떻게 하셨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남자의 마음은 어떨거고, 부모님도 반대할거다, 매달리지마라 등의 발언은 비난일 뿐 조언이 될 수 없습니다. 저의 마음이 어떨지 추측해달라고 올린 질문글이 아니지 않습니까. 질문의 요지에도 벗어날 뿐더러 무조건적인 악담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만큼 도를 넘으셨습니다.



잠 잘 시간도 부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 글을 통해 하고싶은 말은, 본인들의 생각이나 경험이 마치 정답인 듯이 타인에게 함부로 하는 언행은 결국 본인의 좁은 시각과 경험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의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할 가능성이 높고 명예직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직업은 저라는 사람의 일부분일 뿐, 제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희 직업을 가진 사람 중 경제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저희가 가진 선택의 폭이 넓은건 사실이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 모두가 그렇다고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인생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설령 제 여자친구가 저의 조건 때문에 저를 놓치고 싶지 않는 것이라 한들, 그게 왜 질타를 받아야 할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본인들은 그런 선택지가 있을 때 제 여자친구와 같은 선택을 안하실 건지요. 게다가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여자친구는 글에도 제가 따뜻한 사람이고 여러 장점들 때문에 좋다고 언급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친구가 마치 제 조건만을 보고 저와 만나는 것처럼 생각 하시더군요.
물론, 글의 첫 부분에 언급했듯이, 이 커뮤니티를 이용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조건도 그 사람의 일부이기 때문에 안볼 수는 없습니다. 여자친구도 저도 이 부분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저의 조건만을 보고 만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실제로 여자친구는 저를 만나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저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는 분들을 만날 기회도 많았어요. 저희는 서로 누가 채가기전에 얼른 내가 데려가야겠다고 장난도 많이 치곤 합니다. 여자친구가 저를 놓치기 싫듯이, 저도 여자친구를 놓칠까봐 두려워요. 그만큼 특별한 사람입니다.


여자친구가 추가로 쓴 글은 일부 감정적인 말들이 있었다는 것은 본인도 알고 있습니다. 질문과 상관 없이 왜 그렇게 일찍 결혼하고싶은거냐고 따지는 사람들, 여자친구 혼자 저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단정짓는 사람들, 무조건적인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서 왜 결혼과 같은 개인적인 가치관까지 궁금해하고 비난하는거냐, 내가 매달린적 없다 오히려 남자친구가 기다려달라한건데 왜 마음대로 확신하냐 등..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향한 분노가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여자친구의 말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조언 해주신 분들도 간혹 계셨습니다. 그분들께는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여자친구와 저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여자친구가 여기에 올린 글 덕분에 조금 더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이 곳에 질문을 한 이유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저의 빚에 대해서 말하면 제가 싫어할까봐 였다고 합니다.
여자친구의 글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여자친구는 결혼을 일찍 하고싶다고 했고,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도 관심사가 결혼인가 봅니다. 그런데 저는 빚이 있고, 이걸 먼저 해결해야 떳떳하게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나때문에 여자친구가 일찍 결혼을 못하는건 아닌가 하는 열등감과 여자친구가 떠날까봐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여자친구에게도 느껴졌던 듯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고, 제가 부끄러워할까봐 제 빚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이곳에 질문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여자친구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바빠질 테니 학생 때는 후회없이 놀자는 마음으로 빚을 지며 여행도 실컷 다니고, 아낌없이 썼는데, 여자친구를 만나 결혼 생각을 한 후로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 상환하는 중이고, 저희 부모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다. 저도 여자친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빠르게 결혼을 진행할 생각이고, 여자친구의 고민을 들으니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아서 조만간 함께 재무상담을 받으러 갈 예정입니다.

분명하게 말씀 드릴 것은, 여기 계신 몇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여자친구를 가볍게 만난다거나 연애만 하다가 끝낼 생각인 것은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이 반대하거나 속상해 하실 일도 없습니다. 남녀 사이는 결혼식장 들어가기 전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은 모든 커플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저는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고, 아주 만약 저희가 헤어지는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여기서 예측하셨던 그런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여자친구는 상처가 컸는지 이제 이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출퇴근길이 길어서 심심해서 본다고 했었는데, 더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봐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날씨가 추워졌는데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추천수15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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