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cayman s 포르쉐의 또 다른 퓨어(pure) 스포츠카가 국내에 상륙했다. 카이맨 s는 로드스터 복스터와 포르쉐의 간판모델 911 사이에 자리잡고 있지만 미드십이 주는 좋은 밸런스와 꽉 찬 성능은 911까지 넘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포르쉐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은 앞모습과 매혹적인 뒷모습. 카이맨 s는 여지없는 포르쉐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다. 환절기마다 등장하는 감기 바이러스, 데이터를 지워버리는 컴퓨터 바이러스, 그리고 포르쉐를 못 타면 안달나는 포르쉐 바이러스까지……. 포르쉐 매니아들 사이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포르쉐 바이러스’가 도대체 얼마나 지독하길래 한번 걸리면 평생을 간다는 것일까?
2004년 미국에서는 9천842대의 911이, 3천513대의 복스터가 판매되었다. 값이 더 비싼 911이 3배 가까이 많이 팔린 것이다. 시장 볼륨으로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지만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포르쉐를 판매하는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는 911을 57대 팔았지만 복스터는 11대에 그쳤다. 911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30년 넘게 쌓아 올린 전통과 한결같은 아이덴티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스터와 911 사이에 자리매김하며 등장한 카이맨 s가 911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복스터와 911 사이를 메우는 막중한 책임
이전 포르쉐 911(996)과 복스터에서 질타를 받았던 물방울이 터진 듯한 헤드라이트 모양(그래도 판매에는 성공했다)은 997에서 다시 둥글어졌다. 카이맨 s는 신형 복스터의 둥근 헤드라이트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앞 범퍼의 안개등을 차별화하고 범퍼 밑에 은색 립 스포일러를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시선을 뒤로 옮겨갈수록 복스터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뒤 펜더를 감싸는 아름다운 911의 실루엣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911의 엉덩이가 빵빵하다면 카이맨 s의 그것은 탄탄한 근육질이다.
911의 rr 구동방식보다는 카이맨 s의 mr이 이론상 ‘잘-균형잡힌’(well-balanced) 구조이기 때문에 달리기를 지향하는 순수 스포츠카에 더 어울린다. 하지만 카이맨 s는 복스터와 911 사이를 채워야 하는 임무를 띤 이상, 911의 엔트리 모델 카레라의 325마력보다 높을 수 없고 복스터 s의 280마력보다는 높아야 했다. 이를 위해 포르쉐는 이전 911(996)의 엔진을 손봐 3.4ℓ 295마력 수평대향 엔진을 얹었다.
카이맨 s 지붕 아래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이고 엔진룸까지 자리하고 있다. 엔진이 운전석 뒤쪽에 자리하고 있으나 덮개를 열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v6 엔진 각도를 180도로 벌린 카이맨 s의 수평대향 엔진은 넓고 납작한 모양이다. 따라서 엔진 위쪽에 공간적인 여유가 있는데, 복스터는 이곳을 소프트톱 수납용으로 썼고 카이맨 s는 실내공간과 트렁크를 넓히는데 활용했다. 특히 이 공간은 뒤 트렁크까지 이어져 스노보드 같이 긴 물건도 실을 수도 있다. 포르쉐 911과 복스터에 2명이 타고 스키장비까지 싣고 스키장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여기에 더해 앞쪽 보닛 안쪽에는 기내용 트렁크 정도는 거뜬하게 실을 수 있는 깊은 트렁크가 있다.
포르쉐는 카이맨 s가 복스터와 다른 차라고 주장하지만 실내에 앉으며 복스터와 똑같다. 타코미터를 중심으로 양쪽에 하나씩 원형미터가 겹친 계기판 그리고 왼쪽에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거는 방식 등이 모두 포르쉐 스타일이다. 둥그런 헤드라이트로 돌아온 신세대 911과 복스터에도 달린 조수석에서 튀어나오는 두 개의 컵홀더는 정말 튀는 아이디어다.
왼쪽에 자리한 속도계에는 좁은 반원에 시속 300km까지의 속도가 촘촘하게 표시되어 있다. 운전 중에는 빠르게 치솟는 속도계의 바늘을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다. 이를 포르쉐도 아는지 디지털 수치로도 표시한다.
100분의 1초까지 잴 수 있는 크로노 초시계
센터페시아 위에 자리잡고 아날로그-디지털 초시계는 100분의 1초까지 잴 수 있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플러스’로 911에도 달리는 선택장비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채 왼쪽 레버로 조절이 가능하고 간단한 0→시속 100km 가속이나 서키트에서의 랩타임을 측정할 수 있다. 이 장비로 재본 0→시속100km 가속은 제원의 6.1초보다 조금 느린 6초대 후반에서 7초대 초반이 나왔다.
카이맨 s는 자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한 5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얹고 있다. 따라서 초기 가속에서 미세한 미션 슬립이 일어나고 변속 손실도 있어 수동 모델보다는 확실히 가속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일단 rpm이 올라가면 이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이 빠르게 가속된다. 참고로 올 여름부터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는 포르쉐의 전 모델에 수동 변속기를 추가한다고 하니 그동안 at가 마음에 걸렸던 매니아들은 반가움을 금치 못할 듯하다.
mr의 특성인 민감한 핸들링은 자칫 고속주행에서 예민한 핸들링으로 이어져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러나 카이맨 s는 적절한 세팅으로 코너링과 고속주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타협점을 찾아냈다. 고속도로에서 안정감 있게 뒤에서 밀어 주는 가속력이 일품. 지난달 시승했던 아우디 s4(344마력으로 출력이 더 높다)보다 체감 토크가 더 크다
시속 100km 주행 중 잠시 시야가 확보되어 오른발에 힘을 주자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넘나든다.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은 채 시속 200km에 도달하기를 기다리는 차들과는 차원이 다른 가속력이다. 또한 4피스톤으로 작동하는 빨간색 캘리퍼는 앞 12.5인치, 뒤 11.8인치의 큰 디스크를 어느 순간에도 꽉 움켜쥔다. 한 마디로 ‘잘 달리고 잘 서는’ 스포츠카 본연의 명제에 충실하다.
카이맨 s는 복스터에 단지 고정식 철제 지붕을 더한 차가 아니다. 복스터에서 느낄 수 있는 오픈카의 매력을 포기하는 대신 순수 지향의 스포츠카로서 얻는 것이 더 많다. 복스터보다 강성이 2배나 높아진 보디는 고출력이 나오는 엔진과 탄탄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 레이스카와 튜닝카를 스트럿바나 스테빌라이저 튜닝으로 보디를 보강하는 것처럼 보디 강성은 운동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복스터보다 단단해진 카이맨 s는 가속시는 물론이고 핸들링 안정성에 있어서 복스터보다 한결 뛰어나다.
사진설명 : 오버스피드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코너에서도 액셀오프와 스티어링 동작만으로 의도했던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카이맨 s는 자동차에서 가장 무거운 엔진을 비롯해 승객석이 휠베이스 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스티어링이 손에 착착 붙는 것 같은 날카로운 미드십 핸들링을 맛볼 수 있다. 코너링 특성은 앞부분이 밀리는 언더스티어도 아니고 뒤쪽이 흐르는 오버스티어도 아니다. 엔진 부근, 즉 차의 중심이 무게중심의 축이 되어 앞부분과 뒷부분이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또한 오버스피드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코너에서도 액셀오프와 스티어링 동작만으로 의도했던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자칫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 할지라도 포르쉐의 주행안정장치 psm(porsche stability management)이 개입해 자세를 추스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포르쉐 바이러스 환자들에게 바친다
포르쉐 하면 911이 떠오르듯 북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911이 복스터보다 인기가 높다. 포르쉐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복스터로 포르쉐 바이러스를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911의 dna를 이어받은 파워풀한 복서 엔진과 균형 잡힌 mr의 운동성능, 여기에 포르쉐다운 멋지고 매혹적인 디자인까지 갖춘 카이맨 s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카이맨 s는 값이 부담스러워 포르쉐 바이러스 백신인 911을 구입하지 못했던 수많은 환자를 충분히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5만8천 달러(약 5천800만 원)에서 시작되는 카이맨 s가 한국으로 건너오면 1억 원을 살짝 넘는다. 국내의 포르쉐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사기에는 많이 비싼 가격. 백신을 살 수 없다면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포르쉐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