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오십 중반에 접어드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제게도 유난히 아픈 손가락은 있었습니다..
첫째 딸아이가 그랬는데,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럽다기보단 더 애틋하고 더 미안합니다...
이십 대 중후반에 아이를 낳아, 아이를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저와 남편이 많이 어렸습니다.
남편은 동생들과 노는 어린 첫째에게 항상 그 책임을 강조했고, 아이들 간에 놀다 조금만 언성이 높아져도 첫째를 불러다가 혼냈습니다. 때리기도 했고요. 남편은 그를 훈육이라 생각했고... 저도 막지 못했고, 막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스럽습니다.
사춘기 이후로 착했던 딸아이는 가족에 문을 닫았고.. 고등학생 때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가족 간에서는 유일하게 엄마인 저와만 대화를 나눴고... 아빠와 동생들은 미워하게 돼었습니다.. 아파하던 아이에게 남편도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너무 꽉 닫혀 있어서..
딸아이가 얼마전에 결혼을 했습니다. 예전에 사주를 한 번 봤는데, 딸 남편복이 있다던데 사실이었나 봅니다.. 고등학생 때... 우울증으로 아파하던 때 옆에서 너무 많이 도와주고 정말 딸을 좋아하던 남자친구와 십 년 가까이 연애를 하다 결혼했습니다...
참 괜찮은 사위였습니다. 어른에게 잘하고... 딸에게 잘하고... 참 괜찮은 사위였습니다.
그런데.. 딸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혼인 신고도 했고. 같이 살기도 하고. 결혼을 했는데 식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하도 어릴 때 조금 부족하게 자라서.. 동생들과 달리 더 아끼고 더 졸라매고 하는 악착스러운 성격이 있었는데... 제게는 식을 올리지 않는 이유를 단지 돈이 아까워서라고만 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꽤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의외로 흔쾌히 사위도 동의하길래... 그냥 요즘 젊은애들은 이런가보다 했는데....
얼마 전에 사위랑 둘만 얘기를 나누다 그 이유를 알았네요. 식을 올리지 않은 진짜 이유를 알았습니다... 식장에 들어갈 때... 아빠 손을 잡고 들어가는 게 싫었답니다.. 사람들 앞에서.. 사진으로 남아서... 그게 너무 싫어서 식을 안 치렀답니다... 사위도 그 얘기를 다 알고 있으니 동의한거구요. 그렇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무너져 내리더리구요... 사위한테도 미안하고.... 고맙고... 딸한테 너무 미안하고....
사위가 그러더라구요... 딸이 가족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너무 죄송하다고.. 제가 잘 알려주겠다고... 가족이 뭔지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알려주겠다고...
그냥 그렇답니다... 어디다 말 할 데도 없고... 애아빠한테 말할 수도 없고.... 그냥... 사위와 저만 아는 비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