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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의 삶, 비참하네요

비정규직 |2018.12.29 22:59
조회 33,905 |추천 84

정규직 육아휴직 대체 근무 중입니다.

말 그대로 정규직인 전임자 업무를 그대로 받아서 하는 계약직이고요,

월급은 정규직과 동일하긴 합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겪는 일들..답답해서 여기에 써봅니다.

 

1. 회의준비

저한테 회의할 때마다 미리 가서 컴퓨터 켜 놓고 음료랑 컵이랑 준비해놓으라고 하더라구요.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불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이전에는 각자 마실 물 자기가 알아서 준비했다고 하더라구요. 회의 끝나고도 다들 우르르 나가버립니다. 저 혼자 정리하고...사람들하고 좀 친해지면서 요즘은 다같이 하긴 하는데..지금 생각하면 비정규직이라고 저런 일 시켰구나 싶어 씁쓸합니다.

 

2. 전화받기

제가 가장 마지막에 입사했으니 전화를 주로 받는 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리를 비워서, 업무적으로 다른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굉장히 사적인 일, 카톡 하느라 전화를 못받을 때도 매번 저한테 전화 좀 받아줘~라고 얘기를 해요. 팀원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2분이 특히 바쁘지 않을 때도 저한테 전화받아서 자기 회의갔다고 하라는데 저도 업무로 바쁠 때가 있는데 매번 그러니까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은 말씀을 드렸어요. 둘러둘러 공손하게. 그랬더니 그 분이 저한테 계약직이 원래 전화도 받는거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3. 부를 때

저희 팀장님은 정규직 부를 때는 00씨 00직급, 이런식으로 부르는데 저한테는, 저한테만 꼭 이름으로 부르세요. 00아~ 이렇게...그나마 00아~부를 때는 그래..그냥 야, 너 이게 아닌게 어디냐 하고 넘기는데 가끔 바쁠 때 무의식적으로 제 이름이 유재석이면, 유재석! 유재석아!!이런식으로 크게 부를 때가 있으신데 한 번은 다른 팀 팀장님이 아유 요즘 누가 아랫사람 이름 부르냐고 00씨 이렇게 부르셔야지..이러면서 저한테 팀장님한테 뭐 밉보였나보다 이러시는데 제가 민망하더라구요.

 

4. 회식

다른 직원들은 어쩌다가 빠지기도 하고 하는데 저는 무조건 참석입니다.

다른 직원한테는 오늘 오냐고 묻는데 저한테는 당연히 00이는 와야지 이러세요.

계산하고 이런것도 저의 역할..그러니 2차,3차 되어도 끝까지 남아있어야 하고

원래 간식 사는거, 돈 쓴거 정리하는거 돌아가면서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 온 뒤로는

고정입니다..

 

5. 정규직 전환 유혹

은근하게 정규직 시켜준다고 열심히 하라는 말 종종 하시는데 처음에는 그 말에 용기가 생기고

희망이 보였는데 요즘은 듣는 것도 짜증나고 저 일 더 시키고,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 같고, 자기한테 잘보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정말 들을 때마다 마음이 힘듭니다.

정규직 전환 불가능한거 뻔히 다 알고 있는데도 자꾸 저런 얘기 하시는게 사람 가지고 노는 거 같아서 화가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자꾸만 팀장님이 저한테만 "내가 너한테 잘해주잖아~"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잘해준다는게 대체 뭔지도 모르겠고 제가 피해의식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저한테만 자꾸 저 말씀을 하시니까 마치 '(너는 비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취급해준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6. 일할 때

이게 정말 제 자신을 비참하게 하는데..

아무래도 일하다 보면 다른 팀 직원들과 소통하고 업무적으로 엮일 일이 많잖아요

그런데 제가 부탁하면 협력을 잘 안해줍니다;; 예를 들어 전산시스템을 수정해야 하면

요청서 쓸 때 제 이름으로 쓰지 말고 정규직 직원이름으로 써달라고 하거나

다른 팀에 자료 요청할 때도 이전에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문서로 요청해달라고 해요 꼭. 그러면 팀장님도 결재를 하셔야 하니까 보시고 이게 뭐라고 문서로 요청하냐고 하시는데

몇 번 겪어보니까 다른 직원들은 제가 요청한 자료보다 더 중요하고 보안걸린 문서도 서로 메일로 쉽게 주고 받더라구요.

 

제가 꼼꼼한 성격이라 문서 결재할 때 꼼꼼하게 보는 성격인데요,

원칙에 따라서 일을 하는 거고 이전에도 이렇게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직원들이 저한테 곧 나갈건데 뭐하러 열심히 하냐고 할 때도 있고 ..그러네요.

 

7. 내 자리는 쓰레기통

제 자리가 통로쪽에 있긴 하지만 팀장님 + 전화 대신 받아달라는 직원 이 두 분은 꼭 그렇게 제 자리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세요;;

한 번은 팀원 한 분이 축하할 일이 있어서 커피를 사가지고 오셔서 한 잔씩 나눠주셨어요.

그런데 그날 팀장님이 외부업무로 자리 비우셨다가 5시쯤 돌아오셨는데 식은 커피가 자리에 있으니까 저 불러서 이게 뭐냐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00님이 아까 한잔씩 돌렸는데 팀장님 자리 비우신지 모르고 팀장님 자리에도 두신거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서 일하고 있는데 한참 후에 팀장님이 제 자리에 그 커피를 두시면서 이거 식어서 못먹겠다면서 저한테 마시고 싶으면 마시라고 하고 가시더라구요......

정말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많이 느껴져서 화가 나더라구요.

 

8. 계급?

팀원 중에 친해진 동료가 있어요. 저는 솔직히 사교성이 좋진 않은데 이 언니는 사교성도 좋고

혼자 사는데 저한테 자꾸 놀러오라고 하고 그래서 ..종종 놀러가기도 하면서 친해졌는데요

언니가 저한테 자기 비밀얘기, 가족사..이런 얘기까지 하기에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한테 자꾸 관심을 표시하는 직원이 있는데 저는 사내연애 절대 할 마음없다고 했더니 

이 언니가 저한테 그냥 정규직 만나서 사귀다 결혼하라 그러면 대박이지 않냐는 말을 하더라구요.

제가 취업준비 하고 있는걸 뻔히 알면서도 저런 얘기를 하는 걸 들으니 너는 능력없으니까 결혼이나 해라 이런 얘기로 들리더라구요.

뭐 그렇게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고 정규직이랑 결혼하면 대박이라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이 사람은 나를 자기랑 급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쓰다보니 생각나는게 점점 많아지네요.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쓰고 나니까 뭔가 후련하네요..

전국에 계신 계약직 분들...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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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로그인해보니까 톡커들의 선택? 이 됐네요;;

다른 곳 계약직 분들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해서 쓴 글이기도 한데
노력이 부족했으니 그런 설움도 어쩔 수 없다는 분도 계시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위로해주시는 분도 계시네요..

학교는 중경외시, 학점은 3점 중후반대..영어점수나 남들 다 있는 자격증 이런 건 다 있고요..
모르겠습니다..가끔 우울한 생각이 들 때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싶다가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그냥 허송세월 보낸 건 진짜 아닌데 억울하다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랑 같은 학교 나왔어도 정말 좋은 직업 가진 친구들도 있고
지방에 있는 학교를 나왔어도 좋은 회사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지방대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그런 걸 보면 제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긴 하더라고요.

그냥저냥.. 치열하게 살지 않은 것도 있고..정확한 목표없이 남들 하는 걸 따라하기만 한 것도 있고,

어쨌든, 지금 계약직 기간 동안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계신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추천수84
반대수9
베플부산사는흔남|2018.12.30 09:09
계약직은 알바의 또다른 이름이에요.
베플마마|2018.12.30 16:45
절대 정규직 전환없습니다. 그리고 계약기간동안 자르지도 못합니다. 계약직으로서 할일만 하세요. 비난하든말든. 받아주니 그런겁니다. 그들은 님을 직장동료라 생각하지 않아요. 님이 해야할 일만하세요. 계약기간 종료되면 볼일 없습니다
찬반ㅇㅇ|2018.12.29 23:23 전체보기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 더러우면 떠나야지 정규직 직원들 스펙이랑 비교는 해봤나 몰라? 차이없음 새로 알아보고 차이나면 반성하고 스펙키우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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