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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는 글이야

그냥쓰는글 |2018.12.30 12:41
조회 273 |추천 0

스무살이라고 하자
우리가 처음 만난 때 말이야

네가 색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였어
내가 색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나는 무뚝뚝하고 낯가림이 심했고
서글서글하고 모두와 두루 어울리던 너였는데

색이란 사실 하나 만으로
우리가 얘기라도 해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초록색을 좋아한다던 너를 위해
밤그림마저 초록색으로 칠하던 그때
4시에 일어나 해가 뜨는 걸 본 적이 있어

세상에 어느 밤 하늘이 초록색이냐며
내 맘을 들킬까봐 말이야

사실 새벽을 그린거라며
너에게 변명하기 위해 말이야

나는 그때 검은 밤하늘이 점점 푸른색을 띄고
해가 뜨기 전에 점점 초록빛을 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떴어

해가 뜨자 하늘이 잠시 복숭아 색이 되고
이내 밝은 햇빛이 모두가 가진 색을 보여주는 광경에 나는 그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했어

너와 같이 그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길 나는 바랬어

그 마음이 전해져서 다행이야
그 마음을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어

우리는 300일 가량을 만났어
또래 답지 않게 우리는 처음이 많았어

손을 잡고
뽀뽀를 하고
너와 첫키스를 하며
처음으로 누군가 미래를 그리던거 말이야

나는 화가가 되길 원했고
너는 부자가 되서 작은 갤러리를 갖는 게 꿈이었어

우리는 그 갤러리 한 켠에
초록으로 그린 밤그림이 걸리는 상상을 했어

누군가 그 그림을 보며
저 작가가 이 갤러리 주인에 남편이래
하는 사람들의 말 들을 그려나갔어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그려나갈 처음들이 많을거라 생각했어
그 처음을 언제나 너와 함께 할 거라 생각했어

나는 이 말을 하면서도 너에게 참 미안해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걸 꺼내놓으면서도
나는 끝까지 거짓만 늘어놓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스물에 만나지 않았어
나는 그림을 좋아하지도
너는 색을 좋아하지도 않았어

우리가 처음이었던거
미래를 그려갔단거
내가 너를 사랑했단거 말고는 모든 게 그래

미안해
네가 알지 못했으면 하는 사실이 있어
네가 이 글에 인물이란 걸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그랬어

나는 너무 힘들어
너무 아픈 말 하며
내가 모든 걸 끝내버리려 했는데
네가 그렇게 날 잡아줄 줄 몰랐어

나보다 넉넉하고 부유하던 너희 집과는 달리
나는 꿈을 꾸는 것 조차 마음 졸여야 할 정도로 힘들었어

그 꿈을 아니꼽게 보던 아버지와
응원해주던 너 사이에서 나 많이 힘들었어

그래도 널 놓치기 싫었어
내가 누구에게 마음을 열고 나눈게 네가 처음이었으니까
정말 그림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꿀까 생각도 했어
우리가 오래도록 곁에 있었으면 했으니까

근데 아버지가 그랬어
집이 넘어간대
내 이름으로 빌린 돈이 있대

지금 당장 갚지 않으면
내가 큰일난대

나는 그때부터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너에게 헤어지잔 말을 했을거야
네가 날 붙잡을 때 마다 모진 말 하며 널 떼어놓으려 했어

그림까지 포기하고 널 붙잡으려던 난데
널 포기하려던 이유가 있어

0에서 시작한 사랑보다
-에서 시작한 사랑은 너무 힘들어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떤 모습으로 헤어졌는지 알기 때문에

우리가 이쁘게 남기를 바랬어
모진 말까지 해가면서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그게 맞는거라 생각했어
네가 좋은 사람 만나서 좋은 사랑 하는거 말이야

이번에도 바램이 통해서 다행이야

5년이 지났어
네 소식을 들었고
네가 나로 인해 받았던 상처들
다시 사랑하면서 누군가 고쳐주었단 얘기를 들었어

그런 네가 가끔씩 내 소식을 궁금해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우리가 좋은 연인은 아니었어도
좋은 친구이긴 했으니까라며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나도 네가 궁금했어
아직도 보고싶고
너와 헤어지면서 했던 말들 다 사과하고 싶어

근데 나 이제 그럴 수 가 없어
나 이제 사람이 너무 무서워

너와 헤어지고 3년 뒤였어
아버지가 그랬어
미안하다고

네가 그림을 그만두기 바래서
거짓말을 한거라고
이제 든든하게 자란 내가 고맙다고

그 말을 듣자
많은 게 무너졌어

나는 이제 사람들과 어울릴 수가 없어
낯가림이나 그런게 아니야

누군가 관계를 맺는 것 조차
끊어지는 일을 먼저 생각해

친구로도 지낼 수 없고
연인은 더욱 더 그래

연인이었던 친구는 더 그럴거야
네가 내 안부를 궁금해 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들떴지만
나는 우리가 언제고 어떤 형태로 끊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해

나는 이제 그런 아픔을 감당할 수 없어
네 소식에 나는 뭐라 전할 말이 없어
들뜨는 것 조차 힘이들어

그런 난데
담아두는 것도 힘들어서 글을 써봤어
여기다 쓰면서 네가 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널 흔들지 않게
네 이야기일 줄 모르게 많은 걸 바꿔놨어

그럴거야
진짜 많은걸 바꿔놨으니까

정말 미안해
진짜 사랑했어
너무 보고싶고

상처주고 힘들게 한 거
그렇게 오래 아파 했던거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못 갚을거야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사람이랑 오래 만났으면 좋겠어
네가 하고 싶던 모든걸 해줬으면 좋겠어
잘 지냈으면 좋겠어

잘지내
진심이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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