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 처음 쓰는 거라 말투가 좀 안맞아도 이해 바람.
(글쓴이는 삼십대 중반 남자임)
어제 외국인 친구와 함께 제야의 종 행사를 보고 집에 가는 길이었음.
분당으로 가는 900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을지로에서 버스를 탔음.
탈 때부터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몹시 혼잡한 상황이었음.
겨우 겨우 버스에 탔는데, 앞에서 세번째쯤 안쪽에 자리가 비어있는 걸 봄.
바깥쪽에는 어떤 아저씨가 앉아 있었음.
보통 안쪽에 자리가 비어있고 사람이 타려고 하면,
1. (금방 내릴 거 아니면) 자기가 안쪽으로 들어가거나
2. 몸을 통로로 틀어서 들어가도록 비켜주거나
3. 하다못해 다리를 안쪽으로 당기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정상
근데 이 아저씨는 아예 비켜줄 생각도 없이 버티고 있음.
그래서 나도 그냥 밀고 들어가서 앉았음.
그런데 이 아저씨가 내가 앉았는데도 쩍벌을 하고 내 자리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거임.
여기서부터 나도 짜증.
그래서 정확히 내 자리까지 나도 다리를 확 벌려서, 아저씨 다리를 밀었음.
이때부터 아저씨와 말싸움이 시작됨.
(아저씨) "왜 밀고 난리야." - 반말
(나, 앞에 좌석의 정확히 절반을 손으로 그으면서) "여기까지가 제 자리잖아요."
(아저씨) "뭐야, 임마? 너 몇 살이야?"
다짜고짜 반말하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 "너 몇 살이야?"를 시전하니 진짜 개빡침
(나) "아 여기서 갑자기 나이가 왜나와..."
이때부터 아저씨의 고성과 폭언이 시작됨
(아저씨) "뭐 이 새끼야? 너 진짜 죽을래? 어? 어?"
그러면서 한 번 내 목을 밀침.
(나) "아 쳐보세요. 치라고!"
일단 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그 때부터 증거물 수집을 위해서 폰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함
(아저씨) "야, 이 XX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 이걸 콱 그냥"
그 때부터 다짜고짜 고성을 지르고, 두세번 정도 나를 치려는 시늉을 함
이게 계속 되자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이 하나 둘 아저씨한테 뭐라고 하기 시작함
(승객) "아저씨, 공공장소에서 좀 조용히 합시다"
(아저씨) "뭐 이 새끼야? 누구야? 내가 임마 나이가 60이야. 어?"
개진상 시전.
승객들 개 빡쳐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아저씨한테 한마디씩 하기 시작
(승객) "저러니 나이든 사람들이 욕을 먹지, 어휴"
"아저씨, 좀 조용히 좀 하시라구요, 진짜!"
승객들 반발이 계속되자 기사님 폭발.
(기사님) "거, 조용히 좀 하세요!"
그래도 계속 아저씨는 "야, 임마 너 몇 살이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를 시전하며 계속 고성.
나는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서, 일단 아예 대꾸를 하지 않으면서, 일을 더이상 크게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함.
아무튼 한남동 지나서 판교에 올 때까지 아저씨는 계속 "야, 너 분당 어디 살아? 너 내리면 죽을 줄 알아" "임마, 내 딸이 나한테 새해인사도 하고 임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진상을 부림. (다 비디오로 남김)
그러다 판교 넘어서서 내릴 때 되니 쫄리는 지 조용해 짐.
나는 분당 서현중학교 지나서 벨을 눌렀는데, 여전히 안비켜주길래 다시 또 밀치고 나옴.
진상 아저씨는 역시나 따라 내리겠다는 건 개허세였고, 아무 말 없음
나오면서 기사님께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드리면서 내림.
솔직히 전혀 무섭지도 않았고, 나한테 손찌검을 하는 순간 모든 상황이 나에게 유리해지므로 비디오 찍으면서 그러라고 하고 있었음. (승객 분들께는 정말 죄송)
근데 정말 내가 슬픈 건 뭔지 알아?
너무 너무 이 땅의 나이 쳐먹은 아저씨의 개진상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싸울 때도 할 말이 "너 몇 살이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정말 슬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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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을 먹었든, 공공 장소에서 타인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고, 또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별 것 아닌 존재예요.
이 땅의 아저씨들. 제발 배려와 예의를 익히며 나이를 먹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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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을 더 먹으면서,
나도 더 나이를 먹더라도 저런 아저씨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새해였음.
이 글을 읽으며, 여러분도 부디 그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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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그 분 이름이나 연락처 모르는데, 내 목을 밀친거 가지고 경찰에 신고 가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