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승현 기자] 팔, 다리를 아기자기하게 휘두르는 율동에 천진한 표정을 실어보내던 예전의 보아보다 강렬한 첫인상. 6월 중순 5집 앨범의 국내 발매를 앞두고 마무리 녹음 작업에 한창인 그를, 24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검은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바지 정장에 흰색 조끼를 걸쳐입은 그의 단정한 얼굴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짙은 화장. 지난 2000년 14세의 나이로 데뷔, 한·일 양국의 톱스타가 된 그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다’. “스물넷, 스물다섯이 돼서도 머리에 고글 쓰고 나올 수는 없잖아요. 많이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r&b 창법을 통해 색깔 짙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고요. 언제까지 소녀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또래들이 갓 대학에 입학할 나이인 19세 보아. 자리에 앉아 대화가 시작되자 애써 감췄던 풋풋함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새 앨범은 이제 5곡 정도 녹음을 마쳤습니다. 제가 작사한 노래가 꽤 있는데 그 곡들이 인정을 받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보아는 일본에서만 정규앨범 3장과 베스트 앨범 1장이 470만장 이상 판매됐다. 지난 3년간 벌인 30여회 공연은 모두 매진됐고, 관객은 40여만명.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스타다. 블룸버그의 한 칼럼니스트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보아가 빠졌다고 아쉬움을 표현한 건 공연한 게 아니다. “나이 어린 친구가 무대 위에서 땀 뻘뻘 흘리며 춤추고, 노래까지 직접 부르는 게 신기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처음 일본 사람들의 호기심을 샀던 것 같아요. 쉽지 않지만, 전 방송이건 콘서트건 라이브로 노래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바다 건너 두 나라를 오가며 무대에 서는 게 힘들지 않을까. 보아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6개월 한국에서 활동하면 이어 일본에서 또 6개월 뛰어야 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다”며 “그래도 1년에 2~3주는 꼭 쉰다”고 했다. 이어 “데뷔 초인 2001년에는 추석 연휴 3~4일을 제외하고는 계속 일본에서 머물며 ‘올인’했는데 지금은 훨씬 낫다”며 환하게 웃었다. “저에게 노래는 희망과 존재감을 심어주는 무엇이에요.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요. 침대에 길게 누워있을 때보다 훨씬 편해요.” 보아의 입문은 ‘여느 연예인’처럼 우연히 이뤄졌다. 댄스그룹 오디션을 보러 sm엔터테인먼트를 찾은 오빠를 따라왔다가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것. 당시 이수만 이사는 오빠가 아닌 보아를 눈여겨보며 노래를 시켰고, 보아는 ses 노래로 화답했다. 만만치 않은 ‘끼’를 드러낸 보아는 98년 초부터 sm엔터테인먼트에서 2년여에 걸친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방과 후 평일 4~5시간, 주말 7~8시간씩의 강행군이 거듭됐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장나라 등이 그의 ‘훈련동기’. “사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저보다 늦게 연습 시작한 ‘플라이’ 오빠들도 데뷔하고, 나라 언니는 도중에 나갔는데 저만 계속 남아있는 거예요. 마음은 조급한데 몸은 몸대로 힘들고…, 그래도 지금은 그때 피아노하고 중국어를 더 배워둘걸 하는 후회가 생겨요.” 어릴 적 꿈 ‘가수’를 위해 ‘학창시절’을 과감히 접어버렸던 보아, 아쉬움은 없을까. “왜 없겠어요? 누구나 자기한테 없는 걸 동경하잖아요. 저도 학교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것 때문에 좌절하지는 않아요.” 보아는 “성격상 사람들과 두루두루 연락하며 지내지는 못한다”면서도 “3~4명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며, 사람들 걱정과 달리 일상생활을 마음껏 즐긴다”고 했다. 요즘은 요리에 재미를 붙여서 버섯덮밥, 제육덮밥, 미역국 등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제가 끓인 미역국은 정말 예술”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혹시 연예인 친구는 없냐?”고 묻자 ‘후훗’ 웃는다. “그게, 음 한국 활동 끝나고 일본 갔다 오면 잠깐 친했던 동료들도 연락이 끊기고 전화번호가 바뀌고 해서요….” 보아는 한국과 일본의 팬들이 서로 교류하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원래 일본에서는 10대부터 50~60대까지 팬층의 연령대가 다양해 좀 조용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이 한국팬과 교류하면서 공연장에 노란 풍선과 한국말로 쓰여진 플래카드가 등장하더라고요.” 남자친구가 있는지 궁금했다. 보아의 반응은 단호하다. “없어요.” 일본 잡지 프라이데이의 보도에 대해 보아는 “그 잡지를 들여다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이제 저도 여자로 봐주시는가 보다, 나에게도 파파라치가 붙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한다. 아직 할 일이 많은 보아에게 ‘남자친구’ 혹은 ‘애인’은 아직, ‘금칙어’다. 한국과 일본을 장악한, 이 당찬 10대 여가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아시아의 최고가 될 거예요. 아시아 인구를 다 합치면 유럽, 미국을 훨씬 능가하잖아요. 여기서 우뚝 선다면 곧 세계 최고가 되는 것 아닌가요? 서양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죠. 이제부터 중국시장에서 제 능력을 활짝 펼쳐보일 겁니다.” 보아 너무 이뻐졌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