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500개 넘게 달린 걸 다 읽어봤어요.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네요.
나이차이(위아래로 4살차이 이상) 있으신 부부들 서로 잘 지낸다는거
그거 정말 복 받은거 맞아요. 체력이 서로 비슷하게 맞으면 참 좋은거죠.
그리고 이렇게 남편 욕먹이면 좋냐고 하시는 분들,
애 낳고선(아들) 남편이랑 얘기하다가 우연히 나온 말이 있어요.
만약 우리 아들이 10살 어린 여자 혹은 10살 많은 여자 데려오면 어떻할 거냐고요.
안된다네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남편이랑 살면서 아쉬움이 있듯이,
남편도 나름의 아쉬움이 있을 거예요. 그걸 안거죠.
남편이랑 저랑 교육과정만 해도 3차 차이가 나요.
남편이랑 제가 약간 경계선에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학교다닐때 얘기를 해도 서로 공감대 형성이 전혀 안돼요.
남편도 나름 답답하겠죠? 저도 그렇고요.
그런데 남편보다는 제가 조금 더 답답할 것 같네요.
그래도 남편은 일단 주기보다는 받는 게 더 많아요. 나이가 있으시니까요.
안타까워서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다는 분들.
당연히 그런 마음 드는게 맞는데 저는 그걸 넘어서서 안타까움+짜증(=애증)이 된 듯.
그래도 제가 선택한 삶이니까 후회하기는 아깝고 최대한 잘 살아봐야죠.
이전 글에선 제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그냥 속시원하게 털어나 놓자!하면서 가볍게 얘기했지만
나이차이 많이 나는 부부들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말하자면
삶의 공유 문제에서 크게 드러나요.
비슷한 연령대면 아무래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할 수밖에 없어요.
살아오면서 비슷한 사건을 겪고, 비슷한 교육을 받았고,
비슷한 입시를 통해서 대학을 다녔고,
비슷한 취업난을 겪고 비슷한 직장 생활을 해요.
서로 떨어져 있었을 때부터 그런 비슷한 삶을 공유했다는 게 얼마나 의미가 큰지
결혼하신 분들은 아마 아실 거예요.
그렇게 비슷하게 살아오면 현 시점의 문제도 비슷하게 바라보게 되고,
나중에 아이는 어떻게 키우자, 혹은 어떤 점 때문에 우리 아이는 이렇게 키우지 말자
이런 계획이 잡히고, 그게 곧 부모의 육아의 가치관이 돼요.
어떤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봐도 서로 얘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요.
적어도 '우리 때는 말이야~'이런 말 대신, '저때 저랬잖아~'라는 말을 할 수 있어요.
그런 공감대 형성이 부부간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요.
저희 부부는 이 부분이 조금 어려워요.
요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남편은 제가 경험한 시대보다 10년은 앞선 이야기를 하게 돼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저도 만약 20대 초반 친구들과 얘기하면 그럴 거니까요.
나이가 많은 쪽이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선 일정 부분에선 공감대 형성이 안돼요. 한쪽이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죠.
근데 삶의 양이 다르기때문에 보통 어린 쪽이 이야기를 듣게 돼요.
그럼 결국 손뼉이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가 허무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전 얘기해도 속이 시원하지 않거나, 혹은 남는 게 없다는 생각,
소통이 안된다는 생각을 가끔 했었거든요.
육아 문제에서도 전 체벌+훈육의 과도기에서 성장한 사람이고
남편은 체벌의 시대에서 학창시절 대부분을 보냈어요.
또, 다양한 전공이 인정되지 않던 시기고, 아무래도 성별의 고정관념이 있어요(저보다는요)
여자 파일럿에 대해 얘기하면 남편은 약간은 회의적이죠.
이것도 나이 많은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20대 친구들보다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아이한테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예요.
부모조차 합의가 되지 않은 가치관을 어떻게 아이한테 적용시키나요.
육아 문제에서 서로 당신이 과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런 말을 하게 되고
그럼 당연히 감정이 상하니까 '됐어 너 하고싶은대로 해!' 이렇게 되는 거예요.
또 한가지 말하고 싶은 건,
삶의 질이 다소 나쁜 편이예요.
돈이요? 물론 비슷한 또래끼리 사는 부부들보다는 많을 수 있어요.
근데 우리는 미래까지 봐야 하잖아요.
돈벌이 수단이 있으면 쥐어짜서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어요.
졸라매면 돼요. 그러고 나이가 들면 아이들이 독립하죠.
그런데 나이차 나는 부부는 한쪽이 어쩔 수 없이 사회활동을 중단하는 시기가 와요.
그게 아이들이 아직 학교를 다닐 때일 경우가 많고요.
그때부터는 힘들어져요. 쥐어짤 돈벌이가 없으니까요.
돈이 있으면서 아껴서 쓰는거랑 돈 없어서 아껴 쓰는거랑 스트레스 강도가 다르잖아요.
또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병원비 지출이 커질수밖에 없어요.
그럼 가정을 같이 이끌어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젊은 쪽이 일방적으로 끌어간다는 느낌이 들죠.
그게 버거울 수밖에 없어요.
아마 몇몇 남자분들 여기서 '너네는 어차피 남편한테 얹혀 살잖아'이런말 하실분 있을건데
요즘 맞벌이 안하는 부부들 거의 없어요. 저는 이 기준에서 말할 거고,
꼭 남자가 나이 많은 게 아니라 여자쪽이 나이 많은 것도 전제해서 말하는 거니까
노하지좀 마세요.
마지막으로,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률적으로 적어요.
여가생활을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서로의 체력차가 있고
부부가 서로 뭔가를 한다는 것이 점점 줄어들어요.
제가 지금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면 듬성듬성 비어있는 느낌이예요.
체력이 비슷하고 생각이 비슷한 또래 부부들은 부부만의 시간을 잘 채워나가죠.
여행이나, 취미활동이나, 그런 것들요.
그러면 부부간에 서로 대화할 거리도 생기고, 뭔가를 같이 했다는 게
나중에 혹시 부부간에 문제가 생기면 곱씹을 수 있는 재료가 돼요.
저는 그런 삶의 결을 남편과 많이 만들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그건 나중에 우리 아이가 그대로 고민하게 될까봐 안타깝고요.
아이가 학교 입학하면 남편은 50대가 돼요.
그러면 지금보다는 아무래도 더 체력이 약할 거예요.
젊은 아빠들에 비하면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아이도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의 결이 적을 거예요.
그런, 삶이나 시간의 공유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또래 부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런 것들이
나이차 나는 부부들은 아주 노력해야 한다는 거 그런 것들이 가끔 힘들게 하죠.
남편(혹은 아내)가 동안처럼 보인다고 하시는 분들.
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또래 부부들은 '동안'을 논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어린 얼굴이니까요.
체력? 논할 게 없어요 사실. 젊은 체력이니까요.
저도 남편이 또래보다 동안인데? 이런생각 하는데
한편으로는 제 또래랑 산다면 '동안'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생각했을까?
그런 생각 많이 해요.
물론 이건 케바케이고요.
젊은 사고를 가지신 분들도 많지만,
이런 부부도 있고
나이차 나는 부부중 하나인 우리 부부는
이런 고민을 갖고 산다
이런 거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