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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의 성공과 자기 존중 (김어준 2편)

정의로운 |2019.01.21 16:53
조회 99 |추천 0

딴지일보는 엽기라는 코드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딴지일보의 엽기를 ‘발상의 전환, 주류의 전복, 왜곡된 상식의 회복, 발랄한 일탈’의 4가지로 제시하면서 1999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0년 시사저널에서 매년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매체 조사에서 14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는데, 이는 주요 방송사, 신문사 몇 개를 제외하면 인터넷 1인 매체로 시작한 딴지일보보다 영향력이 없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때는 수백억 인수설이 나돌았고 실제 딴지일보보다 규모가 작은 사이트가 비슷한 금액에 팔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때 팔 걸‘하고 후회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때 내가 직접하고 싶었고, 수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우짜겠냐?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은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통 크게 말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땅을 치면서 ’내가 왕년에 그것만 잘했어도‘라면서 없어진 금송아지를 상상하며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그에게도 ‘젊은 피 수혈’이니 뭐니 해서 정치권의 콜이 있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인지도가 높아지면 스스로 정치를 하려 하거나, 주위 사람들은 그가 결국 정치를 할 것이라고 의심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저더러 정치할거냐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절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전 누군가에 간섭받고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미리 플랜에 의해 짜여 있고 무수한 당위들에 의해 움직여야 하고 그러는 걸 제일 싫어해요. 저보고 죽으라는 이야기죠.”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는 딴지일보에 대해서도 ‘딴지가 김어준 총수의 인생을 180도는 아니어도 90도는 바꿔났을 것 같다’는 얘기에 “딴지일보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매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그 뒤에 ‘하지만’이 있죠. 하지만 딴지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딴지의 역할과 그 스타일과 그 문제의식으로 세상을 대했는데, 더 이상 필요 없으면 사라져야 되는 거예요. 변해야 되는 게 아니라.”라고 대답한 바 있다.

 

예전에 SBS FM에서 ‘김어준의 뉴스앤조이’를 진행한 바 있는데, 방송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

“청취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얘기는 제가 이런 식으로 발언하고,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나와서 이런 태도로 말하는데, 그것이 먹히지 않거나 사람들이 싫어한다면 관둬야 되는 거죠. 저는 그렇게 이해하는 거죠. 저를 매사에 그렇게 얘기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윗사람들은 진행자로서의 그를 싫어하지만, 자신은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일부러 죽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캐릭터이고 자신의 특성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더 이상 소용이 되지 않는다면 사라지는 게 맞다’는 거다. 그런데 사실 이런 태도는 욕심도 없어야 되지만, 대단한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이 없으면 가질 수 없는 태도일 것이다. 그는 욕설 리플에도 관심이 없다.

“기본적으로 그런 걸 잘 안 보는 스타일이고, 저는 저에 대한 평가나 그런 게 궁금하지가 않아요. 완전 제로라면 그건 또 거짓말이겠지만 스트레스 받고 그런 경우는 없어요. 딴지 초창기부터 줄기차게 매일매일 훈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둔감해요.”

그런 반응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제대로 구현이 되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응은 스스로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히 했는데 그걸 안 좋아하면 어쩌겠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구현하지 못했을 때 그땐 짜증나죠. 날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하고, 만약 정확하게 표현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걸 싫어하는 건 어쩌겠어요? 그걸 싫어한다고 내가, 내가 아닌 사람으로 바뀔 수 없잖아요.”라는 말은 김어준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에 대해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람 사는 곳이라면 의례 통하기 마련인 보편적인 상식이라는 맥락에서 제가 유별나다고 생각하거나 특별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모양새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에 맞게 행동해야 된다.‘는 지식이 없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좀 시큰둥한 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자신감이 없다는 것 하고는 다르고, 오히려 자신감은 언제나 충만하고, 개인적으로 뭐든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건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저질러도 되는데, 자기가 책임질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건 어릴 때부터 형성된 사고방식인 듯하다.

“제가 어릴 때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저를 항상 철저히 방목을 했어요. 전 모든 학창시절을 통틀어 성적표 보자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방목이 아니라 이건 방기야. 진짜 도시락도 거의 안 싸줬죠. 아침에 깨워주지도 않았고요. 상을 받아오잖아요. 그럼 전 그걸 집에 가서 자랑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바로 책상에 집어넣어요. 어차피 보여줘도 반응이 없으니까요. 우리 집은 철저하게 ‘니 맘대로 해라’는 주의였어요. 대신 그 뒤에는 항상 토가 달려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PC통신을 많이 해서 전화요금이 많이 나왔다. 보통 그럴 경우는 박살이 나잖아요. 우린 그냥 고지서를 딱 주고 ‘니가 내라’. 이걸로 끝이야.

 

흔히 김어준 총수하면 자기 맘대로 할 것 같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그건 어릴 때부터 학습되어온 ‘내 맘대로 뭐든지 해도 된다. 단 그 결과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다운 일을 자기답게 즐기고 해내고 있다.

“처음 방송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무슨 방송을 해’하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문화라는 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각 잡고, 폼 잡고, 어깨에 힘주는 것을 문화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문화가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는 것을 내가 말할 수 있다면, 라디오를 통해 할 수 있다면, 그런 조건이 전제된다면 할 만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죠” 담당 피디와 코너들을 같이 얘기하고 기획하면서 방송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 싶어 김어준 총수는 OK를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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