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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본 일기-17

기록은 기... |2004.02.05 19:01
조회 406 |추천 0

'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
When life was slow and oh so mellow
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
When grass was green and grain was yellow ...'

 

맥주 몇 병이 든 봉지를 달랑거리며 현관을 들어섰을 때 그녀는 기타를 치고 있었다.

눈을 반쯤 내리깔은 그녀의 옆모습을 보니 갑자기 가슴 한쪽이 저려왔다.

맥주 두 잔을 따르고 그녀 무릎을 베고 눕자, 그녀는 비키라는듯 잠깐 인상을 썼으나 연주는 계속했다.

모른 척하며 그녀의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포근하다.

평화롭다.

그리고, 쓸쓸하다...

 

'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ver
When you were a tender and callow fellow
Try to remember and if remember
Then follow,follow ...'

 

갑자기 기타를 어루만지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왜?"

"그만할래."

"왜~애?"

"너 노래 듣기 싫어서."

"말도 안되는 억지. 내 목소리 내가 들어도 죽이는구만.  성가대 출신 목소리 답잖아? 게다가 나 뉴욕에서 밴드 활동한거 알지? 드럼에 가끔, 보컬두 했다고 얘기 않했나? 근데 싫어?"

"어. 별로야."

어쩔수 없이 그녀 무릎에서 머리를 떼고 손을 내밀었다. 

"고집은. 그럼 좋아. 이리 줘봐."

"그만하자."

"이리 내."

그녀에게 빼앗듯 기타를 받아들고 기타줄을 튕겼다.

뭔가 좋은 노래를 연주하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Would you kon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
Would it be the same
if I saw you in heaven?
I must be strong and carry on
Cause I know I don't belong
here in heaven ...'

 

"어? 경민아, 이거 그 노래다. 우리 중3 때였나?"

"그래. 기억나?"

그 당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녀는 갑자기 기타를 배우겠다고 설쳤다.

처음엔 코방귀를 뀌던 나였지만, 그녀의 집요함에 어쩔수 없이 기타를 전수했다.  

그녀가 좋아하던 이 노래로 기타를 처음  가르쳤다.

기타 연주라는게 피아노와는 달리 악보만 볼 줄 안다고 되는게 아니라 중간에 포기할까 못 미더웠다.

뭐든 처음엔 호기심으로 열성을 보이다가 그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쉽게 싫증 내는 그녀 성격을 잘 아는 나로서는 내키지 않았다.

보람이 없을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도레미파 정도야 적당히 띵띵거리며 줄이야 튕길수 있겠지만, 한 곡을 완벽히 소화해 내기 위해선 인내심이 꽤 필요한 악기가 기타다.

의외로 그녀는 열심이었다. 

손가락이 부르트고 갈라져도 매일 연습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찢겨진 손가락이 안쓰러워 내가 그만 연습하라고 말릴 정도 였으니까.

"엊그제 같은데. 우린 폭삭 늙었구나."

"우리라니? 난 아직 청춘인데."

"무슨 소리야. 내가 너보다 한살 어리잖아."

"야, 우겨서? 1월 1일이 생일이냐? 웃기지도 않네. 그럼 오빠라고 불러."

"훗~! 엿 잡수세요!"

"이게! 야!  넌 마왕이 맨날 하는 얘기 몰라? 여잔 크리스마스 케잌이라니깐."

여자를 크리스마스 케익에 비유한 마왕의 논리는 단순하면서 독특하다.

크리스마스 케잌이 24일에 가장 많이 팔리듯, 여자도 스물 네살이 피크(?) 란다.

25일이 지나면 크리스마스 케잌은 더이상 의미가 없듯, 여자도 스물 다섯이 넘으면 똥값이란다.

스물 다섯이 넘은 여자는 여자가 아니라나?

남자인 내가 들어도 살벌한 논리인데, 여자들이 들으면 얼마나 불쾌할까?

"웃겨~! 어디서 그런 성차별적인 발언을 감히!!"

"왜 나한테 그래? 이모가 그러셨잖아."

"젠장!  엄마 말대로면 이제 몇일 있음 난 똥값이다."

"알긴 아냐? 소희 같은 애들은 한참인데.크크..."

"참, 경민아. 소희랑 화해 할꺼지?"

"싫어. "

"왜? 나땜에 그런 거잖아. 화해해."

"생각해보고." 

"소희 말대로면, 우리가 이제 너무 자라 버린 것 같다..."

그녀의 그 말 한마디는 마치 나와 그녀 사이에 선하나를 그어 버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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