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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보내는 편지

달무리 |2019.02.22 01:58
조회 368 |추천 0
7월 7일. 비록 음력이 아닌 양력이라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겐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었어.
그 넓은 강당에서 선배가 무심코 내게 걸었던 장난이 이상하게도 나는 계속 생각나더라.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야 깨달았어. 자꾸 선배가 생각나고, 학교에서 마주치면 막상 눈 하나도 제대로 못 보겠고, 나에게 관심 있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편했던 그 이유를 말이야. 처음이라서 너무 서툴렀던 것 같아.
그래서 더 노력했어. 한 걸음 한 걸음 더 신중하게 내디뎠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만큼이면 많이 왔다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보면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더라.
더 이상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어. 학교 선배와 학교 후배. 딱 그냥 그 정도에서만 머무르게 되고 말이야.
앞에선 달력이 한 장 두 장 넘겨지고, 뒤에선 나무가 한 단계 두 단계 성장할 때마다 점점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괴로웠어.
"좋아해."
이 간단한 말 한마디도 못 내뱉는 내가 한심했어. 그리고 번뜩 눈을 떠보니 졸업시즌이더라. 비록 지금도 내가 선배에게 가졌던 이 마음은 전혀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나 이제 괜찮아.
견딜 수 있어. 잊지는 못하겠지만 대신 조용히 응원할게. 그 어떤 수많은 인연을 만나더라도 행복하도록. 활짝 미소 지을 수 있도록 간절히 소망할게. 한 사람이라도 더 바라야 이뤄질 가능성도 커지잖아?ㅎㅎㅎ
봄에는 운동장에 핀 꽃을 보면서, 여름에는 주룩주룩 퍼붓는 빗줄기를 보면서, 가을에는 어느새 수북이 쌓여가는 낙엽을 보면서, 겨울에는 보들보들하게 내려오는 하얀 눈을 보면서 그렇게 아마도 나는 당분간 선배를 떠올릴 것 같아. 아니, 그럴 거야.
내 무더운 학교생활의 서늘한 그늘은 언제나 선배였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 정말 보람찬 경험이었어.
아직 겨울이야. 감기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날이 풀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걸 추천해. 선배는 반팔을 너무 사랑하잖아ㅋㅋ
진심으로 졸업 축하해. 아... 털어놓으니까 이제 마음이 좀 후련하다!ㅎㅎㅎ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더 할게. 시 적혀있던 그 졸업 축하 편지... 내가 쓴 거야. 물론 익명이라서 못 알아내겠지만. 내 마지막 외침이었달까?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썼다. 여기서 그만 마칠게. 정말 마지막 인사야. 앞으로의 나날에 따스한 햇살만이 깃들기를 바라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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