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맞닥뜨린 곳은 한눈에 봐도 허름한 사무실이었다.
그곳은 마치, 굳이 변기가 아니라 아무데서나 소변을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것 같은 더러운 공용화장실 같은 인상을 주었다. 어딘가에 누런때가 잔뜩 낀 변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사무실인 것이다.
이사람의 주머니에서 저사람의 주머니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왔다갔다 하는 과정 가운데 이따위 사무실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묘한 일처럼 느껴졌다.
재떨이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넘칠 듯 넘치지않는 담배꽁초들 사이에 방금 태운 담배를 신중하게 비벼끈 사장은 내 속마음 쯤이야 훤히 보인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다.
"연어가 결국 상류로 회귀 하듯이 말이야, 돈은 원래부터 기를 쓰고 더러운 곳으로 모이게 마련이지. 그렇게 서있지말고, 어디 좀 앉게. 커피한잔 할텐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싸구려 인조가죽 소파가 보였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개가 한쪽 귀퉁이를 물어뜯어 찢어놓은 듯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 소파는 어쩐지 앉으면 엉덩이가 축축하게 젖을 것 같은 기분나쁜 광택이 감돌았다.
하지만 달리 앉을만한 곳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곳에서 내리는 커피의 맛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행선지를 잃어버려 뜬금없이 시골길에 멈춰서버린 고급 외제차처럼 사무실과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커피잔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선은 핏자국이 덜 지워진 바닥으로 향한다. 그 얼룩을 보고서야 내가 어디에 앉아있는지 새삼 깨닿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무실의 문손잡이를 얌전히 돌려서 멀쩡한 걸음으로 나서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길한 예감은 대체로 정확하게 적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친구. 돈이 왜 필요한데?
멀리서 '찰칵'하고 짧게 문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