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만 15년째. (상)
정지우
|2019.03.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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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들 하지만 나처럼 지독하게 첫사랑을 앓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초등학교 5학년으로 올라가서 나는 한 소녀를 만났다키는 보통정도에, 언제나 성실하고 , 포니테일을 정갈하게 하던, 잇몸웃음이 예쁜 아이였다.지금생각해보면, 나는 첫만남에서 그녀에게 반한게 틀림없었다.하지만 12살의 바보같은 나는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거 같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시의 나는 그녀에 대한 호감과, 그녀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행동들, 그와 대조적으로 그녀를 좋아하다는 감정에 대한 부끄러움과 이성에 대한 호감을 부정하려는 일련의 시도들로 얼룩진 시기를 보났던거 같다. 초등학교 남학생들은 으레 그렇듯 여학생들을 과롭히는 행동을 하곤한다.이전까지 나는 그들의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당시에 내가 그짓을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다가갈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이해했다.나는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내가 무언가를 행동하는데 방해만 되었다. 특히 도덕적 관념과 챙피함은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것을 계속 부정하려고 했다.나는 초등학생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것이 윤리적으로 어긋난다고 생각했다.어디의 영향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챙피함은 더욱더 큰 문제였다.초등학생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것을 들키는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였다.1년 내내 놀림받을 수 있는일이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불안감에 떨었다. 벚꽃이 만개할때 쯤이였을 것이다. 하교길을 길을 걷다가 떨어지는 벚꽃에 심취해있다가 문득, 벚꽃잎을 그녀에게 가져다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첫사랑을 할때는 온갖 괴상한 짓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놓고간 물건이 있다고 교무실에서 열쇠를 가져와 아무도 없는 교실에 들어섰다.혹여나 누가 볼까 잔뜩 경계를 하며 그녀의 책상위에 벚꽃잎 몇장을 깔았다.근데 교실에서 나갈려고 보니 책상위에 꽃잎이 있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혹여나 그녀한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들에게 들켜 칠판에 ㅇㅇㅇ❤️ㅇㅇㅇ 이런식의 희생자가 되는것은 죽기보다 싫었다.나는 의자위에 꽃잎 몇장을 까는것으로 스스로 타협하고는 그렇게 만족해하며 집으로 돌아갔다.다음날 당연하게도 그녀는 내가 어제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나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한장의 벚꽃잎을 보며 실망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게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나는 언제나 그런식이였다.그녀가 지우개를 떨어뜨리고 그 사실을 모르는고 있으면 나는 얼른 지우개를 주워서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때 필통안이나 책상서랍안에다가 넣었다. 그녀가 햇빛때매 힘들어하면 그녀한테 들키지 않게 몰래 커튼을 쳤다.내가 청소당번일때에는 그녀 자리 주변은1-2번씩 더 쓸어댔다.이러한 그녀에 대한 헌신과는 별개로나는 그녀 앞에서 꽤나 나대며, 놀리곤 했기때문에 실제 나에대한 그녀의 호감도는 낮았다고 생각한다.그녀가 나를 보는 표정은 무언가 퉁명했다.그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웃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 대한 나의 호감은 점점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점점더 인정하기 시작했다.그전까지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시도 했지만, 마침내 어느순간 그 시도를 포기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수련회 마지막밤에 캠프파이어였다.초등학교 5학년 수련회때 무엇을 먹었고 다른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단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캠프파이어. 오직 이것 하나만큼은 방금전의 일처럼 또렷하다.나는 언제나 그렇듯 그녀 주위를 위성처럼 멤돌다가 그녀하고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앉았다.조교들이 장작에 불이 붙였고, 이윽고 그 열기가 피부에 닿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다.열기에 붉어진 두뺨, 머나먼곳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얼굴. 그녀를 보는 내 두눈은 하염없이 커졌을 꺼다. 나는 숨소리도 못내며 그녀를 훑어보았다.그때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그녀를 향해 연기가 들이 닥쳤다.그녀는 연기때매 매캐했는지 두눈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나는 몸을 일으켜 모든연기를 가리겠다는 마음으로 몰래 그녀 앞에 서서 혼자 켁켁거렸다.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조그마한 초등학생 몸으로 연기를 모두 가릴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럼에도 연기가 줄었는지 그녀가 조금더 편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이것은 그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모두 폐기시키고 내가 드디어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끔 만들었다.붉어잔 두 뺨, 머나먼곳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얼굴. 연기에 찡그리며 글썽거리는 두눈. 그리고 마지막의 미소.그 모습은 내 눈동자속에 깊히 각인 되었고 그것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아른거린다.-부족한 필력이지만 마음속이 너무 답답해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