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미안해.

ㅇㅇ |2019.03.15 15:28
조회 2,016 |추천 8

우리의 끝이 이렇게 다를줄 알았더라면,
그 때 우리의 시작이 같다며 호들갑 떨지 말걸 그랬다.

추위를 유독 많이 타던 나와 더위를 유독 많이 타던 너.
여름을 기다리던 나와 겨울을 사랑하던 너.

왜 겨울이 싫냐던 네 투정어린 질문에, 나는 이제야 뒤늦은 대답을 보낸다.

네 덕에 나는 겨울이 좋아졌다고.

매서운 추위도 질퍽거리는 눈도 더이상 싫지 않다고.
새카만 겨울 밤하늘 마저도 이제는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고.

너와 함께 보낸 겨울은 고작 두 번이 전부인데,
나는 뭣하러 겨울을 사랑해버렸나.

네가 없는 겨울은 여전히 내겐 너무 춥고, 시립고, 매정하기만 한데.

눈이 오는 날이면, 눈을 보니 내가 보고 싶다던 네 말이 아직까지도 내 마음에 머물러 있어.
짙은 감기기운에 밤새 나를 돌봐주던 네 손길이 생생히 내게 남아있어.

온세상이 나만 빼고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너보다 아주 많은 시간을 느리게 살 작정인가봐.
너는 진작 변해, 훌 떠나버리고 없는데
나는 아직도 그 자리 그대로야.

언젠간 나도 변하겠지.
그럼 그 때는 너처럼 훌 털어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겨울은 끝나버렸는데
나는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어.

언젠간 내 겨울이 끝나면
그 때는 나도 미련없이 돌아설게.

그 때까지만 더 사랑할게.

내가 빠른 너를 탓하지 않았던 것처럼,
너도 느린 나를 탓하지 말아줘.

추천수8
반대수3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