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범죄통계 어디에도 ‘고담 대구’는 없다…재미로 시작해 지역감정 용어 전락

띠리리 |2007.06.26 00:00
조회 860 |추천 1
p { margin: 5px 0px }

범죄통계 어디에도 ‘고담 대구’는 없다…재미로 시작해 지역감정 용어 전락 '대구에서 ○○ 사건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게재되면 으레 댓글에 ‘고담 대구’란 말이 등장한다. '배트맨'의 배경인 암울한 도시 '고담시티'처럼 대구도 대형 사건사고와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왜곡된 이미지일 뿐 대구의 실상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는 '고담 대구' 주장의 실체를 검증하기 위해 대검 범죄분석 통계, 경찰청 범죄통계, 소방방재청 화재출동 및 응급구조 통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구의 사건·사고 현황 및 추이에서 다른 지역과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고담 대구’란?

14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애인을 토막 살해한 육군 중사가 검거됐다.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고담 대구’에서 또 흉악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대구 출신이기 때문에 가족은 대구 성서경찰서에 신고했고 대구 경찰은 용의자를 검거해 헌병대에 인계했다. 결과적으로 대구 경찰이 경기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범인을 잡은 것이지만 네티즌은 어김 없이 ‘고담 대구’를 부르짖은 것이다.

‘고담 대구’의 말 뜻부터 알아보자. 영화 배트맨의 배경 도시인 고담시티의 '고담'과 '대구'를 합성한 말이다. 영화 속 고담시티의 이미지가 어둠침침한 범죄도시임을 감안하면 ‘고담 대구’의 이미지는 엽기·흉악 사건,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는 흉흉함으로 상징된다.

일부에서는 이 지역에 연고가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음해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조작된 단어라는 설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이 말은 2005년 인터넷 패러디사이트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5년 4월8일 대구지하철 상인동 가스폭발사고(101명 사망, 201명 부상),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사건 (192명 사망, 151명 부상)은 ‘고담 대구’ 이미지의 밑바탕이 됐다.

◇‘고담 대구’에 속타는 대구市

인터넷에 떠도는 흉흉한 댓글에 누구보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구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륙도시 대구는 별 특성이 없어 알려질 만한 게 없는데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형사고 여파로 흉흉한 이미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담 대구’라는 표현이 굳어져 가는 현실에 대해 “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범죄 발생률 등을 따져보면 다른 도시와 별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고담 대구’라는 표현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대구의 범죄 발생률,강력범죄 발생률 등 모든 지표를 따져봤을 때 다른 도시보다 특별히 높다고 할 수 없다”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표현”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무엇인가?

‘고담 대구’는 과연 실재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본보가 대검찰청,경찰청,소방방재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의 사건·사고는 다른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먼저 대검찰청 자료를 보자. ‘2006년 대검 범죄분석’에는 지역별 범죄 현황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대구지역 범죄 발생건수는 특별법범(이하 ‘특’) 5만8245, 형법범(이하 ‘형’) 3만9949건이다. 이는 서울(특 18만5487건, 형 20만2165건),부산(특 7만4461건, 형 5만9765건), 인천(특 6만3836건, 형 4만7937건)보다 작은 수치다.

범죄를 살인으로 특화해 봐도 대구는 인천과 함께 42건을 기록해 서울(228건), 부산(102건)보다 적다. 절도를 살펴보면 서울(3만4670건), 인천(1만3780건), 부산(1만1454건), 광주(9301건), 대구(8954건) 순이다. 대구가 ‘고담 대구’로 불려질 만큼 현격히 많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찰청 자료도 마찬가지다. 2000∼2005년 시도별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해보면 대구는 2005년 기준 10만명당 3671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는 전국 평균 3518건보다 조금 높지만 인천(3787건),광주(4455건),강원(4021건),충남(3779건),제주(4517건) 보다 낮다.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 발생 건수에서도 대구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 2006년 6월말 현재 대구지역의 5대 범죄 발생건수는 1만3004건으로 서울(5만484건),부산(1만5512건),인천(1만6680건)보다 적다.

그렇다면 화재,응급 출동으로 살펴본 대구의 모습은 어떨까? 역시 대구가 ‘고담’으로 불려야 할 이유가 없다. 소방방재청의 시·도별 화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화재 발생 건수는 973건으로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제주(571건),광주(792건),대전(880건),울산(971건) 다음으로 가장 화재가 적다.

반면 경기도는 7681건의 화재를 기록했으며 서울 4907건, 경남 2707건, 부산 1757건, 인천 1612건이었다. 2006년 대구지역 응급구조도 6747건으로 서울(4만9227건),부산(1만3818건) 등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많지는 않았다.

◇‘고담 대구’는 허상에 불과하다

통계상으로는 대구가 ‘고담’이 돼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고담 대구’라는 말이 등장했을까?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 지역은 보수적인 색채가 뚜렷해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사건사고가 오히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통계는 대구가 서울,부산,인천 등 여타 대도시보다 흉흉한 일이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말을 지어내기 좋아하는 한 네티즌이 재미삼아 인터넷에 올린 글이 지역감정을 타고 들불같이 번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고담 대구’라는 댓글이 달리면 어김없이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전라디언’이란 단어가 꼬리를 무는 현상으로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재미로 시작된 말이 특정 지역 사람들에겐 심각한 모욕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 ‘전라도는 깽,경상도는 깡’이라는 식으로 몰아세웠던 저급한 지역감정이 인터넷 시대를 맞아 ‘고담 대구’,‘전라디언’으로 되살아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심시티 서울(과밀한 도시를 도시개발 게임에 빗댄 표현)’, ‘뉴올리언즈 수원(미국의 빈곤지역인 뉴올리언즈를 빗댄 표현)’, ‘라쿤 광주(생물학적 오염으로 시민들이 모두 좀비가된 게임속 도시에 빗댄 표현)’, ‘마계(魔界:악마가 사는 세상의라는 의미에서,게임 마계촌을 빗댄 표현) 인천’ 등 新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으니 양식있는 네티즌은 한번 더 생각한 뒤 그 말을 입에 담으시라.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