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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에게 자꾸 연락이 옵니다

ㅇㄴ |2019.05.17 18:33
조회 6,587 |추천 9


안녕하세요 30대 초반 직장여성입니다
여기에 제 어머니아버지 또래가 가장 많을 듯 하여 씁니다




전 소위 말하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안 먹고 안 자고 죽어라 일하셔서 절 키우셔서 저는 아버지나 돈의 부재를 잘 느끼지 못하고 컸습니다
어머니는 저한테 늘 돈 걱정 말고 넌 공부나 해라 알바 할 생각 하지 마라 라고 말씀하셨고 그 덕분에 전 나름 좋은 대학에도 진학했고 지금은 매우 화목하고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존재는 어머니한테 가끔 묻긴 했습니다만 그때마다 어머니가 그냥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 다른 여자랑 재혼해서 잘 살고 있으니 찾을 생각 마라 단호하게 말씀하셨고 저 또한 수긍하고 원래 없던 마냥 잘 살았습니다

딱히 찾고 싶은 생각도 없었죠 원래부터 없던 사람이었고 기억도 안 나니 그리워 할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아버지 몫까지 해주셨으니까요
어머니가 아버지 얘기를 꺼낼때마다 유독 예민하게 구셔서 의아하긴 했지만 그냥 이혼했으니깐, 안 좋게 헤어지셨구나 싶어 구체적으로 묻진 않았습니다




근데 약 석달 전 정말로 어처구니 없게도 아버지란 사람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엔 그냥 보이스피싱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저에 관해 굉장히 자세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떨리더군요 아버지 없이도 괜찮다 필요없다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는데 그래도 아빠라고 보고싶고 궁금하고 그러더라구요...
어머니한테는 정말로 죽을죄를 짓는 기분이였지만 한번쯤은 만나고 싶어 일단 만나자고 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만나는 날까지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끙끙 앓았습니다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하지? 얼굴에 물을 부을까 왜 이혼했냐 물어볼까 재혼한 가정은 어떻게 됐을까 이혼하고 우리 엄마랑 잘해보려고 나를 찾은걸까 등등...
매일 침대에 누워 새벽 2~3시 넘게 뜬 눈으로 온갖 경우의 수를 상상하고 또 상상했습니다

근데 막상 아버지를 만나니 솔직히 말해서 별 감흥이 없더군요 이 사람이 진짜 내 아버진가 싶기도 하고 상상 속에서 펼쳐졌던 눈물나는 부녀상봉 뭐 그런 걸 기대했는데... 그냥 무덤덤 하더라고요 아버지도 저도



회사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만나느라 조용한 일식집에서 저녁 먹으면서 이런얘기 저런얘기 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얘기와는 다르게 재혼한 적이 없다 하시더라구요 어머니와 헤어진 후 쭉 혼자 사셨다구요...
제가 제 번호는 어찌 알았냐 물으니 횡설수설 하면서 어머니 친척 즉, 외가 쪽 사람이랑 연락이 돼서 물어물어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거짓말 같았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 외에도 자기가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위자료로 재산의 반을 넘겨줬고 그 이후에 자신은 사업이 망해서 고시원 전전하면서 수급자 신세로 지낸다 너 볼 면목이 없어 그 동안 찾지 않았다 근데 너무 보고싶어 찾은거다 자기 신세한탄만 하더군요
저도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나와 어머니는 부족함 없이 살았다 아버지의 부재 같은 건 느끼지 못했고 이렇게 날 찾는 것도 자식효도 받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냐 부담스럽다 나는 아버지를 책임 지고 싶지 않다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눈에 띄게 실망하신 표정을 짓더군요 말로는 그런거 아니다 하셨지만 계속 연거푸 물만 마시고 그 이후론 말 수가 줄어든걸로 봐서는 맞는 듯 싶었습니다
헤어질때 다음에 또 보자 이런 말 없이 그냥 인사만 하고 헤어졌습니다.


근데 그 이후로 자꾸 아버지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간간이 부성애에 관한 글귀나 직접 찍은 꽃이나 풍경 사진 같은 걸 보내기 시작하시더니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안부 문자를 보냅니다 잘잤냐 오늘은 날씨가 어떻다 비 오니깐 우산 챙겨라 등등... 초반엔 이제라도 아버지 노릇 하려고 애쓰구나 싶어 별 대꾸 안 하고 냅뒀습니다 근데 이제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자꾸 나한테 뭘 바라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더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은 며칠 전부터 묘하게 어머니를 깎아내리는 듯한 말을 하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얼핏 보면 어머니가 널 혼자 키우느라 고생했겠다는 내용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어머니를 은근히 독하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거나...
답장 보내면 그걸 계기로 연이 조금이라도 닿을까봐 무시하고 차단한 뒤 캡쳐만 해놓은 상태입니다만 영 찝찝하네요



마음 같아선 어머니한테 다 털어놓고 욕 한바가지 하고 연 끊고 살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집으로 찾아와 어머니와 저에게 해코지 할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법적으로 저에게 부양하라고 소송이라도 걸까봐 걱정이기도 하구요...
또 어머니한테 아버지와 만난 얘기도 해야 되는데 섭섭해하시거나 충격을 받으실까봐 말도 못 꺼내겠습니다
요즘 이것때문에 잠도 못 자고 인터넷만 뒤지고 있는데 이혼했어도 자식이 부양할 의무가 있다 이런 말도 있네요...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차단 해놔서 문자는 더이상 안 오긴 하는데 계속 피하다간 어머니랑 저 둘이 사는 집에 불쑥 찾아올 것 같기도 하고... 번호도 알아냈는데 집주소라고 못 찾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 미치겠습니다 어떻게 하죠...






























추천수9
반대수1
베플misscuspid|2019.05.17 18:45
아버지가 님 양육에 기여한바가 없으면 부양의무도 없어요. 어머니 말씀이 맞을겁니다. 늙고 망하니 거짓말하면서 딸자식 맘 흔들어 부양하게 할 속셈인데 다행히 님이 똑부러져서 잘 대처한듯 하네요. 번호차단하고 일절 대응하지 마셔요
베플ㅇㅇ|2019.05.17 22:46
어머니께 말하지 않고 친부를 만난 건 쓰니가 경솔했네요.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쓰니가 미성년일 때야 만나고 싶은 걸 참았다손 치더라도 왜 쓰니가 서른이 넘은 지금이 될 때까지 연락 한 번 없었을 까요? 형편 어려워서 손 벌릴 사람 찾아보니 쓰니가 딱 걸려든 겁니다. 쓰니 어머니께는 무척 상처가 되었을 일이고요. 전 지금이라도 쓰니가 어머니께 털어놓고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친부가 이리저리 찔러보다가 안 되서 어머니한테 이 사실이 친부쪽을 통해 알려지면 어머니가 느낄 배신감과 허망함은 어쩌시려고요? 그게 오히려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 아닐까요? 덮고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 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아요. 다만 어머님께 드릴 말씀은 좀 포장을 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엄마가 날 너무 부족함 없이 키워줘서 그냥 아버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는 연락에 일단 '만나는' 봐야겠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나갔다. 한 번 봤는데도 알겠더라. 그 사람이 내게 원하는 게 금전적인 부분이라는 걸. 딱 부러지게 거절하고 연을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연락이 와서 현재 차단해놨다. 물론 이건 제 생각일 뿐이고, 쓰니가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입니다. 본문 읽다가 혹시 집까지 찾아올까 염려된다는 내용에서 그럼 어머니도 알게 되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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