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1년 5개월쯤 하면서 합을 맞춰온 제가 마음에 둔 여자상사분이 있습니다. 연차 상으로는 3년 정도 차이가 나는 선임이지만, 나이로는 제가 한살 위입니다.
저는 최근까지 6년의 연애를 해왔고, 2년 간은 권태로운 관계를 유지하다 몇 번의 헤어짐을 끝으로 한 달전 모든 관계가 정리되었습니다. 그러한 사정을 선임과 서로 나누기도 하였고, 회사 특성상 유대가 높은 관계 형성되었습니다. 팀원은 총 세명이지만 제가 마음에 둔 선임님이 팀장이 되면서 그 전에 동등한 친구의 관계에서 상하의 관계의 양상이 조금은 변해왔었습니다. 서로 굉장히 의지하며 지내왔어요.
그러던 와중에 저의 마음은 점점 커졌던 것 같습니다. 그 분께 능력있거나 유능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굉장히 애써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조금은 섬세한 편이라 여러 가지로 굉장히 잘 챙겨주기도 하였고, 퇴근 때 항상 데려다주기도 하였어요. 어느 샌가 저를 조금 과하게 '상냥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분기가 지나고 일에 대해 생각이 바뀌어서 퇴사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시험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대표님께 말씀드리기 전에 팀장님께 상의드렸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아쉬움을 많이 말씀하셨죠. 반려기간을 갖고 한달간만 일을 하다보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겠냐고 설득을 하셨습니다. 정말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많이 잡기도 하셨어요. 제가 필요해서라기보다 제가 더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종종 둘이서 술도 많이 마시긴 했지만, 어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 정말 서로가 가진 서운한 점들도 이야기하고 예전 이야기도 하면서 마음을 정리해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이 들어서 그랬을까요. 제가 덜컥 고백을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퇴사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팀장님은 굉장히 궁금해하며 예전에 제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 하나씩 해석도하고 굉장히 관심을 가지면서 하나하나 다 묻기 시작하였죠. 옆에 앉아서 제 손에 깍지를 끼며 이야기하였습니다. 팀장님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기에 '조금 걸어요'하시며 손잡고 걸으며 이야기하였어요. 그 때부터 저에 대한 호칭이 '오빠'로 바뀌기 시작했고, 앞으로 일어날 상황들에 대해 굉장히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비밀연애를 할 지, 누구에게까지는 이야기를 할지. 저도 너무 전개가 빠른듯하여 오히려 조금은 템포를 조절하며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녀는 정확하게 우리의 관계를 정하고 가길 원했고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하였습니다. 팔짱도 끼고 저에게 기대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집에 들여보냈습니다.
저희는 출근이 늦어 3시경에 업무가 시작되는데, 늦게 출근하신 팀장님이 굉장히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장난을 치며 업무를 시작하였죠, 다른 팀원이 한분 계셔서 업무가 끝나고 다시 이야기를 하려고 일단 일에 집중하였습니다. 사귀기로 하였기에 일하는 내내 그녀를 마주치며 마음이 더 깊어져가는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이 사내연애를 잘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업무 중간 중간 '제가 어제 어떻게 들어갔어요.'라는 질문을 하기에 조금씩 뭔가 불안하기 시작했어요. 혹시나 기억을 못하는 건 아닐까 하며요.
업무가 끝나고 차에서 조금 이야기를 정리하고 모셔다드리고 싶었습니다. 취중이라는 점도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고 정확하게 정돈할 수 있었으면 해서요. 그렇지만 그녀는 기억을 전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한 이야기가 오갔던 2차에 대해서 1도 기억을 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어떤 실수를 했을지 굉장히 궁금해하며 불안해하며 제게 물어보았어요. 저는 당황스러워서 잠시 차를 세우고 어제 있었던 일, 지금의 감정, 앞으로의 우리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을 하더라구요. 많이 당황하기도 하였구요. 굉장히 미안해했습니다. 저는 어제의 분위기나 우리의 대화를 지금 잘 전달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쉽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결론적으로. 정말 미안하다 지금은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어서 당장은 대답을 못하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저는 어제의 상황을 떠나서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혹여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제가 반려기간이니 제가 안고 가겠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내일까지는 꼭 연락을 주기로 하며 집에 바래다 드렸습니다. 정말 블랙아웃으로 서너시간을 다른 자아와 제가 대화를 하고 포옹을 했던 것인지 궁금하고 비참합니다.
정말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민망함을 포장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취하긴 했어도 굉장히 긴 시간 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무의식에서라도 저랑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해석해야하는 걸까요. 아니면 마음을 비우고 가는 것이 맞을까요.
깨끗하게 정리하고 퇴사를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무 잃을 것이 많은 고백이었던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