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 죄송합니다.
제가 자주 보는 결시친에 제 경험을 적어봅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약간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결혼을 한 지금도 도어락 키를 누르기 전에 윗층, 아랫층 옆집 근처를
한번씩은 꼭 둘러보고 문을 열고는 합니다.
7-8년 전, 지금의 남편이 남친이던 시절 부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았습니다.
남친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고, 저는 남편이 출근한 동안 고양이와 놀 겸 자주 집에 들렀습니다.
그 당시 저는 프리랜서였어서, 점심 무렵에 남친 집으로 가서
저녁무렵까지 일도 하고 고양이도 돌봐주고 했었거든요.
그 오피스텔의 이름은 쓰지 않겠습니다.
층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14층인가 15층 까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남친은 14층에 살고 있었습니다.
구조는 대략 이랬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복도를 따라 걸으면 약갈래로 길이 갈라지는 구조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이사람이 어떤 라인에 사는지를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그 날도 점심무렵에 오피스텔 입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입구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엘베가 도착하고 막 문이 닫히기 직전이라, 저는 잠시만요를 외치고 엘베에 들어갔구요.
제 뒤를 이어서 모자를 쓰고 키가 큰 남성이 뒤따라 들어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제 앞으로 남성이 섰기 때문에, 저는 엘베 버튼을 아직 누르지 않은 상태였고
그 상태로 엘베는 위로 올라갔습니다.
제 앞의 남성이 층 수를 누른 후에 누르려고 잠시 기다렸지만,
그사람은 버튼이 이미 눌려져 있는건지 아무 제스쳐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뒤늦게 14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먼저 타고있던 아가씨가 내렸고, 그 후에 경비아저씨가 내릴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당연히 같이 내릴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경비아저씨가 내린 후부터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그 사람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목적지가 14층이었다면, 왜 엘베가 출발하는 그 순간에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거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가 14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순간까지도
내려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며 그 남성을 주시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1,2초정도 제가 안에서 망설이며 내리지 않았는데
그 사람도 내리지 않고 머뭇거리는걸 보고 '아... 이사람 위험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엘리베이터에 그대로 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면
그 사람과 둘이서 엘베를 타고 있어야 하는건데, 그것도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문이 닫히려고 하기에 재빨리 내리자, 그사람도 자기 목적지가 그 곳인냥 따라 내리더라구요.
제가 자기를 경계하고 있다는걸 알아챈 것 같았습니다.
'아, 여기 어디였는데 헷갈리네...' 라는 대사를 들으라는듯이 크게 읊으며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다행히도) 남친 집과는 반대쪽인 라인으로 가더군요.
재빨리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본능적으로 집을 알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남친에게 전화를 좀 해달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남친은 바로 전화가 왔구요.
벨소리를 크게 키워둔 덕에 복도에 소리가 꽤 크게 울렸던 걸 기억합니다.
그 남자가 아직 반대편에 있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소리로 '어디야? 나 집앞인데. 아, 거의 다 왔어?'
'응 그럼 같이 들어가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릴게' 등의 얘기를 하며
일행이 곧 온다는걸 알렸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이 층에 없다는 걸 확인하기 전에는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기때문에
남친에게 전화를 끊지 말자는 뉘앙스를 풍기며 전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남친도 통화 내용으로 뭔가 사정이 있다는걸 알아챘었던 상태라,
계속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구요.
통화를 하면서도 계속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문을 열었다던가,
도어락을 누른다던가 하는 등의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한 5분 이상을 창문 근처 복도를 서성이며 통화를 하며
그 남자가 갔던 복도 라인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상황을 살펴보니
그 사람은 이미 그 곳에 없었습니다.
계단으로 내려갔는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 안으로 들어간게 아닌건 확실합니다.
'여기 어디었는데 헷갈린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면, 이 곳에 사는 사람은 아니겠죠?
본인의 집이 아니라면 적어도 집 앞에서 벨은 눌렀어야 했는데
제가 엘리베이터앞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벨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거든요.
복도는 그야말로 조용 했었습니다. 제가 통화하는 내내요.
그 당시는 얼떨떨 하면서 어라, 나 위험했던건가...? 싶으면서
내가 너무 예민했나봐... 별일 아니었나보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https://m.pann.nate.com/talk/333046806
최근 정말 우연히 이 글을 보고, 아... 위험했었던 거구나... 싶었습니다.
이 날 이후 저는 도어락을 열기 전, 누가 쳐다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계속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해서 오해를 한 걸수도 있고, 그 남성이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을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분위기와 그 남성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떠오르면
저는 그 사람은 절대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그 날 엘리베이터에 탔던 남성은 정말 평범하게 생겼던,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성실한 청년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얼굴은 이제 희미해졌지만, 검은색티셔츠는 아직 기억에 남네요.
특정 지역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고 또 몇 년의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자취하는 분이 많은, 오피스텔에 사시는 분들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문 열기 전까지, 누군가 노리는 자가 없나 항상 조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