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9일 일요일
서울역에서 출발해 목포까지 가는
저녁 7시30분 KTX 기차
10호차 입석
거래처 미팅일정이 갑자기 변경되는바람에
입석을 겨우 구해서 타게 됐습니다.
입석으로 가다가, 오송역에서부터 제 좌석이 생기는 환승티켓.
서울역에서 제가 탑승을 해서 보니
입석칸에 저보다 먼저 온 사람이 둘. 이미 타 있습니다.
그런데 웬일? 보통 입석에서
양쪽 승하차계단 바로앞의 접이식 좌석2개는
앉지 못한채 장거리를 가는 여러 승객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신경전과 쟁탈전이 벌이는 곳인데.
한쪽에는 이미 한분이 앉아계시고
한쪽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웬 여성분이 그 자리 바로 옆 기둥에 기대어 선 채
앉지 않고 서계시네요.
저는 처음에 '어? 왜 안 앉으실까? 내가 앉아도 되나?'
했지만, 왠지 찜찜해서 옆의 수하물보관대 옆에 기대어 섰습니다. 일단 관찰을 해보기로 했지요.
'몇 정거장 안 가 용산이나 광명에서 금방 내리실거라 서 계신가?' 추측했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그만 앉으시라고 권해볼까?' 속으로만 생각했죠.
처음에는 저희 세 사람만 입석칸에 있는 채로 출발했는데, 용산 광명을 다 지나고 결국 사람들이 많이 탑승을 해서, 비어있던 좌석은 물론 입석칸 통로가 사람들로 꽉꽉 들어찼습니다. 좁은통로에 사람이 꽉 들어차니 덥고 냄새나고 그랬죠. 그와중에 한 남성분은 수하물칸에 푹 들어앉으시어 폰으로 야구경기를 보다가, 다른 승객들이 당신때문에 짐을 못 놓고 다 들고계시지 않냐고 철도승무원의 지적을 받기도 하고... 제가 중간부터 앉았어야 할 자리에, 제가 화장실 간 틈에 다른분이 슬쩍 앉아 태연히 주무시고 계시는 등... 오늘도 어김없이 혼란의 인간세상을 보고 왔습니다.
이 여성분은, 끝내 광명역부터 그 좌석에 웬 60대쯤의 연약해보이는 부인께서 앉으실때까지 계속 자리를 비워두고 서 계셨습니다.
저는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광명역 지난 이후 나타난 몇몇 몰염치한 승객분들의 행동과
그 전까지 이 여성분이 하고계시던 행동이
너무 극명한 대조를 이루어서 더 그랬습니다.
기차타고 오는 내내
'충분히 당신 차지인 자리를 왜 비워두고 굳이 서 계셨던 건가요?'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어서 미치겠던걸
제가 워낙 숫기가 없기도 하고
또 낯선남자가 이상한 질문을하며 다짜고짜 다가서면
여성분께서 무섭고 당황하실 것 같단 생각에
계속 망설이고 갈등만 하다가 결국 못 여쭤봤습니다.
제가 바보죠.
금방 내리겠거니~ 생각했던 이 여성분은
광주송정역까지 2시간 20여분을 기차여행 하셨고
그중 1시간 40분을 그렇게 서 계셨습니다.
공교롭게도 저도 광주송정역이 행선지여서
내릴때도 같이 내렸지만,
가서 정말 물어보고 싶은데
결국 못 물어보았습니다.
검은색 재킷 걸치고 흰색 바지 차림에,
작은 클러치백을 하나 들고
Balenciaga 라는 흰 글씨가 있는 검정색 신발을 신고계시던
검은색 긴 머리결을 지니신 여자분.
도대체 왜 그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