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닝썬 사태와 나사빠진듯한 경찰 보며 예전 의경시절이 떠올라서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의경 출신이고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운전병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제가 복무할 당시에는 경찰서장(총경)과 그 밑에 과장(경정)들은 의경 운전병을 두고 일을 하던 시기였고, 복무 기간동안 운전병을 줄이라는 본청의 지시로 대부분의 운전병은 없어졌지만 주요 몇개 과에는 운전병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그 몇 개 남은 자리의 운전병을 했었고 입대 약 100일부터 제대까지 운전병을 했습니다.
운전병을 하며 과장님을 모시다보니 경찰들의 생활을 보다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의 보직은 운전병이었지만 파견된 의경으로 종종 시위를 막으러 가거나 방범을 나가는 경우도 종종있었습니다. 물론 운전병이 되기전까지는 시위와 방범활동은 같이 했었습니다.
우선 요즘 버닝썬 사태와 경찰의 많은 비난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경찰들이 썩었고, 유착이 심하다 등등 좋은 소리 하는걸 못봤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더 가까이서 그들을 경험했는데 대부분의 경찰들은 국민의 안위는 별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승진이나 편한근무, 돈에만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랬습니다.
저는 약 2년의 군 복무동안 3명의 과장님을 모셨습니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과장님이었죠. 물론 능력도 다 달랐습니다. 일하는 능력, 사람을 대하는 능력, 전부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다 달랐습니다. 저는 말이 운전병이었지 실제로는 과장님들의 손과발 경찰서 내부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편의상 처음 모신분을 1번과장님, 그다음 2번 과장님, 3번 과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객관적으로 정말 경찰다우신 일다운 일을 하셨던 과장님은 2번 과장님이셨습니다. 매일 정말 빠짐없이 관내 순찰을 돌며 밑에 지구대 직원들을 달달 볶았습니다. 덕분에 관내에서 일어나는 좀도둑(관내에 원룸이 많았음)이 50% 가까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항상 고민을 많이 하셨습니다. 관내에 일어나는 안좋은 일을 없애보려고 밑에 직원분들과 상의도 하고 항상 퇴근은 12시 가까이 되어야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밤 늦게까지 운전해야하는 피곤함은 있었지만 과장님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밑에 직원분들에게는 인기가 정말 없었죠. 일 많이 시키니까요. 그리고 오로지 일만하는 스타일이라 사람들의 교류는 많이 적으셨어요. 동기 모임정도 가지신정도였어요.
1번과장님은 제가 첫 운전을 할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높은 곳까지 올라가실분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모신 기간동안 일보다는 주로 사람들 만나는 일을 많이 하셨어요. 특히나 명절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물이 왔어요. 명절이 다가오니 제가 할 일은 선물 받아오고 선물 보내러 다니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제 번호로 연락이와서 뭐 받아가라 뭐 받아가라 등등. 그리고 역으로 저도 많은 선물을 가지고 본청, 서울청 열심히 쫓아다녔습니다.
3번 과장님은 업무에 거의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직원 회의하고 꼭 필요한 업무만 할 뿐 개인적인 일이 더 많았습니다. 특히나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점심 먹고 나면 골프 연습장가서 가서 연습하고 사우나하고 4시쯤 경찰서 복귀하곤 했습니다. 거의 매일이고 골프장 다녀오는 길에 제가 픽업해서 각 지구대 순시나가는 패턴으로 근무했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한 과장님들의 패턴입니다. 승진은 어떻게 됐을까요? 가장먼저 경찰에서 나오신분이 2번 과장님이십니다. 경정이라는 계급정년에 묶여서 빨리 옷을 벗으셨죠. 1번 3번 과장님들은 잘 승진하셔서 경찰서장님도 되시고 그 위에까지 올라가신분도 계십니다.
관내에서 절도 발생건이 50%나 감소해도 경찰은 승진 못합니다. 왜냐구요? 위에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하거든요. 복무하면서 승진 시즌과 보직 변경 시즌이 오면 많은 말들이 오갑니다. 특히나 저 사람은 국회의원 배경이다, 다른 배경이 좋다 이런분들은 여지없이 승진이었습니다. 하지만 별 다른 이야기 없으신분들은 계속 그자리 그대로였죠. 심지어 계속 같은 근무를 하겠다고 서류를 올려도 원치 않게 발령 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2번 과장님이 발령나기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 저는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있습니다. "내가 이럴려고 경찰했나...."
제가 단편적인 부분만 가지고 판단 할 수 있었겠지만 분명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경찰분들의 정말 세금 축내는 한가지 일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 한가지 일이라면 시간외 근무? 조작된 시간외 근무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들은 주말에 경찰서에 들러 지문인식 출근도장찍고 볼일보고 다시 경찰서와서 퇴근도장 찍는 일을 했습니다. 시간외근무 수당을 받기위해서죠. 대부분의 경찰분들이 이런식으로 합니다. 평일에도 정식 출근전 일어나서 도장부터 찍고 갑니다. 그리고 사우나 다녀오고 볼일 보고 사무실로 들어오시죠. 퇴근도 똑같습니다. 일단 그냥 나갑니다. 그리고 밥먹고 볼일 다보고 늦게 퇴근도장 찍고 갑니다. 지금은 어떻게 개선됐을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많은 분들이 그랬습니다. 이거 다 우리 세금인거 아시죠?
경찰들은 그냥 권력을 가진 사조직같았습니다. 밤에 방범도 그냥 차에서 시간 때우는분 너무 많았어요. 의경분들은 다 아실거에요? 저는 방범도 돌아서 그들이 어디서 짱박힌다는걸 잘 알았거든요. 그래서 2번과장님이 순시가자고하면 일부러 그 짱박히는 구간으로 다녔습니다. 덕분에 과장님에게 그분들은 달달 볶였죠. 그래도 위치만 바꿔서 또 짱박힙니다. 저는 또 과장님 모시고 갑니다. 그랬더니 나중에 그 직원이 따로 절 불러서 서로 좋게 지내자고 하더라구요. 이 상황이 너무 웃겼습니다.
그리고 경찰들은 모임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생활발전위원회, XX위원회 등등 한 달에 몇 번의 회식이 있는데 보통은 그 위원회에 속해있는 음식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밤 늦게까지 먹고 술마시고 하는 형태였죠. 이런데 어떻게 사적인 친분이 안 쌓일까요? 당연한 일들이었습니다.
버닝썬 사태를 보니 경찰들의 유착이 많이 거론되는데 뭔가 사건이 터지면 그들은 서로를 보호하고 감싸줍니다. 전부 감싸주지는 않아요. 분명 희생양을 하나 나올겁니다. 그 희생양은 2번 과장님처럼 일만하는, 그냥 그들 사이에서 소외된 존재일겁니다. 제가 경찰서에서 근무할때도 작은 사건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날 당직 근무였다는 이유로 2번 과장님이 급하게 타 경찰서로 발령나는 신기한 상황을 목격했었거든요. 내부적으로는 잘 처리한 일이라고 했는데 뉴스에 나오니 바로 발령났더라구요.
이것뿐만아니라 정말 다양한 경험을 많이했습니다.
일 열심히하고 진짜 나라에 도움이되는 경찰은 승진도 못하고 옷 금방 벗고 나가야하고 업무에 별 관심없고 위로 잘 비비는 경찰은 승진해서 윗사람 노릇하고. 이러니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결과적으로 국가적인 손해, 더 나아가서 치안이 부실해져 국민에게까지 손해가 오는것이 아닐까요?
시간될때 2편 남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