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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30살(27)

리드미온 |2004.02.09 00:00
조회 14,337 |추천 0

 

“나쁜 놈...그러니까 김미나도 너도 포기 못하겠다는 말이구나.”

 

오랜만에 지선과 나는 내 원룸에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젠가 지선이 말 한대로 잘 키운 여자친구 하나 열 남편 안 부럽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내가 민준과 만나서 얘기 나눈 것을 들려주었더니

나보다 더 흥분해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하여튼...그럴 줄 알았어. 설마 너 그 6개월을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

 

사랑의 헛된 희망만큼 사람을 망치는 것은 없었다.

정말로 6개월 후에 민준이 말대로 돌아왔다고 해도 받아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준을 미워하고 싶지도 않았다.

은수가 일과 사랑에 성공한 서른 살을 살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민준도 그러고 싶었던 것일 뿐이다. 내가 그러고 싶었던 것처럼...

다만 그 방법에 내가 동의를 못한 것이다.


“그래...그럼, 임신도 안 했고 카드도 돌려줬으면 깨끗이 끝난 거다.

남녀 관계는 성과 돈만 잘 처리하면 뒤처리는 된 거다...”

 

여전히 지선이는 현실적인 얘기를 한다.

그게 전부는 아닌데, 내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텐데...

차마 나는 지선에게 마지막으로 내가 카드를 돌려줄 때 누구 것이냐고 물었을 때

어머니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얘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지선이 예언한 대로 민준이 어머니 것이라고 둘러댔다고 말한다면

지선은 아마도 당장 민준을 찾아가 따귀라도 날려주려 할 것이다.

 

“좋게 생각해. 그래도 리츠칼튼 건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잖아.

사랑에는 실패해도 일에 성공하면 된 거지. 네가 두 가지 다 가져버리면 내가 억울하잖아.

그래도 서른 살의 이혼녀보다는 독신녀가 나은 거다...”

 

지선의 말대로 지선 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 자신에게 갖고 있는 상처와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크다 작다를 비교하기보다는

서로가 위로해주거나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갈 때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후후...내가 전에 너 이혼할 때 비슷한 말 했었다.

결혼도 못해본 나보단 그래도 해본 네가 나은 거라고...”

 

늘 어려울 때마다 지선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야. 우리 언제쯤 되면 남자한테 배신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거니?”

 

그렇게 묻는 지선의 눈가엔 다른 때와 달리 눈물이 고인다.

나 때문에 자신의 아픈 기억이 또 떠오른 것 같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겪은 일을 다 기록해서 나중에 딸 낳으면

‘남자에게 배신당하지 않는 법’이라고 전수해주자...”

 

나는 지선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너 그거 아니? 내가 민준이 이상하다고 말은 했었지만,

너 사랑에 빠진 모습 보기 좋아서 속으로는 민준이랑 잘 되기를 얼마나 바랬는데...”

 

그럼, 알고말고.

지선이가 결혼할 때도 나는 지선이가 먼저 날 버리고 결혼한다고 배신이라고 투덜거렸지만

마음속으로는 평생 행복하기를 바랬었다.

 

오랜만에 지선과 나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함께 잠들었다.

고등학교 때 어렵게 엄마의 허락을 받고 지선과 처음 밤을 지새우며 수다 떨었던 그 날처럼.


“뭐라고요? 우리가 떨어졌다고요?”

 

아침부터 이부장이 따로 회의실에 불러 나에게 전해준 소식에 나는 너무 놀라서 큰 소리로 되물었다.

우리가 리츠칼튼홍보 대행사 선정에서 떨어지다니.

어제까지만 해도 김대리를 통해 우리의 프리젠테이션이 제일 훌륭했고

선정될 거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발표날인 오늘

바로 자축 파티 겸 은수의 송별회를 하기로 했었다.

 

항상 많은 정보와 정확성을 갖고 있는 김대리가 틀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았다.

나쁜 일은 겹치기 마련인가, 민준과 헤어진 후

그래도 프로젝트 성공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던 나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제기랄...나는 사랑도 일도 둘 다 성공 못한 서른 살이 되는 거다.


“퓨쳐 인터내셔널이 따갔다고 하더라고.”

 

퓨쳐 인터내셔널이라면 우리가 하기 전,

오전에 했던 팀으로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업체였다.

그럼 이미 발표가 났단 말인가?

그러면 마지막 손써볼 틈도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인가?

 

팀장으로서 한 달 넘게 매일 함께 밤늦게까지 고생하던 김대리, 하연, 은수를 볼 낯이 없었다.

더구나 은수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열심이었고,

팀원들과 그 프로젝트를 은수에게 선물로 주자고 다짐도 했었는데...


“말도 안돼요. 이유가 뭐래요?”

 

나는 이유라도 알면 다음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물었다.

 

“음...그래서 나도 좀 알아봤는데...”

 

그렇게 말을 시작한 이 부장은 무언가 나에게 전하기 힘든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업체에서 뇌물을 쓰거나 아니면 관계자에게 성상납이라도 했다는 건가?

 

------------------클릭, 달콤쌉싸름한 30살 28편 보기------------------------

추신 1: 주말 잘 보내셨나요?

추신 2: 지난 회에 민준에 대해 쓰고 나서 한참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예정된 스토리였지만, 막상 쓰는 동안에 인물에 대한 나도 모르는

           애정이 생겨난 듯합니다. 결국 나쁜 사람이 된 듯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민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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